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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조롱 받은 스윙’ 짐 퓨릭이 주는 교훈

* 그동안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를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이 칼럼은 2017년 7월 5일 시작해 이번 최종편까지 17개월 동안, 73회를 내보내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흥미로운 골프역사와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했고, 때로는 우리네 골프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저자 박노승 KGA경기위원은 더 나은 글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거듭 감사 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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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의 이상한 백 스윙.


미국 골프 토크쇼의 진행자 데이비드 페허티는 짐 퓨릭의 스윙을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문어”처럼 기이한 형태라고 조롱했다. PGA투어에서 가장 이상한 스윙이며, 우리나라 골프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짐 퓨릭의 8자 스윙을 보면서 좋은 스윙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는 없을 듯싶다. 좋은 스윙과 나쁜 스윙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버지는 티칭프로

짐 퓨릭 (1970~)은 PGA 티칭 프로인 아버지 마이크 퓨릭으로부터 골프를 배웠으며 다른 코치는 없다. 당연히 티칭 프로인 아버지가 짐 퓨릭의 이상한 스윙을 교정해 주지 않고 자기 만의 스윙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의 아버지는 어떤 코치도 자기 아들의 스윙에 참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마추어로 대학선수 생활을 했던 짐 퓨릭은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나 짐 퓨릭은 조금도 서두르거나 초조해 하지 않고 묵묵히 연습하며 기량을 발전시켜나갔다.

아버지가 짐 퓨릭에게 확실한 목표를 정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대학에서 최고 선수가 되려고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다. 네 목표는 프로가 되었을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므로 아마추어의 성적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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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의 크로스 핸드 퍼팅그립.


퍼팅 그립과 스윙 그립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아버지는 퍼팅 그립을 어떻게 정해줄 것인지 고심했다. 평범한 리버스 오버래핑 그립이 좋을지 아니면 왼손이 아래로 가는 크로스 핸드 그립이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아버지는 친분이 있던 아놀드 파머에게 전화하여 의견을 구했다. 파머는 자기가 다시 골프를 시작한다면 퍼팅은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 배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게리 플레이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게리 플레이어의 대답도 아놀드 파머와 같았다. 그래서 짐 퓨릭은 어려서부터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 퍼팅을 하게 되었다.

짐 퓨릭의 스윙 그립은 아주 특이하다. 그는 오른손의 마지막 두 손가락을 왼손 위로 덮어서 잡는 더블 오버래핑 그립을 사용한다. 아마추어 시절에 훅이 나는 문제가 있어서 오른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두 손가락을 왼손 위로 덮어 잡고 연습을 했다. 왼손과 왼팔이 스윙을 리드하도록 하면 훅이 날 가능성이 훨씬 적어졌다. 더블 오버래핑 그립은 연습용 그립이었고 시합에 가면 평범한 오버래핑 그립을 사용했다.

짐 퓨릭이 PGA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후 한 대회의 1 라운드 성적이 너무 좋지 않자 아버지가 2라운드부터 더블 오버래핑 그립으로 시합을 하도록 제안했다. 2라운드에서 68타를 치며 컷을 통과하자 그 이후 짐 퓨릭은 더블 오버래핑 그립으로 완전히 변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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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릭의 더블 오버래핑 그립.


짐 퓨릭의 업적


메이저 1승을 포함하여 PGA 투어 17승을 올린 짐 퓨릭의 성적은 화려하다. 우선 커리어 총 상금을 6,800만 달러나 벌어서 이 부문 4위이다. 그의 앞에는 1위 타이거 우즈, 2위 필 미켈슨, 3위 비제이 싱이 있을 뿐이다.

퓨릭은 2013년에 59타를 기록하여 PGA 투어 역사상 59타를 쳤던 8명 중 한 명이 됐다. 더 놀라운 것은 2016년 8월 46세의 나이에 역사상 한 번 밖에 없는 58타를 쳤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미스터 58’이다.

2016년 짐 퓨릭의 드라이브 거리는 280야드로 PGA투어 160위에 불과했다. 거리의 열세를 극복하며 58타를 쳤으니 퓨릭의 드라이브 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 그리고 퍼팅이 얼마나 견고한지 상상할 수 있다. 짐 퓨릭은 90cm와 180cm 거리의 퍼팅 성공 확률이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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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 스윙의 궤적.


좋은 스윙과 나쁜 스윙


우리는 처음 보는 다른 골퍼의 스윙을 살피며 그 스윙을 “좋다” 또는 “나쁘다”고 평가한다. 이때 좋은 스윙은 결과를 비교하지 않고 보기에 좋다는 뜻이다. 그런 기준으로 퓨릭의 스윙을 평가하면 나쁜 스윙일 것이다.

그런데 퓨릭이 스윙이 나쁘다면 어떻게 총 상금 순위 4위가 되었고, US 오픈 챔피언이 되었으며, 59타와 58타를 쳤겠는가. 퓨릭의 스윙은 이상하게 보이지만 임팩트 구간에서 가장 오랫동안 스퀘어 상태를 유지한다. 그의 스윙은 보기에 좋지 않고 흉내내기 어렵지만 좋은 스윙인 것이다.

보기에 좋은 스윙을 “좋은 스윙”이라고 말하는 것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좋은 스윙의 정의는 보기 좋은 스윙이 아니고 결과가 좋은 스윙이어야 할 것이다.

많은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 좋은 스윙이라고 믿는 프로의 스윙을 흉내내고 싶어한다. 어려서부터 스윙을 배웠다면 모를까, 대부분 비슷한 모양으로 흉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프로처럼 볼을 치지 못한다. 프로는 최소 2만 시간 이상 연습을 하는데 아마추어 연습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가 만났던 어떤 프로는 이제 나이 30세가 되었는데 골프를 시작한 이후 5만 시간 이상 연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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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의 스윙에서 임팩트 순간의 모습.


스윙은 골프의 일부일 뿐


자기의 스윙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반복할 수 있고, 결과가 좋으면’ 그 스윙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아주 오래된 골프 속담에 “스윙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내기에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이상한 스윙으로 잘 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골프를 처음 배운다면 프로를 찾아가서 보기 좋은 스윙을 배울 수 있겠지만, 10년 이상의 구력을 가진 골퍼라면 스윙을 바꿔서 더 잘 쳐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좋다.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고,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투자되므로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스윙을 바꾸려 하지 말고 체력운동을 더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주말 골퍼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스윙의 기준이 있다. 욕심이 과해서 라운드에 나가서 스윙과 싸우다가 화를 내고 돌아온다면 골프의 본질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골프는 재미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치는 것이다. 자기의 기량에 맞는 목표를 정해서 라운드가 즐거웠다면 성공적인 하루일 것이다. “라운드에 나가면 스윙을 플레이 하지 말고, 골프를 플레이 하라”는 명언을 잊지 말자. 골프의 최종 목표는 좋은 점수를 내는 것이고, 스윙은 골프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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