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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퍼팅은 과학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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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모든 홀은 컵에 공을 집어넣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골퍼라면 퍼팅에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퍼팅은 골프가 아니다.” 벤 호건의 말인데 그가 퍼팅을 과소 평가했다는 증거이다. 호건은 언제나 정확한 샷을 하여 볼을 깃대 가까이에 세울 수 있으면 퍼팅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역사상 최고의 볼 스트라이커였던 호건이 퍼팅마저 잘했다면 골프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퍼팅은 골프의 50%이다.” “퍼팅은 돈이고, 드라이브 샷은 쇼다.” 이 말은 퍼팅의 천재로 인정받고 있는 남아공의 보비 록이 남긴 말이다. 그가 퍼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두 선수가 퍼팅에 대해서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 보비 록이 벤 호건보다 훨씬 퍼팅을 잘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프로 선수이든 주말 골퍼이든 퍼팅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퍼팅은 체력이나 유연성과 별 관계가 없으므로 주말 골퍼라도 프로 선수에 가까운 실력을 가질 수 있다.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보다 퍼팅을 잘하는 것은 연습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며 재능과는 별 상관이 없다.


위대한 퍼터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퍼팅의 비법을 찾기 위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퍼팅의 달인 10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자세와 스트로크 방법을 분석해 보았더니 딱 한 가지의 공통점이 나왔다. 그것은 “스트로크 때 머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평범한 상식이었다. 그 이외에는 10명 모두 서로 다른 자기만의 퍼팅 퍼팅 요령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공통점은 없었다.

위대한 선수들이 출판한 레슨서적에는 퍼팅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벤 호건의 ‘파이브 레슨스’는 퍼팅을 아예 다루지 않았고, 보비 록의 책에도 겨우 5 페이지뿐이다.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 마이 웨이’는 전체 250페이지 중에서 20페이지를 퍼팅에 할애했는데 마지막 줄에 이렇게 썼다. “내가 퍼팅의 방법에 대해 길게 썼지만 다음 주 시합 때 이 책과 아주 다른 방법으로 퍼팅할 지도 모른다. 나는 볼을 홀에 넣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 볼 것이다.”

닉 팔도의 교본에는 239페이지 중에서 14페이지, 타이거 우즈의 교본도 306페이지 중에서 23 페이지뿐이다. 그나마 사진을 빼고 나면 설명은 별로 없다. 그들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론이 없고 자기만의 요령이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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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사진 속의 퍼팅 장면. 퍼팅은 역사적으로 봐도 사람마다 다 달랐다.


‘퍼팅의 명코치’ 데이브 스턱턴

현재 최고의 퍼팅 코치로 명성을 얻고 있는 데이브 스턱턴에게 레슨을 받고 온 선수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다. 그 선수는 비싼 레슨비를 내고도 배운 것이 별로 없었다면서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홀에 잘 들어가는 스트로크 방법을 가르쳐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스트로크에 대해서는 아무런 레슨이 없었고 프리샷 루틴만 바꾸도록 강조했다고.

데이브 스턱턴은 시그니처 퍼팅이론을 주장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서명의 글자체가 있듯이 퍼팅 스트로크도 같은 것이 없다. 골퍼에게 퍼팅 스트로크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사인을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사인을 할 때에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데 너무 빠르거나 늦게 쓰면 자연스러운 자기의 사인 모습이 안 나오므로 평상 시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퍼팅 스트로크도 자기만의 리듬과 속도가 있는데 그 속도를 변경하지 말아야 자연스러운 스트로크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의 스트로크를 변경하기 어려우니 괜히 애쓰지 말라는 설명이다.

무엇이든 바꿔 봐야 알 수 있다

스트로크를 변경할 수 없다고 해서 평생 동안 현재의 퍼팅 수준을 유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퍼팅을 더 잘하게 되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더라도 쉽게 바꿔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선 퍼터를 바꿔보고, 볼의 위치를 좌우로 옮겨보고, 그립을 다르게 잡아보고, 스탠스를 열거나 닫아 보는 등 라운드에 나가서 간단히 실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또 중계방송에서 본 유명한 선수의 방법을 흉내낼 수도 있다. 스트로크 할 때 스퀘어 투 스퀘어, 오픈 투 클로즈, 클로즈 투 오픈의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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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2011년에 출간된 데이브 스탁턴의 <무의식적인 퍼팅(unconscious putting)>.


퍼팅은 멘탈


짧은 퍼팅도 괜히 안 들어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는데, 정말 안 들어갔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퍼팅은 멘탈이 좌우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퍼팅에는 과학적인 기술이 없으며 영감과 자신감, 느낌에 의해서 결과가 좌우된다.

* 박노승: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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