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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완욱의 골프주치의] (21) 좋은 타이밍을 만드는 '무심 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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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데카르트의 명언을 빌리지 않아도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마련이지요. 골프로 한정해도 그렇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여러분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요? 필드에 나가 프로한테 배운 대로 생각하고 쳤는데 잘 안 되고, 어제 방송이나 유투브로 골프레슨을 보고 감명을 받아 모처럼 연습장에 갔는데 금과옥조 같은 조언과는 달리 10분 만에 지쳐버리지는 않는지요?

골프가 그렇습니다. 생각처럼 잘 되지 않죠. 역설적으로 많은 아마추어들의 ‘골프가 잘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생각이 많다는 겁니다. 특히 필드에서 생각이 많은 것은 큰 잘못입니다.

운동은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 없이 기존에 익혀진 스윙으로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기존의 스윙을 상황에 맞게 구사하는 게 최선이죠. 이렇게 본인한테 맞는 타이밍으로 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이 대목에서 ‘EBS 동영상’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제목이 ‘[EBS 지식프라임] 젓가락질, 골프 그리고 영어의 공통점’인데요.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분량이 4분 43초라 금방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번씩들 보기를 권합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명시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이 있는데, 전자는 이해하고 암기하면 되는 까닭에 명쾌한 반면, 암묵적 지식은 배우기도 가르치기도 어렵다는 것이죠. 젓가락질, 골프, 영어의 공통점이 바로 이 암묵적 지식이고, 우리한테는 어려서부터 훈련되는 젓가락질은 쉬운 반면, 골프와 영어는 오랜 연습이 없기에 어렵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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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골프, 그리고 영엉의 공통점'이라는 EBS동영상의 한 장면.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프로골퍼와 아마추어 골퍼의 뇌영상 연구입니다. 골프 스윙 시 뇌의 사용 부위를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프로골퍼와 아마추어 골퍼의 뇌 부위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프로는 뇌의 아주 작은 부분을 조금 사용하고, 아마추어는 다양한 부분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훈련이 잘된, 즉 암묵적 지식이 뛰어난 프로골퍼는 목표만 생각하고 다른 생각 없이 스윙을 하는 반면, 아마추어는 어드레스에서 피니시까지 스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샷을 날린다는 겁니다.

사실 이는 프로선수들에게도 종종 문제가 되곤 합니다. 프로들도 필드에서 공이 맞지 않으면 스윙의 메커니즘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있죠. 물론 스윙에 대한 생각은 스윙을 좋게 만드는 기본이 됩니다. 하지만 이게 지나치면 즉,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심리적 간섭이 많아져 되레 자신만의 고유 감각을 잃어버릴 우려가 큽니다. 슬럼프로 번질 수 있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운동(골프)을 습득하는 과정에는 인지단계, 즉 이론적 지식(명시적 지식)을 통해 연습을 합니다. 몸에 익히기 위해 많은 반복 연습을 통해 자동화 단계로 가는 것이죠. 자동화가 완성되는 단계는 생각 없이 몸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걸을 때 발동작이나 손동작, 순서 등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이미 자동화가 된 것이죠.

EBS 동영상에서도 외국인들은 젓가락질을 할 때, 먼저 명시적 지식으로 그 방법을 배운 후에 수많은 반복연습을 통해 암묵적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골프가 그렇고, 영어학습도 그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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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국에서 동계훈련을 할 때 지인이 뒤에서 사진을 찍었네요. 필드에서 공을 칠 때는 목표에 집중하고, 스윙 매커니즘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스윙에 대한 생각’, 즉 명시적 지식을 우리가 연습할 때 어떻게 사용하면 될까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볼을 칠 때는 스윙을 생각하지 마라’입니다. 스윙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은 슬로우 모션과 연습(빈)스윙을 할 때만 하는 게 좋습니다. 필드에서는 물론이고, 연습장에서도 직접 공을 칠 때는 스윙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잠깐 공에서 떨어져 스윙을 생각하면서 점검한 후 타석에 들어서면 느낌으로 그냥 치는 겁니다. 공을 치면서 동시에 스윙을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은 연습방법입니다.

특히 필드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목표를 보고 본인에 내재되어 있는 감각(시각, 청각, 촉각, 고유수용감각)을 활용해 편안하게 치는 것이 가장 좋은 타이밍과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다시 강조하는데요, 필드에서 전날 프로에게 받은 레슨내용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얻은 (명시적)지식을 필드에서 억지로 적용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몸에 익숙치 않아 오히려 실패의 위험이 큽니다. 또 생각이 많으면 스윙 전 인터벌이 길어지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타점과 구질의 실수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평소에 잘 나오지 않는 황당한 샷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면 또 다시 스윙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고, 라운드 내내 편하지 않습니다.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죠. 세상사는 지혜가 그렇듯 골프도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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