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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지명에 나타난 조선인의 삶과 죽음 살펴보니...
국립중앙박물관 ‘조선 묘지명’전

묘지명(墓誌銘)은 망자(亡者)가 남긴, 개인과 역사의 타임캡슐과 같다.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리기 위해 무덤 속이나 주위에 남긴 기록으로서 죽은 이의 이름과 생몰년, 집안 내력, 주요 발자취 등이 담긴다. 죽은 이의 족적이나 주변의 평가를 엿볼 수 있지만, 한 시대 여러 명의 묘지명을 일별하면 당시의 시대상 역시 그려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대개 장방형 석제로 만들어졌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분청사기, 백자 등 다양한 재질의 도자기로도 만들어졌다. 그 형태도 원형, 벼루형, 서책형, 그릇형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됐다.

이러한 ‘망자의 캡슐’을 통해 조선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시실에 펼쳐내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조선 묘지명’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묘지명 210여 건 가운데 대표 소장품 100여 건에 다른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 중인 50여 건을 더해 풍부한 스펙트럼을 갖췄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요절한 영창대군과 사도세자의 묘지명. 조선의 14대 왕 선조의 14왕자 중 막내였던 영창대군의 것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다. 광해군 즉위 후 서인으로 강등되고 끝내 8세의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 당시 왕실의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사도세자의 묘지명은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영조가 직접 쓴 것으로,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만록’과 달리 사도세자의 잘못을 기록해 영조 자신의 입장을 옹호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조선시대 묘지명의 역사적 변천과 제작 방법을 보여주며,제2부는 묘지명에 나타난 사연과 수요 계층 등을 주제로 해 꾸몄다. 1부 전시는 삼국~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의 시대 순으로 나열됐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묘지명을 짓고 제작해 무덤에 묻기까지의 전 과정과 무덤 모형을 재현했다.

2부에는 수요 계층에 따른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왕과 왕실, 명문가, 일반 계층의 묘지명을 비교해 볼 수 있게 전시했다. 또 ‘묘지명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코너를 통해 영창대군 묘지명처럼 역사적인 상황을 잘 보여 주는 것과, 사연이 있는 묘지명을 모아 보여준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에서는 고고학과 역사학에서 추구하는 땅속에서 출토된 문화재를 통해 그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시는 4월17일까지.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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