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스포츠 타타라타] 실세 4선의원에 대한 한 신부님의 충고
이미지중앙

안민석 의원의 <끝나지 않은 전쟁>(개정증보판) 표지.


# ‘수도권 내리 4선’ 안민석 국회의원(52)의 책 <끝나지 않은 전쟁>(2017년)은 지난 달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부제를 ‘최순실 국정농단 천 일의 추적기’에서 ‘한반도 운명을 바꾼 국정농단 추적기’로 바꿨다. 익히 알려진 내용이 많기에 큰 감동은 없지만, 한 정치인의 정의에 대한 집념을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확인할 수 있다. ‘숨는 자가 범인이다’, ‘거짓말 하는 자가 범인이다’ 등 읽다보면 청문회 등 미디어에서 자주 접한 안민석 의원의 목소리가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안 의원은 2014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이다. 책의 앞 부분에 박창일 신부로터 승마협회의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추적에 나선 스토리가 나온다.

# 안민석 의원은 원래 학자다.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해 중앙대 사회체육학과의 교수가 됐다. 지금 알려진 날카로운 야당정치인의 이미지와는 별개로 ‘체육’과 ‘교육’에 높은 전문성을 가진 학자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알려진 얘기지만 한국스포츠사회학회는 동료였던 안민석이 정치를 잘하라는 의미에서 후원금을 모아주기도 했다. 그만큼 신망이 두텁고, 기대가 높은 체육 및 학계 출신 정치인이다. 이런 그가 체육과 교육 쪽에서 국정농단 사태의 단초를 발견하고 세상에 알렸으니 기대대로 큰일을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직선적인 성격 탓에 ‘안티’도 다수 있지만 진보진영의 체육과 교육 쪽에서는 해온 일도 많고, 앞으로 할 일도 많은 중요한 자산이다.

# 지난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안민석 의원을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선출했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62)의 주선으로 안민석 의원을 축하하는 작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형택, 윤용일, 박성희, 전미라 등을 키운 테니스인 주원홍은 최순실-김종(전 차관) 시절, 가장 혹독한 탄압을 받은 체육인이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안민석 의원과 친한 게 문제가 됐다고 하더군요. 2014년 안 의원이 비선실세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후 박근혜 정부는 안민석을 죽이기로 작정했고, 이 과정에서 안 의원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고초를 겪은 거죠. 당시 국정원의 체육담당자에게 ‘주원홍이 블랙리스트 1번에 올라 있다’는 말을 들었죠.”

이미지중앙

지난 26일 안민석 의원이 자신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선출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한 참석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것이다.


# 주원홍 전 회장이 마련한 이날 축하모임에는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참석했다. 박창일 신부. 그는 안민석 의원이 방송에 나와 “최순실 씨 이름을 박창일 신부의 제보로 처음 들었다”고 밝힌 사람이다. 박 신부는 1996년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돕는 일에 참여했다.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2007년 평양시체육단 축구장 현대화 사업 때 안민석 의원과 평양을 방문하며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후 안 의원과 친분을 유지하다가 향후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책 제목 그대로 ‘한반도 운명을 바꾼’ 국정농단사태의 실마리가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 내리 4선의 국회의원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런데 박창일 신부는 했다. 그 내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모임에서 최순실 애기를 듣고, 안민석 의원에게 전했다. 안 의원은 사명감을 가지고 박근혜 정부의 위협에도 끈질기에 추적해서 진상을 밝혀냈다. 돌이켜보면 참 큰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안민석 위원장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안민석이 제2의 김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겠지만 본인은 물론 가까운 우리도 늘 경계해야 한다. 힘들 때는 격려해주지만 아니다 싶을 때는 제대로 지적해줘야 한다. 진짜 동지는 건전한 비판을 해야 한다. 이게 축하인사다.“ 비슷한 시기 안민석 위원장은 대학시절 동고동락했던 선배를 만나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지인의 전언이다.

#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데 기대가 큰 만큼 ‘그들’이 실패할까, 혹은 실수를 할까 걱정도 된다. 기록적으로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씩 우하향 조짐을 보이고, 사회 여기저기에서 우려가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체육계가 안민석 위원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잘나가는 실세 정치인에게 쓴소리를 하는 ‘신부님’과 ‘선배님’은 아주 고맙다. 안민석 위원의 상임위원장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어려운 길이 놓여 있는 만큼, 국정농단세력과 전쟁을 벌일 때보다 더 열심히 뛰기를 부탁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