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00대 코스 정복한 골프 유목민 데이비스의 여정
이미지중앙

네덜란드에 사는 골퍼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지난달 말에 세계 100대 코스를 모두 라운드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 유목민(nomad)’ 데이비드 데이비스(David Davis)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 컨설턴트로 인생의 목표이던 세계 100대 골프코스 라운드 순례를 지난달에 마쳤다.

2016년에 3박4일간 한국의 베스트 코스를 돌아봤던 데이비스는 최근 ‘골프의 성배를 들어올렸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지난 11월 마지막 날에 오거스타내셔널에서의 라운드를 끝으로 세계 100대 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이었다. 골프 세계 여행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달성한 것이었다. 갑부도 아닌 그가 골프로 유명 코스를 돌아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골프 여행가가 된 계기
1970년 오리건에서 태어난 데이비스는 어린 시절 각종 구기(球技)에 재능을 보였다. 야구에서는 투수, 농구에서는 포워드였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16세에 테니스를 시작해 선수를 꿈꿨다. 대학스포츠연맹(NCAA) 디비전1의 테니스 선수로 포틀랜드대학을 마쳤고, 1994년에 졸업한 뒤로 실업대회 격인 새틀라이트 선수로 잠시 활동도 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선수의 꿈을 접고 스포츠 마케팅으로 전업했다.

골프는 어렸을 적에 취미였다. 테니스 선수를 오래한 덕에 좋은 임팩트와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서 나오는 드라이버 샷은 처음부터 뛰어났다. 테니서 선수 시절 항상 누군가와 대결하던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경쟁적으로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아일랜드 출신의 코치에게서 좀 더 세밀하게 배워 핸디캡은 4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하지만 골프 구력이 쌓이면서 점차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데이비스를 세계 골프 여행가로 만든 건 지난 2005년에 은퇴한 부친과의 골프 여행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부친은 스코틀랜드를 항상 동경했으나 한 번도 미국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데이비스 부자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를 시작으로, 카누스티, 킹스반스, 노스버윅, 걸레인 등의 베스트 코스를 돌아보는 인생 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을 마친 뒤로 데이비스는 링크스 코스에 빠졌고, 취미삼아 코스 설계가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중앙

사이프러스포인트에서의 데이비스.


톱100코스 패널로 활동하다
새로운 코스를 탐험하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데이비스는 스포츠계 다양한 인맥을 최대한 활용했다. 테니스 선수 시절이나 사업상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코스를 부킹하고 찾아가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암스테르담 인근 북해에 면한 링크스인 노르드바익(Noordwijkse)골프클럽(골프다이제스트의 2012년 미국제외 세계 100대 87위 코스) 회원이 되었다.

데이비스는 노르드바익 골프장 운영위원회 위원이던 코스 설계가 마틴 애버트와 친분을 쌓으면서 코스를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었다. 애버트는 디오픈의 9개 순회 코스 관계자들과 돈독한 친분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그를 통해 데이비스는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의 좋은 코스를 라운드할 기회를 점점 넓혀갔다. 반대로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골퍼들을 위해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의 코스로 안내하는 일도 했다.

2010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급 회원제인 사이프러스포인트에 초청받은 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었다. 당시 그의 약혼녀는 갑자기 미국 여행을 간다는 말에 ‘자신과 사이프러스포인트 중에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그의 다음 선택은 약혼녀와 함께 최고의 코스에 가는 여행이었다. 거기서 세계 최고의 코스를 돌아본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회원 3백명 미만에 극도로 폐쇄적인 운영정책을 가진 프라이빗인 사이프러스포인트에서의 라운드 체험을 네덜란드의 월간지 <골프매거진>에 기고했다. 얼마 후 글을 읽은 영국의 톱100골프코스사이트(Top100golfcourses.com) 편집장으로부터 ‘코스 패널로 활동하면서 중부 유럽 코스들을 평가할 수 있는지’를 의뢰받았다. 평소에 그가 하던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던 그는 제안에 흔쾌히 응해 톱100사이트의 코스 패널이 되었다.

