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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WC] ‘필사즉생 필생즉사’ 실천한 김영권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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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19번)은 월드컵 대회 내내 호평을 받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김영권(28 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월드컵에서 서러움을 풀었다.

김영권은 2010년부터 A매치를 뛴 베테랑 수비수다. 2009년 FIFA U-20 이집트 대회를 기점으로 홍명보호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 커리어도 순탄했다. 2010년 FC도쿄, 2011년 오미야 아르디자를 거쳐 2012년 7월에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이적했다. 광저우에서 이탈리아 명장 감독 마르첼로 리피에게 '아시아 톱 레벨이자, 유럽 최정상 팀에서도 통할 실력'이라고 인정을 받으며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광저우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불운까지 겹쳤다. 2016년에는 부상으로 오랜 기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에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리그에서의 아시아쿼터 제도 변경으로 팀 내에서 입지가 위축됐다.

악몽과 고난

가장 큰 사건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때 발생했다. 이란 전 0-0 무승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워낙 관중 소리가 크다 보니 경기장 안에서 소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잘 들리지 않다 보니 계속 연습한 플레이에도 어려움을 겪어 정말 답답했고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발언으로 많은 팬들이 김영권에게 등을 돌렸다.

온갖 비난으로 김영권이 크게 흔들렸다. 대표팀 내에서도 입지가 희미해졌다. 신예 김민재가 얼굴을 비추면서 더욱이 그랬다. 하지만 명단 발표 직전 김영권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낙마하고 김영권이 다시 복귀한 것이다.

킹영권

김영권은 묵묵히 월드컵을 준비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로 자신의 월드컵 출사표를 새겼다.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 전부터 그의 활약이 빛났다. 몸을 날리는 수비로 여론을 뒤집었다. 팬들에게 ‘킹영권’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2차전 멕시코 전에도 투혼은 이어졌다.

정점은 독일과의 3차전이었다. 16강 진출을 위해선 멕시코의 승리와 2점 차 독일전 승리가 필요한 상황. 세계랭킹 1위인 독일에게 대패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독일을 꽁꽁 묶었다.

무승부의 기운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이 해결사로 나섰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이 토니 크로스의 실수를 틈타 결승골로 연결한 것. 비디오 판독(VAR)까지 시행된 결과 골로 인정됐다. 이후 손흥민의 추가골까지 더해져 한국의 2-0 승리했다. 스웨덴의 승리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로 환히 웃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영권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 4년간 힘들었다. 이번 월드컵 통해 힘든 마음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고 발전하겠다"며 마음고생을 덜어냈다.

결국 김영권은 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다시 녹였다. 자신의 출사표대로 죽기로 싸웠다. 온갖 비난으로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이겨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날 경기는 김영권에게, 아니 한국축구에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게 됐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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