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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수입전도사…올 15개국 돌며 자원외교”
취임 1주년 맞은 이주태 한국수입업협회장
이주태(55·사진) 한국수입업협회장에겐 이상하리만치 별난 기억이 하나 있다. 열다섯 살 남짓 때 일이다.

“1970년이었을 거예요. 당시 이낙선 상공부 장관이 라디오를 통해 기자회견을 하는데, 무역을 강조하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10억달러 수출 돌파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하더군요.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말을 일기에 써놨던 게 생각납니다.”

어린 마음에도 ‘무역’이라는 단어가 왠지 친근했단다. 공교롭게도 지난 1970년에 설립된 수입업협회(KOIMA)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당시의 기억이 협회로의 인연의 끈을 당겼나 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최근 기자와 만난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수입 전도사’를 자청했다. “저축은 미덕, 소비는 악덕이라고 한때 말하던 시대가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소비를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수출과 수입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경제 발전기에는 수출지상주의 기치 아래 무조건 밖으로 팔아야 했지만, 원자재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적절하고도 균형있는 수입구조가 정착돼야 다시 수출 역동성을 끌어올리고 이를 경제 박동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해 다시 내다 팔아야 하는 우리로선 수입을 한다고 하면 왠지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회구조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은 수출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라는 게 확고한 신념이다.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수입업협회는 최근 수입업체를 위한 생생한 정보서비스에 나섰다. 수입업협회는 최근 중장기는 물론 매일매일 원자재 가격 동향을 담은 코이마인덱스닷컴을 오픈하고 회원사에 대한 서비스에 들어갔다.

정보의 바탕은 코이마지수다. 이 지수는 지난 15년 동안 운영됐지만, 최근 희소금속 등 26개 품목을 추가로 넣어 56개 품목의 가격 동향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글로벌 자원전쟁이라는 말처럼 옛날에 중요하던 원자재 품목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거꾸로 옛날엔 의미가 없었지만 희토류 처럼 최근 중요한 자원이 된 그런 상황을 반영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코이마지수를 활용해 수입업체들이 가격 적정선을 체크하고, 나아가 경영 시나리오를 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가 수입업체를 위한 대변인이 된 것은 그 역시 수입업체 대표로 경영 활동을 하면서 숱한 애로를 겪어온 경험과 무관치 않다.

대학 졸업 후 종합상사에 근무하던 이 회장은 86년 화섬분야 무역업체인 미도교역을 설립,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다. 의자에 앉아있기만할 스타일은 못된다. 무역업에 종사하다 학문적 관심이 생겨 무역을 전공, 경영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경희대 무역학부 겸임교수로 10년 넘게 강의하면서 실무를 후학에게 전수 중이다. 현재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수입업협회장은 ‘봉사’의 자리란다. 협회 살림도 넉넉하지 않다.

“보수는 바라지도 않고, 판공비도 대부분 제 카드로 씁니다. 매달 한 차례 이상 해외에 나가다보니 회사 경영에도 좋을리는 없죠. 그래도 즐겁습니다.”

이 회장은 올해 약 15개국을 돌며 민간 자원외교를 펼칠 계획이다. 우선 오는 3월 구매사절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을 방문, 우호적 통상관계 조성 및 해외 원ㆍ부자재 및 신소재의 안정적 공급선을 발굴할 예정이다.

몸은 힘들지만 하나라도 더 뛰면 그만큼 수입업체들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자긍심도 엿보인다. “그래도 해외에선 꽤 알아줍니다. 자기 나라 원자재 사준다는데 싫어할 사람 어디 있겠어요. 외국에 나가면 어떤 때는 무역협회장이나 KOTRA 사장보다도 더 대우를 받습니다. 하하하.”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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