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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차가웠던 2018년 MLB FA 시장 결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새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미국 동부를 강타한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었다. 구단들은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지갑을 닫았다. 1년 전 FA 시장의 한파가 최악에 가까운 선수 풀에 기인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다.

얼어붙은 FA시장의 첫 번째 원인은 구단들의 리빌딩 & 육성 기조가 확실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FA 선수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즉시전력감을 데려오기보다는,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 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최근 많은 FA 선수들이 대형 계약을 맺은 뒤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두 번째로 빅마켓 구단들은 사치세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팀 연봉 지출액이 일정 수준(2018년 기준 1억 9,700만 달러)을 넘어서면 사치세를 지불해야 한다. 대표적인 큰손으로 꼽히는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부자 구단들은 더 이상 사치세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몸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아래의 세 번째 이유와 연결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1년 뒤 열릴 2019년 FA 시장이 역대급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이름들만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조시 도날드슨, 댈러스 카이클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현역 최고의 투수들인 클레이튼 커쇼와 데이빗 프라이스가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굳이 큰돈을 써야 한다면 확실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내년을 노리겠다는 구단들의 의중이 엿보인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번 FA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계약을 마쳤다. 주요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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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좋은 계약을 따낸 에릭 호스머. [사진=MLB.com]


에릭 호스머(1루수, 샌디에이고) 8년 계약-1억 4,400만 달러

이번 FA 한파를 피해간 유일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스머는 2011년 데뷔 이래 메이저리그에서 7년간 127홈런을 때려냈으며, 통산 타율 0.284, 출루율 0.342, 장타율 0.439을 기록했다. FA를 앞둔 2017시즌에는 0.318의 타율과 함께 커리어 하이인 25개의 홈런을 담장 밖으로 넘겼다.

호스머는 골든글러브 4회, 실버슬러거 1회 수상 경력이 보여주듯 뛰어난 수비와 함께 준수한 타격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아직 만 28세로 젊고, 7시즌 평균 153경기에 출장한 ‘철강왕’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단 메이저리그 1루수로서 갖춰야 할 파워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호스머는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30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수가 급증하면서 30개 이상의 홈런을 날리는 타자들이 즐비한 가운데, 샌디에이고가 호스머와의 계약에 지나치게 큰돈을 안겨주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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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컵스의 선수가 된 다르빗슈 유. [사진=MLB.com]


다르빗슈 유(선발투수, 시카고 컵스) 6년 계약-1억 2,600만 달러

이번 FA 시장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다르빗슈도 FA 한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다르빗슈는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2015년을 제외하면, 지난 5시즌 동안 56승 42패 자책점 3.42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 중 하나이다. 최대 강점은 9이닝당 평균 11개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탈삼진 능력으로 구장이나 팀 수비력 등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꾸준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당초 계약기간 6년 이상, 연 평균 2,500만 달러 안팎의 계약이 예상되던 다르빗슈가 받아든 계약서는 6년 1억 2,600만 달러로, 총액 기준 약 2,000만 달러 이상이 깎였다. 월드시리즈에서의 끔찍한 부진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5시즌 평균 166이닝에 그쳤던 이닝 소화력이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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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 새 둥지를 튼 J.D. 마르티네즈. [사진=MLB.com]


J.D. 마르티네즈(외야수, 보스턴) 5년 계약-1억 1,000만 달러

FA 시장 야수 최대어로 분류되던 마르티네즈는 졸지에 쪽박(?)을 찼다. 마르티네즈는 커리어 통산 152개의 홈런과 함께 타율 0.285, 출루율 0.342, 장타율 0.514를 기록한 강타자다. 지난 4년간 평균 32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고, 2017년에는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45홈런을 기록했다.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협상 전부터 계약기간 7년, 총액 2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즈는 구단들이 지갑을 닫으며 예상외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홈런타자를 원하던 보스턴만이 관심을 보였으며, 오랜 줄타기 끝에 기대와 큰 차이를 보인 5년 총액 1억 1,000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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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와 3년 계약을 맺은 제이크 아리에타. [사진=MLB.com]


제이크 아리에타(선발투수, 필라델피아) 3년 계약-7,500만 달러

아리에타는 다르빗슈와 함께 선발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201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아리에타는 4년간 64승 29패 자책점 2.67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22승 6패 자책점 1.77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사이영 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시카고 컵스의 108년 만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당초 다르빗슈와 비슷한 규모의 계약이 예상되던 아리에타가 받아든 계약은 3년 7,500만 달러이다. 32세로 적지 않은 나이와, 지난 2017년 부진에 빠졌던 모습에 구단들은 그를 외면했다. 필라델피아는 계약기간 도중 2년 4,000만 달러의 계약 연장 옵션을 실행할 수 있으며, 선발 등판 횟수와 사이영 투표 결과에 따라 아리에타의 연봉은 최대 3,00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아리에타의 기량 하락에 대비한 필라델피아 구단의 방지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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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홈런을 치고도 1년 계약에 만족해야 했던 마이크 무스타커스. [사진=MLB.com]


마이클 무스타커스(3루수, 캔자스시티) 1년 계약-650만 달러

캔자스시티는 지난 시즌 38개의 홈런을 때려낸 3루수를 650만 달러의 염가에 1년 더 쓸 수 있게 됐다. 무스타커스는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데뷔 이래 꾸준히 두 자릿수의 홈런을 기록해 온 거포 3루수이다. 2016년 부상으로 7개의 홈런을 때려내는데 그쳤던 무스타커스는 지난 2017년 38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했다. 5년 이상 1,800만 달러 안팎의 계약을 기대하던 그는 소속팀 캔자스시티의 1,740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구단이 FA 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계약)를 박차고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시장은 그에게 혹독했다. 홈런에 가려진 빈약한 출루율이 무스타커스의 발목을 붙잡았다. 무스타커스는 결국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원 소속팀 캔자스시티와 1년 650만 달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하게 되었다. 퀄리파잉 오퍼보다 1,000만 달러 이상이 깎인 금액으로, 추후 선수와 구단의 상호 합의 하에 1년 1,500만 달러의 옵션을 추가로 실행할 수 있는 1+1 형태의 계약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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