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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25] 싱가포르의 코스 감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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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센토사의 뉴탄종 코스에서 올해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이 열렸다. [사진=AAC]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싱가포르)=남화영 기자] 전 세계에서 국토의 단위 면적당 골프장이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하는 도시 국가 싱가포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골프장을 장기 계획 하에 감축시키려 한다.

싱가포르는 2006년 최대 17개소에 달했던 골프장 수가 올해 15개소로 축소되었고, 다가오는 2023년까지는 12개가 되도록 3개소를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호주의 골프리서치회사 GBAS가 최근 펴낸 심층 보고서를 바탕으로 골프장과 도시와 골프인구에 대한 방향을 탐구해본다.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말레이시아에 속했다가 1965년 독립한 도시국가다. 면적은 710㎢로 서울시(605.5㎢)보다 약간 크고 인구는 2018년 기준 579만명으로 서울(998만명)의 절반을 넘는 정도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최고를 다투는 나라이면서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금융 메카이고 서구화된 곳이라 골프장이 많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골프 역사가 매우 깊다. 최초의 코스는 1905년에 9홀에 20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싱가포르아일랜드컨트리클럽(SICC)이다. 1924년 9홀을 증설한 SICC의 부킷(Bukit) 코스가 최초의 18홀 코스다. 1925년에는 총독에 의해 공식 개장되었고, 1938년 영국왕 킹 조지 6세가 후원자가 되면서 로열싱가포르클럽으로 개명되었다. 세월이 흘러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로열’ 칭호는 떨어지고 아일랜드 클럽으로 개명되었다. 이곳은 지난 2011년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을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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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한이 우승한 아시안투어 SMBC싱가포르오픈이 열리는 센토사 세라퐁 코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남쪽의 인공섬 센토사는 아시아 골프의 중심지다. 아시안투어 헤드쿼터와 유러피언투어 지부가 있으며,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아시아태평양지부가 위치한다. 짧은 연결도로가 있어서 자동차로 오갈 수 있다. 호텔과 관광명소, 테마파크와 레스토랑, 해수욕장을 갖추고 있다. 센토사개발(SDC)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은 세라퐁과 뉴탄중 두 개의 코스 36홀이다.

대표적인 골프장 정보 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의 평가에 따르면 싱가포르 최고의 코스인 센토사의 세라퐁 코스는 1961년 시작된 내셔널타이틀 대회 싱가포르오픈을 2005년부터 12번(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바클레이스가 스폰서였고, 3년을 쉰 뒤에 2016년부터 SMBC가 메인 스폰서가 되었다) 개최하고 있다. 이웃한 뉴탄종 코스는 올해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열린 코스이면서 미국프로여자골프(LPGA)투어인 HSBC위민스챔피언스 개최 코스이기도 하다.

자그마한 도시국가에 불과하지만 싱가포르가 아시아 골프의 중심이고 국제 대회가 매년 2개씩 열리는 데도 정부 차원에서 골프장을 감축하려 한다는 건 아이러니컬하다. GBAS의 보고서에는 골프 인구에서 싱가포르 골프를 접근한다.

싱가포르 골프의 가장 큰 문제는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점차 늙어가고 줄어든다는 점이다. 나이든 세대는 경제력이 줄어들어 코스를 찾지 않고 젊은 세대는 골프를 별로 즐기지 않는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골프장이 많은 싱가포르는 운영의 문제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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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골프의 명소로 홍보된 마리나베이 퍼블릭도 5년 뒤에는 존폐의 기로에 놓인다.


