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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WC] 노이어 넘은 '팔공산 대 헤아' 조현우, 그의 기적 같았던 2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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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로 떠오른 한국의 수문장 조현우. [사진=FIF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팔공산 대 헤아’ 조현우(27 대구FC)가 단 3경기 만에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신태용 감독(48)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밤 11시(한국시각) 러시아의 카잔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에 수비수 김영권(28 광저우헝다)과 공격수 손흥민(26 토트넘)이 연속골을 터트리며 피파랭킹 1위 독일에 악몽을 선물했다.

이날 카잔 아레나에서 가장 빛난 건 한국의 수문장 조현우였다. 스웨덴과 멕시코 전에 이어 3회 연속 선발로 골키퍼 장갑을 낀 조현우는 경기 내내 이어진 독일의 맹공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조현우는 스페인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8 맨체스터UTD)와 닮았고, 대구에서 활약한다고 해 ‘팔공산 대 헤아’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조현우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데 헤아보다, 독일의 세계 최고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2 바이에른뮌헨)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별명이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전 세계에 알렸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조현우가 월드컵 스타로 떠오를 것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현우의 A매치 데뷔부터 독일전까지는 단 227일밖에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현우에게 227일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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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선수의 프리킥을 쳐내는 조현우. [사진=대한축구협회]


2017년 11월 14일. 조현우는 울산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조현우는 한 골을 실점했지만, 아뎀 랴이치(27 토리노)의 프리킥을 환상적으로 선방하며 김승규(28 빗셀고베)로 굳어지던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경쟁에 불을 지폈다.

대표팀 골키퍼 경쟁의 새로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조현우는 2017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키웠다. 북한과 일본전에 출전한 조현우는 두 경기 동안 단 1골만을 내주며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2018년에 들어서는 부상에서 복귀한 김승규에게 다시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주는 듯했다. 유럽에서 열린 5차례의 평가전에서 단 한 경기(몰도바 전)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두 번째 골키퍼로 전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조현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 역시 월드컵 이전에 치른 마지막 네 차례 평가전에서 조현우와 김승규를 번갈아 기용하며 최종 테스트를 했다. 조현우는 온두라스와 세네갈 전에, 김승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볼리비아 전에 각각 출전하며 마지막 경쟁을 펼쳤다.

결국 마지막에 더 좋은 평가를 얻은 조현우가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다. 그리고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한 조현우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전 세계의 찬사를 끌어냈다.

스웨덴 전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홈페이지에 “조현우가 꿈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라는 제목으로 그의 활약을 극찬하는 기사를 내걸었고, 멕시코 전이 끝난 뒤에는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던 멕시코의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33 스탕다르리에주)가 조현우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독일 전 이후에는 영국 공영 방송 BBC의 패널 크리스 서튼(45)이 조현우의 선방에 대해 “골대에서 공을 건져낸 환상적인 선방”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진 전 세계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조현우는 겸손을 잃지 않았다. “다른 선수가 나왔어도 잘 막았을 것”이라며 경기에 뛰지 못한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단 227일 만에 실력과 겸손을 모두 갖춘 최정상급 골키퍼로 성장한 조현우. 한국축구가 러시아에서 발견한 최고의 보물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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