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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적과의 동침 (15)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현 양! 현성애! 방으로 들어가자니까?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어쩌고 하는 시조도 있잖소.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갑시다. 침대가 바로 저긴데…”

유민 회장이 사정하는 투로 말했지만 현성애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바지를 훌렁 벗겨내었다. 하마터면 바지자락에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그녀는 비틀대는 유민회장을 부축해가면서도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어서 기립시키세요, 회장님.”

“이런! 여기서? 바깥에서?”

“세상만사, 과감하게 밀어붙일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에요.”

어느새 유민 회장의 바지는 복도에 나뒹굴고 있었다. 물론 팬티마저도 벗겨진지 오래였으니 이미 그는 반 나체였다. 다만 윗도리를 걸치고 있을 뿐인데 그나마 단추가 모두 풀려 있으니 황금박쥐나 배트맨이 걸친 망토와 다를 바 없었다.

“어서 누우세요.”

“여기서? 앗 차거라!”

현성애는 마치 유도선수처럼 유민 회장의 안다리를 걸어 바닥에 쓰러뜨렸다. 복도는 차가운 대리석이었으며 바람을 막아주는 섀시도 설비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냉골 그 자체였다. 한겨울 저녁에 차가운 돌바닥에 누웠으니 정신이 아득할 밖에. 그나마 알궁뎅이를 바닥에 대고 있으니 이빨이 덜덜 맞닿을 지경이었다.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이번엔 현성애가 스커트를 들어 올리고 삼각형을 훌렁 벗어내더니 기수처럼 유민 회장의 배를 깔고 단숨에 올라앉았다. 분위기는 낭만적이었으나 유민 회장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문고리만 당기면 침대가 놓인 아늑한 방이 있는데 냉기 흐르는 복도에서 상열지사에 돌입하다니.

“현성애!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니까?”

“때론 과감하게 내지를 때에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드리는 거예요. 이른바 초현실적인 즐거움 말예요.”

“엉덩이가 차갑고 불편해요. 미치겠어. 그리고 혹시 남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글쎄, 그런 게 초현실적인 즐거움이라니까요? 도둑질 할 때도 두려움과 동시에 나름대로의 쾌락을 느낀다잖아요? 세계에서 제일 비싼 승용차 ‘부가티베이론’에는 여행가방 하나도 제대로 들어갈 자리가 없어요. 그래도 그 차를 15억 원이나 주고 사는 이유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는 매력 때문이라고요. 그러니 잠자코 계세요.”

아! 그렇구나. 유민 회장은 그 순간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엉덩이는 차갑고 불편해 미치겠는데 한편으로 지겟작대기에는 뜨끈한 온기가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손등은 꽁꽁 얼어붙어 가는데 웬걸, 젖가슴에 맞닿은 손바닥에는 따끈한 온기가 번져오고 있질 않은가.

“이게… 초현실적인 즐거움이란 말인가?”

현성애는 어느새 브래지어마저 벗어던지고 그의 배 위에서 말 달리는 중이었고, 그때마다 머리칼과 젖가슴이 울렁울렁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민 회장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엇, 차가워라. 어이쿠, 낯 뜨거워라. 이걸 어쩌나…

“안되겠어, 방으로 가자. 현성애.”

유민 회장은 대리석 복도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누운 채 무릎을 세워 방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군인들이 철조망 통과 훈련을 감행하는 형태였다. 물론 현성애를 배 위에 태운 채로…. 팔꿈치와 엉덩이가 걸레처럼 헤지는 것도 같았으나 밑에서 올려다보는 그녀의 원추형 가슴은 어찌 그리도 예쁘던지, 그녀의 불라우스 자락이 언뜻언뜻 스쳐갈 때마다 가슴 끝에 달린 꼭지가 살짝 머리를 내밀곤 하는 것이 참으로 낭만적이기는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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