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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리에A] 삼프도리아의 순항을 이끄는 세 명의 젊은 항해사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올 시즌 세리에A 순위표엔 제법 익숙한 팀들이 자리하고 있다. 나폴리와 ‘만년 우승후보’ 유벤투스가 1, 2위를 다투고, 수도 로마의 두 팀 AS로마와 라치오의 3, 4위 싸움이 치열하다. 그런데 그 다음, 밀라노의 두 명문팀(5위 인터밀란과 7위 AC밀란) 사이에 한 팀이 끼여 있다. 바로 삼프도리아다.

지중해 최대의 항구 도시 중 하나인 제노바에 위치한 삼프도리아는 2000년대 꾸준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10-2011시즌 영혼의 투톱을 이루던 안토니오 카사노와 파올로 파치니가 이적하며 공격력이 급감했고, 18위로 강등의 굴욕을 당했다.

삼프도리아는 한 시즌 만에 곧장 승격하여 세리에A로 복귀했지만, 팀의 전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경쟁 팀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탓에 어부지리로 따낸 2014-2015시즌 7위를 제외하면, 복귀 이후 삼프도리아의 순위는 14-12-15-10위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항해사들의 팀, 삼프도리아의 키를 쥐고 있는 ‘키잡이’들은 바로 세 명의 젊은 중앙 미드필더다. 백전노장 에드가 바레토와 더불어,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의 중원에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세 명의 조타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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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과 중원을 연결하는, 공격 전개의 핵심을 맡은 가스톤 라미레즈. [사진=삼프도리아 홈페이지]


■ 가스톤 라미레즈(1990년생, 우루과이)

가스톤 라미레즈는 세 명의 미드필더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다. 프리미어리그가 친숙한 국내 팬들에겐 사우스햄튼과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던 선수로 익숙하다.

그는 격렬한 프리미어리그의 템포에서 만개하지 못하고, 유럽 무대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세리에A로 돌아왔다. 윙어를 기용하지 않는 삼프도리아의 전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라미레즈는 그만큼 역할이 다양하고 막중하다.

2선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라미레즈는 공간을 찾아 좌우로 폭넓게 움직인다. 빠르지 않은 세리에A의 템포에서, 라미레즈의 창의적인 움직임과 패스 능력은 홀로 2선을 책임지기 충분하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유형은 아니지만, 경기장 전체를 읽고 효율적으로 위치를 잡는데 능숙하다.

라미레즈는 세리에A에서도 손꼽히는 드리블 능력을 지닌 선수로, 볼 소유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좌우 윙백들이나 3선의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가담할 시간을 벌어주고, 드리블만큼이나 빼어난 킥력으로 공을 적재적소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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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를 활발히 오가며,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정석을 보여주는 카롤 리네티. [사진=삼프도리아 홈페이지]


■ 카롤 리네티(1995년생, 폴란드)

카롤 리네티는 나폴리의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와 더불어, 폴란드 국가대표팀 중원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선수다. 만 17세의 나이에 이미 자국 명문 레흐 포즈난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후, 리그 96경기를 소화하고 삼프도리아로 직행했다.

그는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다. 탁월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위아래로 쉼 없이 뛰어다니며 숫자 싸움에 우위를 제공한다. 176cm의 신장으로 제공권은 부족한 편이지만, 지치지 않는 투쟁심으로 약점을 커버한다.

창의적인 패스 능력이나 번뜩이는 모습은 부족하지만, 대신 한 발짝 더 뛰는 리네티의 헌신은 존중 받을 만하다. 삼프도리아에서 불과 두 시즌째를 보내고 있지만, 이미 동료의 움직임을 읽고 소통하는 팀워크가 수준급이다.

불과 300만 유로(한화 약 39억 원)의 금액으로 리네티를 영입한 삼프도리아는, 이제 적어도 10배 이상의 금액이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마음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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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진을 보호하고, 빌드업의 시작을 담당하는 루카스 토레이라. [사진=삼프도리아 홈페이지]


■ 루카스 토레이라(1996년생, 우루과이)

루카스 토레이라는 순풍을 타고 항해 중인 삼프도리아에서, 든든한 닻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다. 167cm에 불과한 선수지만, 세리에A에서 단연 최고의 태클 실력을 가졌다. 상대 선수의 발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고, 재빨리 접근해 깔끔하게 공만 따낸다.

다른 미드필더들이 위로 자주 올라가면서 다소 넓어지는 중원을 홀로 책임지다시피 한다. 토레이라의 장점은 수비 능력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의 출전 여부에 따라 팀의 빌드업 수준이 극명하게 갈릴 정도로 패스 판단력이 빼어나다.

삼프도리아의 전술은 중원에서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번거로운 터치를 거치지 않고도 정확하게 공을 연결하는 토레이라는 단연 전술의 핵심이다.

어느 팀, 어느 전술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이 단신 미드필더는 이미 ‘우루과이의 은골로 캉테(첼시)’로 불리고 있다. 라리가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4,000만 유로(한화 약 526억 원)로 그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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