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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메모] '맨땅에 헤딩'하며 우승 문턱에 다다른 최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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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를 2타차 선두로 마친 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중인 최민철.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이강래 기자] 스카이72골프장 연습생 시절이던 2006년 든든한 후원자이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려졌다. 그 때부터 모든 게 헝크러졌다. 아버지는 아들의 골프를 위해 뉴질랜드 유학길을 열어준 분이었다. 가세가 기운 상태에서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인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선 레슨을 해야 했다. ‘쌈닭’ 최민철(30)은 그렇게라도 골프와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내셔널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 예선전에 출전했다. 최민철은 최종 예선전을 12위로 통과해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60회째를 맞은 한국오픈에서 마지막라운드까지 우승경쟁을 했다. 첫날 5언더파를 쳐 공동 3위에 오른 후 난생 처음 프레스룸에서 인터뷰를 했다. 기자들은 무명선수에게 레슨과 투어를 병행하는 이유를 물었다.

2라운드에서 2타를 더 줄인 최민철은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선 1타를 잃었으나 순위는 오히려 공동 2위로 올라갔다. 선두 김기환과는 2타차. 생애 첫 우승 기회를 내셔널타이틀에서 맞다니...그러나 마지막 날은 모든 게 낯설고 긴장됐다. 3라운드까지 차분하게 경기하던 최민철은 사라지고 엉뚱한 최민철이 나타나 플레이하는 듯 했다. 결국 3오버파를 쳐 우승의 꿈은 날아가고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승부근성이 강해 ‘쌈닭’이라는 별명을 얻은 최민철은 그러나 작년 마지막 3개 대회에서 3연속 준우승을 거두며 달라졌다.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더 이상 바보처럼 서두르지 않게 됐다. 오히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경기하게 됐다. 작년엔 또한 2억원이 넘는 거금을 벌어들여 레슨 비중을 줄이고 투어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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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는 최민철. 드라이버샷 거리는 260m 정도 나간다.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최민철은 23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3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 203타로 2위 최호성(46)과는 2타 차다. 까다로운 핀 포치션에 딱딱한 그린 속에서도 버디 8개(보기 1개)를 잡는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했다. 만약 최종일 우승한다면 꿈에 그리던 디 오픈 출전권과 앞으로 편하게 선수생활을 하게 할 3억원의 거금을 거머쥐게 된다.

최민철은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최호성처럼 엘리트코스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둘은 박상현과 김경태, 배상문, 이상희 등 엘리트코스를 밟은 유명 선수들을 제치고 챔피언조로 내셔널타이틀 우승을 다투게 됐다. 골프 경기가 적은 타수로 홀에 공을 넣는 게임이기에 가능한 흙수저들의 반란이다.

최민철은 “맨땅에 헤딩하며 여기까지 왔다. 엘리트코스를 밟은 선수들은 나보다 경기 경험이 많고 스윙도 좋다. 하지만 내겐 집요함이 있다”며 “실패를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도 길렀다. 한국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휠체어를 타고 계신 아버지께 영광의 우승트로피를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4일 벌어질 최종라운드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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