싱가포르 역시 낮은 출생률로 고민하는 도시국가다. 지난해 30%의 인구가 55세 이상인 고령사회인 싱가포르는 9년 뒤인 2027년이면 이들 비중이 36%로 급증한다. 이중 15개 골프장이 싱가포르 녹지의 12%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싱가포르의 골프 인구는 8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중 25%가 골프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4만6천명이 12개의 회원제 코스에 회원으로 있지만 83%가 55세 이상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총 94만4천여 건의 라운드가 있었는데 이를 18홀 골프장의 1년 평균 라운드로 환산한 결과 4만6천회에 그쳤다. 열정적인 골퍼는 한 해 평균 41번 라운드를 하며 그중에 4분의 1이 주말마다 한 번은 라운드를 가진다. 나이 많은 그들은 이제 나이를 먹으니 감소된다.

내수에서 골프장의 경제성을 찾아야 하는데 싱가포르의 연간 인구 증가율은 0.5%에 그친다. 2040년이면 650만명에 이를 것이다. 현재의 한 골프장당 라운드 비율이라면 20년 뒤에 골프장은 12곳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싱가포르를 찾는 해외 관광객의 40% 이상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데 이들은 골프장을 별로 찾지 않는다. 골프 관광객의 90%는 주변 동남아 밖에서 발생한다. 그중에 한국이 21%로 가장 높고, 호주가 15%, 미국이 14%를 차지한다. 이건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는 골프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에는 주변 동남아 국가와 경쟁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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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최고이던 타라메라 가든 코스가 창이 공항 확장으로 축소되면서 평범한 코스로 변했다.


그래서 인기도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부동산 개발의 필요가 높은 골프장부터 없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롱골프장에 이어 올해 래플스 골프장이 폐장되었다. 두 곳의 골프장은 말레이시아까지 연결하는 초고속열차 노선을 건설한다는 이유로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폐장 조치되었다. 또한 2021년까지 케플스 골프장이 폐쇄될 예정이다.

마리나베이샌즈를 배경으로 한 퍼블릭코스인 마리나베이 골프장 역시 2023년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2006년 골프 인구 증가로 조성된 마리나베이는 야간 골프의 명소로 홍보되었지만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5년까지 운영한 뒤에는 젊은이들이 오는 다른 문화 레저시설로 바꾸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창이 국제공항 인근의 타나메라 가든 코스는 한 때 싱가포르에서는 최고의 골프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3년 전에 공항 부지의 공간 증가로 인해 코스가 깎여나갔고, 향후 항공 물류, 여객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2035년이면 이곳 역시 폐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최고의 코스인 센토사 세라퐁 코스도 2030년이면 존폐의 이유를 재평가받아야 한다. 골프업계 입장에서 보면 골프 인구를 늘리지 않으면 장래 먹거리가 암울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한다. 싱가포르의 열정적인 골퍼들은 대체로 20대에 골프를 시작하고 그중에 30%는 15세 이전에 시작한다. 55세가 넘어서 골프를 시작하는 골프 인구는 1%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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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 골프를 적극 보급해야 하고 주니어들이 골프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주니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골프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사회 활동의 하나가 되도록 홍보해야 한다.

정부가 강력한 국정 운영권을 가진 싱가포르의 골프장 감축안은 남자 주니어 엘리트 골프층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한국의 골프에도 시사점을 준다. 지난주 센토사에서 열린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에서 한국 선수들은 2년 연속 부진한 성적을 냈다. 아시아에서 한국 남자 골프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바로 팬층의 감소로 이어지고 스폰서에게는 골프대회를 지속할 의지를 감소시킨다.

골프를 프로 대회뿐만 아니라 골프대회를 진행하고 주최하는 기업과 스폰서들이 골프를 가족 스포츠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자 프로 메이저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올해 처음 시작한 한일 스내그골프 국가대항전, 여자 메이저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정규 대회 전날 주요 선수와 아버지가 출전하는 패밀리골프대항전 등이 그런 노력의 일부일 수 있다.

주니어들이 골프장에서 실력을 마음껏 키울 수 있도록 골프장 업계 관계자들도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골프장이 비는 시간에 주니어에게 연습장으로 개방하는 등의 아이디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래에 골프장을 이용할 고객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골프장 업계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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