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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곳에 가고싶다> 올 겨울 마지막 눈꽃여행
입춘이 지났다. 아직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도무지 수그러들 것 같지 않던 동장군의 위세는 분명 한 풀 꺾였다.

이즈음 등산 마니아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가는 겨울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설산(雪山)에 오를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로 몸과 마음을 씻는 늦겨울 산행은 작심삼일에 그칠 뻔한 새해 다짐을 다잡기에도 더없이 좋다. 초보 등산객도 용기 내어 겨울산의 마지막 자태를 감상하러 떠날 만하다.
설경이 아름다운 산으로는 설악산, 태백산, 치악산, 덕유산 등이 꼽힌다. 설악산(1708m)은 사계절 내내 절경을 뽐내지만, 그 중에서도 순백의 눈으로 덮인 모습이 가장 웅장하면서도 위엄있다. 2시간 20분 정도면 소공원에서 출발해 신흥사, 흔들바위(계조암)를 거쳐 울산바위까지 도달하는 편도 코스를 마칠 수 있다. 향기로운 소나무숲을 지나 높이 200m에 이르는 거대한 울산바위 정상에 오르면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겨울의 태백산(1567m)은 눈꽃으로 유명하다. 눈꽃이란 눈이나 서리가 꽃 모양의 결정을 이루며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으로, 햇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태백산의 정상 장군봉에 이르는 길에는 주목 군락지가 있는데,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이 주목 가지에 눈꽃이 핀다. 눈꽃을 한껏 감상하고 싶다면 여러 등반코스 중에서 유일사 코스를 택하는 게 좋다. 

이 코스는 유일사 매표소에서 출발해 주목 군락지, 천제단, 망경대, 당골로 이어진다. 등반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30분가량이다. 천제단의 돌담과 안개를 두른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서 있는 주목, 그리고 그 위에 핀 눈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당골광장과 황지연못에서는 매년 겨울 눈꽃축제도 열리는데, 올해는 구제역의 여파로 취소됐다. 그래도 토끼, 이순신 장군,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 등 다양한 모양으로 새겨진 대형 눈조각들은 구경할 수 있다. 

치악산(1288m)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겨울의 산세(山勢)가 특히 수려하다. ‘눈 덮인 치악산은 설악산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산의 능선은 물론이고, 산을 오르는 길에 마주치는 얼어붙은 계곡마저도 운치 있다. 치악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에 이르는 최단 코스는 황골탐방지원센터에서 입석사를 지나 비로봉에 올랐다가 구룡사를 거쳐 구룡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는 것. 비로봉 정상까지 편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치악산은 오래 전부터 악산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나무 계단을 비롯해 각종 등반보조시설이 마련돼 초보자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덕유산(1641m)은 ‘덕이 많은 너그러운 모산(母山)’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름처럼 푸근하고 넉넉한 품을 자랑하지만 알고 보면 남한에서 네 번째 가는 고산(高山)이다. 이 때문에 덕유산을 등반할 때는 곤도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이용해 설천봉까지 오른 다음 여기서부터 걸어서 향적봉과 중봉에 오르는 왕복 2시간 코스를 택한다. 덕유산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감상하고 싶다면 중봉에서 하산하지 않고 오수자굴, 백련사, 삼공리 매표소로 이동하는 5시간 짜리 덕유산 일주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이 중 향적봉에서 중봉까지의 코스는 높낮이의 변화가 많지 않아 고원 트래킹을 하는 기분이 든다. 중봉에서 1.4㎞ 거리에 있는 오수자굴에 가면 바닥에서 천장으로 자라는 고드름도 만날 수 있다. 

김소민 기자/som@heraldcorp.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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