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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마다 시체 산더미·생필품 사재기…아비규환
전투기 동원 무차별 학살

보안군에 1000명 사망說도


동부지역 시위대가 장악

군에 시민혁명합류 촉구


22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리비아 사태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카다피에 협조했던 주요 부족들마저 반대파로 돌아섰으며 동부 지역 대부분은 반정부 시위대의 손에 넘어갔다. 반면 카다피가 장악하고 있는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 살상이 이어지고 있어 인명 피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민들은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다피 반대 세력, 동부 지역 장악=카다피는 이날 관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내 조국에서 순교자로 죽겠다”며 물러서지 않을 뜻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내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카다피의 선전포고에 반정부 세력은 더욱 들끓어 올랐다. 연설을 지켜보던 반정부 시위대들은 카다피를 향해 신발을 집어던지는 등 극도로 흥분했다. 리비아 내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출연해 사퇴의사를 밝히며 군을 향해 시민혁명에 합류할 것을 촉구했다.

BBC방송은 리비아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족이 카다피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으며 다른 부족의 동참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와르팔라족은 600만명 리비아 인구 가운데 100만명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 지역의 자위야족은 지난주 말 카다피가 물러나지 않으면 원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반정부 시위대는 동부 항구도시 토브룩을 비롯해 동부 지역 일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의 칼리지 석유회사 등은 이미 반정부 시위대의 통제하에 넘어간 상태다. 이집트군은 리비아-이집트 국경지대의 리비아군이 철수하고 시민들이 이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런던정경대 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대표인 알리아 바리미도 “리비아에서는 군부보다 부족들이 권력을 좌우한다”며 “이미 리비아 동부 지역에서는 카다피가 통제력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약 140개 부족으로 갈라져있으며 카다피는 이 가운데 핵심 부족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카다피가 지난 1980년 민영 기업을 전부 국유화함에 따라 카다피 일가와 끈이 없는 부족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한 폭격 등 카다피의 야만성으로 인해 부족들 간 연대가 붕괴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이집트와 튀니지의 경우 엘리트 군부가 시민 혁명에서 핵심 역할을 했지만 리비아의 부족 정치가 카다피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키(Key)’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 식료품 사재기 나서=한편 트리폴리에서는 유혈 사태가 지속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군인들이 거리에 시민 서너명이 몰려있는 것만 봐도 사격을 했으며, 총에 맞은 시체가 거리에 널려있다고 전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카다피의 군이 병원에 있는 부상자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는 루머가 돌아 부상한 시민들이 두려워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에서는 20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소 6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아랍공동체(COMAI)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보안군의 폭격으로 100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루, 리비아와 외교관계 중단=희생자가 늘어남에 따라 카다피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와의 모든 외교적 관계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르시아 대통령은 리비아 정부의 시민들에 대한 억압이 중단될 때까지 리비아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카다피 TV 연설과 관련해 “정말로 소름 끼친다”며 “카다피는 국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랍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회원국인 리비아가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리비아의 회의 참석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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