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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복서라는 이름의 사업가’ 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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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통해 보는 세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보석 같은 책이다. 세계 스포츠사회학계에서 전도가 유명한 소장파 학자로 꼽히는 탁민혁 박사(영국 러프버러 대학)와, 그의 아내이자 수영선수-중등교사-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윤진 씨가 어린이 교양잡지에 정성스레 쓴 조각글들을 한데 묶어냈다. 알토란 같은 내용들이 많아 우리네 아이들에게 스포츠의 참의미를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스포츠를 단지 ‘소비’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즉, 스포츠의 주인이 되자는 메시지는 울림이 크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말이다. 한국체대의 장익영 교수(사회체육학과)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와 체육을 전공자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 경기도 포천에 살던 ‘어린 정지성’은 복싱이 좋았다. 유명한 복싱경기를 지켜보는 것(소비)을 넘어 직접 복싱을 하고 싶었다(주인). 포천에서 중고를 다녔는데, 학교에 복싱팀이 없어 동네 복싱체육관(고구려체육관)에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했다. 취미(생활체육)로 한 것이 아니라, 대한복싱협회에 정식으로 선수등록을 하고 대회에 나갔다. 유명한 복어요리집을 운영하는 부모가 귀한 아들이 고등학교 때도 복싱선수를 하는 것에 반대하자, 정지성은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을 다닌다고 둘러댄 후 몰래 복싱을 계속하기도 했다. 복싱만 하는 선수들을 쉽게 능가할 수는 없었지만, 경기도체전 3위 등 나름 성적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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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대 소속으로 복싱대회에 출전한 정지성 '선수'.


# 1989년생인 정지성은 학교공부도 놓지 않았다. 2008년 모 대학에 진학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학교가 아니었던 까닭에 파주에서 GOP 근무로 병역의무를 마친 후 다시 공부를 해 2012년 부산대학교 건축공학부 도시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잠시 중단했던, 정확히 말하면 선수로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던 복싱도 다시 시작했다. 부산대 앞 광명체육관에 등록했고, 학교 다니면서 다시 힘차게 샌드백을 두드렸다. 부산시 신인선수권 3위에 이어 체력이 오른 2016년에는 부산시선발전(75kg급)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 이제 졸업. 사회에서도 복싱과 직업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정지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초 졸업 무렵 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합격했고, 2차를 준비하는데 돈을 벌어야할 상황이 됐다. 이에 2017년초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독일계 의료기기회사에 취직했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서도 성남권투체육관(김종환 관장)에 등록했다. 이번에는 직접 운동을 하면서 ‘코치’로 복싱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나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한 삶이었다.

#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일까, 낮에는 회사생활, 저녁에는 복싱코치를 하던 정지성은 다시 꿍꿍이가 생겼다. 복싱을 하면서 땀에 찌든 복싱글러브가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를 사업화하고 싶어진 것이다. 2018년 9월까지 2년반 직장생활을 하면서 꼼꼼히 준비를 했다. 제품개발을 하고, 특허도 알아보고, 사업계획서까지 차근차근 만들었다. 이것이 결실을 맺어 2018년 여름에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진행한 청년창업 공모에 합격해 1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제품개발, 창업교육 등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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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부터 청년사업가로 변신한 정지성 '대표'.


# 복싱을 하는 30살의 청년사업가 정지성이 개발한 물건은 세계 최최의 ‘쾌속 건조 키오스크’다.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만 냄새가 나고, 축축한 글러브를 3분 만에 쾌적한 상태로 만드는 제품이다. 탈취액이 분사되고, 습기를 제거한다. 한 번에 3쪽을 처리할 수 있고, 복싱글러브는 물론이고 각종 운동화, 스키부츠, 소방관들의 전문화, 골프장갑 등에도 바로 적용이 된다. 2018년 설립한 제품 브랜드 겸 회사이름이 ‘퓨어팟’이다. 안산의 한양대학교 스타트업센터에 입주했고, 3명의 직원도 뽑았다.

# “한국에 피트니스 클럽이 8만 8,000개 정도 있습니다. 복싱을 포함한 격투기 체육관은 6,000개에 달하고요. 이것만 해도 시장성이 큰데, 향후 골프장 혹은 전문크리닝매장도 가능하리라 기대합니다. 판매요? 일단 복싱 쪽에 전념하고 있는데, 지금은 시제품이고, 정식제품은 7월에 나오는데 이미 모 시청팀과 계약을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정지성 대표는 착실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뿌리기만 해도 악취의 근본원인을 없애주는 전문 탈취제까지 만들었다. 6월 24일 청양에서 끝난 대한복싱협회 대회에서 시연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마케팅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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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대표가 복싱대회 현장에서 관계자들에게 퓨어팟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 퓨어팟은 이미 국내 특허를 받았다. 정 대표가 파악한 바로는 전 세계에도 이런 기계는 없다고 한다. 성실한 사람이 진심으로 특정 운동을 좋아한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사업으로도 성공하는 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복싱요? 사업 론칭이 끝나는 대로 다시 해야죠.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몸이 좋지 않아서 사무실 앞의 복싱체육관을 알아봤어요. 곧 다시 복싱을 제대로 시작할 겁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복싱마니아인 정 대표는 이미 프로복싱단체(복싱M)에 크지는 않지만 작은 후원도 시작했다. 사업이 번창하면 대대적으로 복싱에 투자하겠다는 마음은 당연하다. 빨리 성공하고 싶을 텐데, 혹시 집안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을까? “하하, 사실 부모님의 음식점이 제법 잘 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혼자 힘으로 도전할 겁니다. 복싱이 말이죠, 링에서는 늘 혼자이잖아요? 이겨도, 져도 혼자 하는 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 정지성 대표는 행복한 스포츠인, 진짜 복싱인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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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대표가 지난 2월 배틀로얄 시즌2 대회에서 우수선수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사진=TV화면 캡처]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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