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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버킷 리스트 ‘마스터스 구경가기’

매년 4월 첫 주에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시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는 골프팬이라면 평생에 꼭 한 번 구경해야 하는 ‘버킷 리스트 대회’로 알려져 있다.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회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동료 경기위원은 스무 번 가까이 다녀왔으므로 마스터스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그에게 물어보곤 한다. 아직 마스터스 현장을 다녀오지 못한 골프팬들을 위해 대회의 이모저모를 미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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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티켓을 사고판다는 길거리의 광고판.


입장권


애틀란타 공항에서 250km로, 차로 2시간 30분 정도면 대회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대회가 열리는 주(週)에는 오거스타 시의 모든 학교가 방학을 하고, 주민들이 관중에게 집을 빌려주고 휴가를 다녀오라고 권장한다. 반경 100km 이내의 호텔을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민박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

입장권은 구할 수 있을까? 마스터스 티켓은 모든 스포츠 이벤트 중에서 가장 구하기 어렵다. 정확한 수량은 공개되지 않지만 경기일 하루에 4만 장 정도 발행되는데, 인터넷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에 의해서 판매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추첨으로 표를 구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다. 추첨에 의해서 표를 살 수 있는 확률이 낮은 이유는 과거에 방문했던 이들에게 우선 배분하고, 남은 수량만 무작위로 추첨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티켓전문 인터넷을 통해 사거나, 대회 당일에 현지에서 암표를 사는 방법이 있는데, 미국법상 골프장으로부터 800m 이내에서 표를 사고파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80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가면 길거리에 표를 사고판다는 광고들이 많은데 값이 문제일 뿐 표를 구할 수는 있다.

2018년의 경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입장할 수 있는 액면가 375달러짜리 티켓이 7,000달러 정도이고, 액면가 115달러짜리 일일 입장권은 1,500~2,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타이거 우즈가 컷을 통과하면 토요일 티켓의 가격이 껑충 뛰기도 한다. 연습라운드와 파3 대회가 열리는 수요일 티켓은 700달러 정도이다.

이렇게 비싼 표를 사서 입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필자의 버킷 리스트에도 마스터스 참관이 포함돼 있었고, 첫 방문 때에는 무작정 오거스타에 갔으므로 결국 길거리에서 비싼 표를 살 수 밖에 없었다. 가격이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그렇게 먼 길을 가서도 겨우 하루 구경하고 돌아왔다. 그 이후 일주일 내내 입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클럽하우스와 코스의 구석구석을 챙겨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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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방문의 관록을 자랑하는 한 갤러리의 모습.


관중이 지켜야 할 예의


표를 구했으면 골프장을 향해서 가면 되는데 골프장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중간에 주차를 안내하는 곳으로 대부분의 차가 들어갈 것이니까 따라가면 된다. 주차장의 크기가 대략 15만 평은 되는데 차를 세우면 파 5홀보다도 먼 거리를 걸어야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주차장이 아주 넓기 때문에 주차지역의 사진을 찍어 두는 것이 좋다. 핸드폰과 카메라는 연습일에만 소지할 수 있고, 시합이 시작되면 소지가 불가하므로 차에 두고 가야 한다. 실수로 핸드폰을 가져갔다면 결국 차로 돌아가서 소지품을 두고 와서 다시 줄을 서야 한다. 입구에서는 공항 검색대와 동일한 시스템의 검색 절차를 거쳐서 입장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마스터스에서는 입장객을 갤러리나 관중이라고 부르지 않고, 후원자(Patron)라고 부르며 손님 대접을 한다. 대접을 받는 손님들은 마스터스가 정하는 행동요령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입장권을 보이는 곳에 매달아야 하고, 뛰어서는 안 되고, 잔디에 눕거나 신발을 벗어도 안 되고, 고함을 치며 과도한 응원을 할 수 없고, 플래카드를 가져가서 펼쳐도 안 된다. 주최 측에서 예의를 갖출 테니 손님도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요청이다. 이런 지침을 위반하면 어디선가 통제위원이 나타나서 시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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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기념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갤러리들.


영화 세트장 같은 코스


마스터스의 색깔은 온통 초록색이다. 잔디와 나무 이외에 초록색이 아닌 사물들은 모두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다. 밝은 색 흙으로 된 길에 초록색 물감을 뿌렸고 연못의 물에도 초록 물감을 풀었다. 매점, 화장실, 공중전화박스, 쓰레기 비닐봉투 등도 모두 초록색이므로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에 걸리는 것이 없다. 광고판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그곳이 골프장이 아니라 영화촬영을 위한 세트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 스탠드 11곳에 매점이 7곳이나 되니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고 맛난 샌드위치는 1.5달러, 맥주는 4달러면 살 수 있다. 이는 다른 골프대회의 반값도 안 된다. 대형 화장실이 8곳이나 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화장실의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의문을 가졌던 필자는 안에 들어가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용할 수 있는 변기를 지정해 주는 도우미 2명, 손을 씻으면 휴지를 주는 도우미 1명, 세면대 옆에 떨어진 물을 닦고 있는 도우미 1명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스터스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 매장 안으로 입장하려면 긴 줄에 서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데 그 비싼 물건들을 쇼핑백 가득 사는 사람들이 놀라웠다. 기념품 판매 수익금은 마스터스의 가장 큰 수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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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대회장의 먹거리 메뉴.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좋다.


완벽한 코스


코스가 완벽한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는데 15대도 넘는 잔디를 깎는 기계들이 일렬로 줄지어 페어웨이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잔디는 반드시 퍼팅 그린으로부터 티잉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하면서 깎아서 그린 쪽으로 역결을 만드는데 그 이유는 티샷을 할 때 선수 시야에 더 짙은 초록색이 나오고, 런을 줄여서 코스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으며,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공을 더 깨끗하게 공격할 수 있는 등의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페어웨이를 벗어난 소나무 숲의 아래에 떨어진 솔방울이나 솔잎들도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정말이지 대회 준비를 위해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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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잉그라운드 쪽으로 페어웨이를 깎는 기계들.


홀을 기억하려면

단 하루를 구경한다면 수요일의 연습라운드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입장권이 싸면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여유 있게 코스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가 선수들을 모두 보기는 어렵지만, TV 화면으로 느낄 수 없는 오르막 내리막 지형을 기억하면서 18개 홀의 생김새를 외워 온다면 평생 동안 TV 중계방송을 보면서 남다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홀의 모양을 기억하려면 필히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홀의 전체 모습을 보아야 하는데, 경기가 시작되면 많은 갤러리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 18홀을 제대로 걸어야 하는데 적게 걷기 위해서 페어웨이 가운데서 옆의 홀 페어웨이로 이동하면 코끼리를 다리만 만지는 결과가 나온다. 마스터스에서는 13번 홀을 제외하고 모든 홀의 티잉그라운드 옆이나 뒤에서 홀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홀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어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많은 골프팬들에게 마스터스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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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클럽하우스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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