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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팝, 스니퍼일까 헴일까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빅뱅 티셔츠’를 한정판매해 큰 매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유니클로는 포브스가 2009년과 2010년 일본 최고의 부자로 선정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이후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통하는 브랜드다.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빅뱅 티셔츠를 아티스트 시리즈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론칭했다고 한다. 오는 5월 케이팝 스타인 빅뱅의 일본 공연을 찾게 될 팬들을 겨냥한 것이다.
요즘 일본 스포츠신문 홈피에는 한류 뉴스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산케이스포츠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시이 히로미 씨를 ‘신한류-K-pop다이어리’에서 케이팝의 서포터로 연재하고 있다. M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외국인 지원자가 가요를 열창하는 모습은, CNN이 ‘한국은 아시아의 할리우드’라고 언급할 만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신한류를 한국 글로벌 기업의 성장 과정과 비교했다. 콘텐츠 저변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의 전략적 투자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 크다는 것이다.
매년 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음반박람회 미뎀(MIDEM)에 한국관이 처음 문을 열고 우리 가요를 소개했던 1999년에 비하면, 케이팝은 삼성 휴대폰, 현대차처럼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그곳에서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부스 사이를 누볐던 이수만 씨는 케이팝의 성공 아이콘이 됐다.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진행된 디지털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한 국내 음반산업은 당시 베스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치즈를 다 먹어치운 후, 당장 새 치즈를 찾아 떠난 생쥐들과는 달리 분석만 하고 헛기침만 하던 꼬간 헴과 허의 신세와 다름없었다. 투자 라인을 잃은 기획사들은 적잖은 수익을 포기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첨단 유통 시스템을 갖춘 IT 기업들과 손잡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식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탄생한다. 음반기획사들은 음반 시대에 비해 매출 수익이 10분의 1로 줄게 되자 ‘글로벌’이라는 빅 마켓과 OSMU 전략이 절실했다. 드라마보다 한발 앞선 경험으로 글로벌형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력 있는 아이돌 그룹 한 팀을 만들기 위해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감수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오디션, 트레이닝, 프로듀싱, 프로모션이라는 한국판 연예 시스템을 상당 부분 엿볼 수 있다. 극중 기린예고의 간판만 바꾸면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빅3인 SM, YG, JYP다. 동방신기, 카라 사건은 음반 산업이 침체하고 수익 규모가 형편없던 시절, 2AM의 조권처럼 ‘8년간 연습생’을 포함해 수십명을 장기간 교육, 숙식까지 전담했던 기획사의 투자방식에서 나온 역효과 중 하나다.
수급이 안정된 자국 시장을 믿고 신한류의 힘을 빌려 스타 마케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본에서는 아시아 콘텐츠 허브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을 해야 할 쪽은 한국이다.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됐던 케이팝이 이처럼 글로벌 콘텐츠의 흥행성 있는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관련 부처 장관이 강조했던 ‘글로벌 OSMU 비즈니스 전략’은 구호만 컸지 결실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팝 스타가 직접 매출 수익을 올린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경제적 효과들은 눈에 띄질 않는다. 빅뱅 티셔츠는,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킨 ‘겨울연가’는 일본에 270억원에 수출했지만 일본은 부가 매출로 40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걸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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