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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통일농구를 넘어 ‘개성 전우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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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의 장면. 오른쪽이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왼쪽이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이다. [사진=문체부]


하필이면 그날 밤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스웨덴 전 0-1 패)에 묻힌 감이 있다. 지난 18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체육회담 얘기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체육교류를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분위기가 북한의 전격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담이 만들어낼 내용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 복잡하고 미묘한 정치외교 및 경제적 문법에 비해 스포츠는 의지만 있으면 쉽고, 또 지금은 그 의지가 공식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늦게 나온 남북체육회담의 공동보도문은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 합의를 담고 있다. (1)남북통일농구경기 개최(평양은 7월, 서울은 가을), (2) 2018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공동입장 및 그 세부사항(명칭-코리아, 약어표기 COR, 깃발 한반도기, 노래 아리랑, 일부종목 단일팀 구성), (3) 2018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대회의 공동출전과 종목별 합동훈련 (4) 체육교류 관련 실무적 문제에 대한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지속.

남북 정상이 마련한 토대 위에서 남북의 체육행정가들이 하루 종일 머리를 맞댔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러쿵저러쿵 의미부여를 하지만, 이전에 없었던 ‘신선한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통일농구도 이미 열린 바 있고, 개폐회식 남북 공동입장은 18년 전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10번이나 있었다. 더 이상 감동이 없다. 국제대회 공동출전과 종목별 합동훈련도 탁구의 1991년 지바 단일팀과 올해 스웨덴의 ‘대회 도중 깜짝 단일팀’ 등 영화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한체대의 장익영 교수는 “복잡하고 미묘한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국제정치보다는 스포츠가 국가 간 교류에서 훨씬 편리하고, 더 큰 정서적 반향을 얻을 수 있다. 핵탄두 반출, ICBM 폐기 등 현실적인 조치가 없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는 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이다.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끌 수 향후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남북체육교류의 ‘신선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단발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이다.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맥없이 중단되지 않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북미정상회담에 화제가 됐던 표현을 빌리자면 ‘(가능한)불가역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중단하려고 해도 최소한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스포츠교류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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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서울에서 열린 통일농구대회 때 북한 리명훈(오른쪽)과 조성원(당시 현대)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년 전 선수로 통일농구를 경험했던 한 농구인은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농구팬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통일농구를 넘어 남쪽의 프로농구(KBL)에 북한 연고의 팀을 하나 만들어 참가하면 얼마나 좋은가? 큰 화제를 낳을 만큼 남쪽 기업의 후원으로 선수들의 연봉과 운영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일단 한 팀만 만들면 된다. 예컨대 ‘개성 전우치들’은 어떤까(휴전선과 가까운 개성은 소설 전우치의 고장이다)? 상상만 해도 좋지 않은가?”

북한의 프로농구 선수들이 한국의 주요도시를 다니며 플레이하고, 미국 국적의 외국인선수가 포함된 10개 구단이 1주일에 한 번씩 개성(혹은 평양)을 찾는다. 프로리그는 일정기간 지속된다. 끝나도 다음 시즌이 약속돼 있다. 선수들만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프런트, 대회준비인력, 중계진, 미디어 그리고 팬들까지 함께 움직인다. 상상만 해도 통일이 불쑥 다가온 느낌이 든다. '스포츠판 개성공단'인 것이다.

‘개성 전우치들’은 야구는 아직 모르겠지만, 프로축구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 프로종목이 아니더라도 매년 특정한 시기에 열리는 실업이나 중고 대회도 정기성을 띤다. 이 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언급한 전국체전이나 경평축구도 좋다.

오늘(7월 4일) 15년 만에 통일농구가 열린다. 대회 기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주요인사가 평양을 방문해 체육교류를 추진한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남북이 이벤트성으로 여는 일회성 ‘통일’농구보다는, 이미 통일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개성 전우치들’을 고려했으면 한다. 사람도 드문드문 만나는 것보다는 예측가능하게 정기적으로 만나면 더 깊이 사귈 수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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