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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준 칼럼} 톰 바이럼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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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바이럼. [사진=PGA투어]


뱁새 김용준 프로가 골프 방송 해설자로 데뷔한 얘기는 이미 했다. 골프채널코리아(IB스포츠)에서 PGA 챔피언스투어를 해설하기 시작한 것 말이다. 사흘짜리 첫 방송을 마치고 ‘첫 술에 배부르겠는가’하고 자위하면서도 조마조마했다. 혹시 시작하자마자 하차를 명 받지나 않을까 하고. 재방송을 보니 실수투성이다.

한 주 건너 뛰고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휴~우! 안도감도 잠시.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다. 뱁새 김 프로 아니 이제 김 위원은 긴장했다. PGA 챔피언스 투어에도 다섯 개 메이저 대회가 있다. 메이저 대회에는 선수들이 기를 쓰고 덤빈다. 우승 상금도 많고 명예까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뱁새 김 위원도 이번에는 조금 잘해보자고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긴장한 채 경기를 해설했다. 메이저 대회는 나흘이다. PGA 챔피언스투어가 보통 사흘짜리인 것과 다르다. 나흘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우승은 스티브 스트리커가 차지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또 낯선 이름이 들어왔다. 바로 5위를 기록한 톰 바이럼(Tom Byrum)이다. 그가 셋째날 하루 6언더파를 쳐서 데일리 베스트(그날 나온 가장 좋은 성적)를 기록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마지막 날 두어 계단 더 치고 올라오자 누군지 궁금해졌다. 기록을 찾아보다가 나는 조금 놀랐다. 그는 1960년생이다. PGA 투어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85년이다. 35년째 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승은 단 한차례 뿐이다. 지난 1989년 PGA 켐퍼오픈 때다. 그는 그 뒤 무려 20년을 더 PGA 투어에서 뛰었다. 하지만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PGA 챔피언스투어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10년. 벌써 10년째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승이 없다. 그가 우승 턱밑까지 간 적은 한 번 있었다. 지난 2016년 도미니언 채러티클래식 때다. 그는 최종일 13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달렸다. 그 때만 해도 27년만에 우승을 손에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그는 14번 홀에서 뼈 아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한다. 그 사이 2위를 달리던 선수가 15번홀과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두 선수가 동타. 둘은 연장전을 치렀다. 그런데 첫 홀에서 버디를 잡은 것은 그가 아닌 상대였다. 그가 꾼 27년만의 우승이라는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 날 연장에서 톰 바이럼을 꺽은 선수는 바로 스콧 맥카론이다. 올 시즌 현재 PGA 챔피언스투어 상금 랭킹 1위다.

다시 톰 바이럼 얘기를 하자. PGA 투어에서도 그는 연장전에 두 차례 나갔다. 1994년과 1999년이다. 그런데 두 번 모두 졌다. 시니어 투어까지 포함해 연장전 3전3패를 놓고 나는 그를 새가슴(배짱이 두둑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속어)이라고 절대 폄하하지 않겠다. 살아 있는 전설 가운데 연장전 8전 전패를 기록한 선수도 있으니까. 그 전설이 누군지는 나중에 얘기하자.

톰 바이럼의 기록에서 내가 가장 탄식한 부분은 따로 있다. 그가 PGA투에서 5백 개가 넘는 대회를 뛰었다는 사실이다. PGA 챔피언스투어까지 합치면 6백 개 대회를 훌쩍 넘는다. 탄탄대로를 달리며 그렇게 많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스물 아홉 살에 단 한 번 우승을 하고 30년을 우승 없이 이렇게 하는 선수는 흔치 않다.

그는 PGA 투어 카드를 수시로 잃고 큐스쿨(투어 카드를 얻기 위해 치르는 시합)을 전전하기도 했다. 지난 1985년 투어에 첫 입성할 때 치른 큐스쿨이야 그렇다고 치자. 그는 1991년에 다시 큐스쿨을 치렀다. 1989년 거둔 우승의 약발(투어 카드 2년간 유지)이 다하자 마자 투어에서 미끄러졌다는 얘기다. 그 이듬해인 1992년에도 다시 큐스쿨을 거쳤다. 1995년과 199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상금랭킹 상위에 들지 못해 몇 차례나 피 말리는 시즌을 보내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가 2005년 마흔 다섯 살에 다시 PGA투어 큐스쿨을 통과한 것도 대단하다. 톰 바이럼. 그는 인구가 6백 여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형을 따라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 스물 다섯에 프로로 전향하고 5년을 갈고 닦은 끝에 스물 아홉에 첫 우승을 거둔 톰 바이럼. 첫 우승 때만 해도 얼마나 꿈에 부풀었을까? 첫 우승 뒤 3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 우승도 없이 묵묵하게. 그의 도전에 경의를 표한다.

뱁새 김위원도 스타 플레이어를 동경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더 가는 쪽은 이렇게 ‘지독하게’ 묵묵히 도전하는 선수다. 동병상련일까? 어쭈? 뱁새 김 프로 너 우승 한 번이라도 한 적 있냐고? 우승이 다 뭐야 2,3부 투어 본선에 나가본 적도 몇 번 안 된다. 뜨끔하다. 톰 바이럼이 언젠가 꼭 우승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뱁새가 그날 해설을 하고 있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흠! 속셈이 너무 드러나나? 뱁새 김 위원이 실수를 연발하면서 해설하는 PGA 챔피언스투어는 골프채널코리아에서 볼 수 있다. 몇몇 지역의 채널 번호를 덧붙이는 것은 PGA챔피언스투어를 시청하는 것이 독자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절대 다른 뜻은 없다. 김용준 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KPGA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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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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