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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공법 적용 활기속 법규는 걸음마 단계
일본 대지진으로 본 국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실태는
중층 건물 거주민 대피위한 2시간 확보가 최대 관건

GS건설 2005년 이후 건축물 제진설계까지 추가도입

동일토건 설계부터 면진시스템 적용 9.0 강진도 안전




규모 9.0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대혼란으로 몰아넣으면서, 국내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축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이기 때문에 1990 이후 지어진 건물은 비교적 견고하다"면서 "하지만 안전지대라는 가정이 깨진다면 우리나라의 내진 설계 도입 및 법규는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지진 대비 기술은 크게 내진, 제진, 면진 설계로 나뉘지만 내진설계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하지만 내진 설계를 하더라도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처럼 상하 진동에 의한 지진은 현대건축 공법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직 하중은 힘을 명확히 계산할 수 있지만, 지진은 관성력인데다 가정된 사실이 많기 때문에 완벽히 대비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중층건물, 인명대피 위한 2시간 확보가 최종목표=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신축된 중층 이상 아파트는 통상 리히터 규모 5~6, 진도 7~8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 목표는 강진 발생시, 건물이 붕괴하지 않고 버텨주는 데 있다. 거주민 대피를 위해 2시간(내화 설계와 동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통상 내진설계는 벽체에 철근, 콘크리트를 더 넣어 벽체를 두껍게 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엘레베이터, 계단 등 수직 동선이 들어가는 건물 코어(Core) 부분을 확보하거나, 전단벽을 증설하기도 한다. 또 벽체에 수평방향으로 흔들리는 것에 대한 보강재로 K, X자 등 가새(brace)를 넣는 식의 방법이다. 내진설계를 하면 골조공사에만 건축비용이 30% 가량 상승한다.

대형지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건설사들은 지진 대비책을 강화하는 추세댜. GS건설은 올해부터 아파트와 주상복합에 제진구조를 채택했다. 진동을 흡수하는 제진장치(댐퍼ㆍDamper)에 지진력을 집중시켜 흔들림을 줄이고, 건물 손상을 방지하는 구조다. GS건설은 현관 및 엘레베이터 인방(引枋ㆍ기둥과 기둥 사이, 또는 문이나 창을 가로지르는 나무)에 철로 된 ’인방형 댐퍼’를 삽입해 시공 중이다. 제진설계를 적용하는 건설사는 SH공사, 쌍용건설 등 손꼽힐 정도다. 유봉현 GS건설 주택설계팀 차장은 “2005년 이후 공급된 아파트는 기본 내진 설계가 돼 있는데다, 제진설계까지 추가로 도입됐다”며 “특히 중층이상 대형건물의 경우, 외압시 변이가 커 에너지 흡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동일토건은 국내 처음 설계 단계부터 면진시스템을 적용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짓는 동일하이빌 뉴시티(440가구)는 데크(1~7층)와 주거동(8~36층) 사이에 면진 고무장치 388개를 삽입, 진도 9.0규모 강진을 견딜 수 있다. 동일토건 관계자는 “지진발생시 고무의 탄성이 건물을 유연하게 흔들리게 하고 흔들림이 멈추면 건물을 제자리에 위치하도록 해준다”며 “특히 건물붕괴 방지뿐 아니라 건물상층부 흔들림을 20%수준으로 감소시켜 상층부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내진성능 강화 = 쌍용건설이 지난해 옛 평화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당산동 ‘쌍용 예가 클래식’은 수직증축과 내진설계가 적용돼 진도 7까지도 견딜 수 있다. 기존의 기둥과 벽체에는 특수철판이 보강돼 내구력을 높였다. 또 구조체의 강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탐소섬유를 통해 콘크리트에 부착하기도 했다. 탄소섬유는 강철에 비해 5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직증축 부위는 댐퍼(Damper)라는 제진장치가 설치됐다. 건축 구조 부문을 담당하는 장동운 건축기술부 부장은 “재건축이 어려우면서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노후 중층 아파트에는 리모델링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층 건물일수록 내풍기능이 더 중요, 별도의 초고층 건물 내진설계 필요= 초고층붐이 일고 있는 50층 이상, 200m 높이의 건물은 내진설계보다 내풍 기능이 필수적이다. 초고층 건축물은 바람 하중이 지진 하중보다 크다.

바람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풍력ㆍ풍압ㆍ풍환경 평가실험, 공기력 진동실험 등 ’풍동실험’을 통해 점검한다. 풍력측정은 바람 하중에 건축물의 전단력(면을 따라 평행되게 작용하는 힘)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롯데슈퍼타워는 풍력측정을 통해 최대 풍속 70m/s에서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풍압측정실험은 건축의 외장재, 경기장의 지붕마감재 등에 대한 풍하중을 예측하기 위한 실험이다. 또 풍환경평가실험은 건축물이 신축되면서 새롭게 생기는 빌딩풍, 골바람 등의 환경적인 문제를 점검한다. 40층 높이의 수원 SK 스카이뷰 아파트는 풍압ㆍ풍환경ㆍ풍력 평가 실험을 거쳤다. 이 밖에 공기력진동실험은 바람에 의해 건축물의 움직이는 정도(진동주기 등)를 재현하는 실험이다.

풍동실험 이외에도 최근에는 초고층 건물에만 적용될 수 있는 내신설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일반적인 건축물의 내진설계에 적용되는 KBC2009는 초고층 건물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데도 현재로선 별도의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상현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물의 주기를 평가하는 방법, 주요 횡력저항 구조시스템의 지진하중에 대한 특성 등이 기존의 저층 건축물과 크게 달라 동일한 값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ㆍ김민현ㆍ정태일 기자@kies00>ki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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