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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서도 고급카페 커피를…‘차도女’ 기계에 빠지다

경제적 능력 갖춘 30~40대

밖에서 누리던 편리함

집에서도 누리길 원해

캡슐커피머신·로봇청소기

의류 관리기기 등

디자인·편리성 강조한

옵션형 가전 인기




여성이 기계에 빠졌다.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머신부터 극장처럼 영화를 투사할 수 있는 빔프로젝터, 자동으로 집안 청소를 해주는 로봇 청소기, 의류관리기기까지 라이프스타일 기기가 여성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여성은 기계에 관심 없다’는 전통적인 편견이 깨진 것이다. 이 같은 영향은 30대 이상 직업 여성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30~40대 여성은 세탁기, 냉장고, TV 등 필수 가전제품 외에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옵션형 가전제품 분야에 열광하며 과감히 지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집에 카페ㆍ영화관ㆍ세탁소까지?

라이프스타일 기기에 열광하는 여성의 공통점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삶을 적극적으로 즐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외모 관리와 패션을 중시하고, 취미ㆍ레저ㆍ여행에 높은 관심을 나타낸다. 카페와 외식문화에 익숙하고 입맛이나 취향이 고급스러운 편이다. 이들은 밖에서 누리던 편리함을 집에서도 똑같이 누리고, 싱글일지라도 우아하게 살기를 원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캡슐커피머신이다. 이 기기는 1잔 분량으로 개별 포장된 캡슐을 기기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카페에서 즐기던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의 다양한 커피를 집에서도 간단하게 제조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스위스 네슬레 사에서 생산 중인 캡슐커피머신 네스프레소의 경우 2007년 국내에 처음 론칭한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 45%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6월 롯데백화점 분당점에 입점한 네스프레소 매장의 경우 월평균 2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해 같은 층에 입점한 화장품, 액세서리, 명품잡화 매장을 앞지르고 매출 1위에 오를 정도다.

이 같은 캡슐커피머신은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조선호텔, 롯데호텔, 리츠칼튼호텔 등 특급호텔 객실은 물론 까르띠에ㆍ크리스티앙 디오르ㆍ구찌 등의 부티크에도 속속 비치됐다.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를 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미니빔 TV도 인기다. LG전자의 미니빔 TV는 기존 프로젝터와 달리 디지털TV 방송 수신 튜너가 들어 있어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HD 방송을 최대 100인치(256㎝) 크기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옷장처럼 옷을 걸어 놓고 간단하게 구김과 냄새를 제거하는 가정용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출시했고, 지멘스에서는 밥 대신 빵으로 하는 서구식 아침식사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집에서 토스터기로 롤케이크와 페스트리를 구울 수 있는 포르쉐 포스터를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고가(캡슐커피머신 30만~40만원대, 미니빔 TV 100만원대, 토스터기 40만원대, 스타일러 200만원대 등)지만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형 가전 부문의 이정훈 MD는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 단위였던 가전제품 시장이 여성과 남성으로 성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면서 “여성의 취향 고급화와 여성의 취향에 맞춘 라이프스타일 가전기기의 출시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소형가전을 보유하는 것도 하나의 스타일로 여겨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여성은 작은 가전기기를 구매하지만 대부분 프리미엄급 제품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전체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으로 등극하고 있다.



▶가전제품도 스타일리시해야

가전기기 쪽에 여성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제품의 디자인이나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우선 여성이 대체로 심미적인 안목이 높은 한편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디자인과 편리성을 강조한 제품이 많아졌다. 대체로 크기는 작아지고 색감은 화려해졌다.

캡슐커피머신은 물론 캡슐까지도 집안에 놓았을 때 인테리어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색상과 귀여운 모습으로 디자인돼 있고, 스타일러는 벽장 옆에 놓으면 마치 가구처럼 보이도록 미니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영국제 청소기 헨리앤해피 제품은 빨강ㆍ분홍 등 기존 국산 청소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색상으로 젊은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미니빔TV는 무게가 800g으로 가볍고 크기도 손바닥 만해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능이 대형 빔프로젝터 못지않다. 또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올림푸스 펜처럼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한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구형 카메라처럼 앤티크한 느낌으로 디자인돼 있지만 기존의 DSLR 카메라처럼 크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첨단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LP 시절의 턴테이블을 연상시키는 CD플레이어, 복고풍 인터넷 전화기 등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형태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소형가전매장의 판매사원 진명일 씨는 “싱글 여성의 독립 가구가 계속 늘고 있고, 소득 수준 및 경험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heraldcorp.com




여성 고객 홀린

라이프스타일기기

매장 구성도 바꿔


라이프스타일 기기에 대한 여성의 관심 증가는 전통적인 백화점 매장 입점 원칙까지도 바꿨다. 통상 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이나 해외 명품 브랜드 등 고가의 럭셔리 제품 매장이 들어선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가전전자매장이 위치한 5층 대신 1층에 캡슐커피머신 네스프레소 매장을 오픈했다. 분당이 젊은 중산층 여성이 많이 사는 지역인 만큼 기존의 입점 원칙을 파격적으로 뒤집어 보기로 한 것. 실제로 이 매장은 1층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은은한 커피향이 여성 고객을 끌어당겨 판매 호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분당점의 성공에 힘입어 건대점에도 1층에 돌체구스토 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며, 향후 신규 매장 오픈 시 이 같은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상품군의 분류에 따른 매장 구성이 아닌 연관 상품 위주, 편의 위주의 배치를 업계에서는 ‘크로스 MD(머천다이징)’ 또는 특정 콘셉트를 활용해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에서 ‘스파이스 MD’라고 부른다.

김소민 기자/ s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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