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생활체육에 VAR이 도입된다면
이미지중앙

지난 해 열린 한 생활체육 탁구의 대회의 모습. 1회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1,000명이 넘는 동호인 출전해 화제가 됐다. 그만큼 축구, 야구,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등산 등 생활체육 활성화의 속도는 빠르다.


# 장면 하나. 얼마 전 지방의 한 탁구대회에서 탁구광 A씨는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인근 지역에서 4부로 뛰던 B 씨가 5부로 출전한 것을 목격했다. 이에 항의하고, 4부로 정정이 이뤄졌다. 그런데 오전 개인전에서 예선 탈락한 B 씨가 거칠게 항의하며 오후 단체전을 포기하고 그냥 가버렸다. A 씨와 주최 측에 대해 불만을 성토하면서 말이다. 이쯤이면 A 씨는 B 씨와 원수가 됐다고 할 수 있다.

# 장면 둘. 2009년에는 생활체육 판정시비가 끔찍한 살인을 촉발하기도 했다.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하는 C 씨는 자신이 먼저 알고 지냈던 한 여성이 D 씨와 더 친하게 지내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가운데 D 씨와 겨룬 배드민턴 경기에서 판정시비가 발생하며 사소한 감정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결국 D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생활체육 강국이 진정한 스포츠강국이다. 생활체육이 자연스레 엘리트체육으로 연결되기에, 높은 경기력을 유지하면서도 ‘운동하는 기계’ 문화도 사라진다. 인구 500만의 나라 노르웨이가 생활체육 힘을 바탕으로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가별 메달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아주 좋은 사례다.

다행스럽게 한국 생활체육도 흐뭇한 발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주5일제 근무와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스포츠가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한체육회 통계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 참여율은 2013년 31.4%에서 2017년 48.2%로 증가했고, 생활체육 동호인 수는 2000년 136만 4,567명에서 2016년 543만 8,142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생활체육 활성화는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증가 등으로 큰 경제적 효과까지 낳는다.

이미지중앙

지난 1월 정현의 4강 쾌거 때 호주오픈의 호크아이 판정은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ICT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활체육에서도 이런 편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한다. [사진=TV중계 캡처]


문제는 마치 '문화지체' 현상처럼, 생활체육 활성화 속도를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낙후된 시스템이 생활체육 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앞서 두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레슨, 대회 운영, 승급 및 부수관리, 스포츠용품 구입, 정부지원 등 허술한 구석이 수두룩하다.

얼마전 한 세미나에서 ‘ICT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곧 각 종목 동호인의 개별 데이터가 포괄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생활체육 대회에도 VAR(Video Assistant Refree)이 도입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전 정현의 호주오픈 4강신화에서 지켜봤듯이 애매한 판정은 비디오판독(호크아이)을 통해 명쾌하게 해결하는 프로들의 세계가 동호인들에게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렴하게 보급이 가능한 판정지원 영상처리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고 한다.

기술발전은 과거 소수 지배세력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하도록 만든다. 한국의 ICT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률은 세계 1위다. 여기에 엘리트 스포츠는 세계 10위권이다. 그렇다면 ICT기술을 결합한 획기적인 생활체육 시스템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축하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예전에 ‘휴대폰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국의 모습’이 미래사회의 모습이라며 외국에서 해외토픽으로 소개된 것처럼 말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