이미지중앙

지난 2016년 나인브릿지를 돌아본 데이비스(오른쪽)와 일본 골퍼 키미.


아시아 베스트 코스 유람
유럽과 미국 코스는 꽤 많이 돌아다녔으나 문제는 연고도 없고 말도 잘 안통할 것 같은 아시아였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 중순부터 한 달여에 거쳐 작심하고 베트남을 시작으로 태국, 중국, 한국, 일본의 5개국을 도는 아시아 여행을 감행했다.

호치민에 도착한 뒤에 한 시간 반 거리의 호트램블러프스에서 라운드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출발해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태국의 아유다야 링크스 골프장이 세계 100대 코스에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방콕 시내 북쪽에 위치한 이곳을 찾은 데이비스는 코스 설립자인 삐딱 회장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코스를 돌아보았다. 삐딱은 전직 부총리였고 은퇴한 뒤에 늪지대에 골프코스를 직접 설계하고 공사까지 완료한 열정적인 오너 골프광이었다.

태국에서의 라운드를 마친 데이비스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쿤밍으로 향해 춘성(Spring city)리조트의 두 코스를 라운드한 뒤 해남도로 향해 미션힐스 블랙스톤, 샹킹베이와 션저우 페니슐러 듄스의 3개 코스를 라운드했다.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로 홍콩에서 톱100 사이트의 코스 패널인 일본인 키미토시 호시야마 씨를 조우한 뒤에 함께 제주도로 왔다. 클럽나인브릿지에서 라운드를 한 뒤에 데이비스는 사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우스케이프오너스를 보기 위함이었다. 거기서 하루를 자고 이튿날 정재봉 회장과 라운드하고 김포로 올라왔다. 다음날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를 찾아 한국인 코스 패널의 도움으로 라운드하고는 일본으로 향했다.

마지막 여행지인 오사카에서는 소수회원제인 나루오, 히로노에서 라운드를 했으며 도쿄로 옮겨 리조트 코스인 카와나와 도쿄GC를 라운드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톱100코스 패널이고 그의 글이 톱100 사이트에 올라간다는 게 그의 프라이빗 골프장 여행을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여행국마다 있던 코스 전문가들이 그의 라운드 여행을 도왔다. 아시아를 섭렵하면서 그는 미국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중에 80% 이상을 달성했다.

이미지중앙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에서 포즈를 취한 데이비스.


오거스타내셔널에서 화룡점정
세계 100대 코스를 향한 그의 열정은 달성하는 라운드하는 코스수를 하나 둘씩 채워갈 때마다 점차 더 어려워졌다. 유럽 대부분의 코스들은 부킹이 어렵지 않았으나 90곳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각종 인맥과 이메일이 동원되어야만 가능했다. 다행히 톱100코스 패널이라는 신분이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전 세계 골프 여행가들이 참여하는 이 사이트는 오로지 좋은 코스에 대한 정보를 주는 데만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행에 따른 항공료, 그린비, 숙박료 등의 제반 비용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으나 부킹 자체가 그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극소수의 회원을 가진 오거스타내셔널의 라운드 약속을 잡은 건 길었던 100대 코스 여정의 맨 마지막이었다. 11월29일 오후에 그는 조지아 오거스타 공항에 내렸다. 회원으로부터 오거스타내셔널 안에 있는 캐빈에서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그는 특히 와인셀러에 감명받았다. 수십년간 골프장은 와인에 투자했고, 저녁 식사의 와인리스트에는 그 모든 것을 다 적어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파3 코스를 돌아본 뒤에 이어서 마스터스의 무대를 라운드하는 것으로 꿈의 여정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데이비스는 세계 베스트 코스 여행을 하려는 골퍼에게 필요한 것으로 용기와 모험 정신을 첫 번째로 꼽았다. 라운드를 마친 만족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각국을 돌려면 돈도 많이 들여야 한다. 하지만 코스를 하나씩 라운드하고 채워갈 때의 감동은 무한하다.” 자신의 여행에 대한 소개를 마친 그는 인스타그램 주소(daviddavis@top100golftraveler)를 기사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세계 100대 코스 전도사다운 주문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