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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FC서울의 의문스러운 리빌딩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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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은 2018년 서울의 키워드로 리빌딩을 꼽았다. [사진=OSEN]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FC서울이 2018 시즌을 앞두고 선언한 팀 키워드는 ‘리빌딩’이다. 하지만 서울의 겨울 이적시장 초반 행보는 의문스럽다.

2017년 서울은 실패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5위에 그치며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고, FA컵은 16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구단 역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K리그 클래식 우승, FA컵 준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의 성적을 거둔 2016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였다.

서울의 수장 황선홍 감독(50)은 실패의 원인을 선수진의 노쇠화에서 찾았다. 평균 연령이 높은 현재의 선수들로는 역동성 있고 활력 넘치는 ‘황선홍 표 에너지 축구’를 구사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2018 시즌 반전을 위한 키워드로 리빌딩을 외쳤다.

리빌딩을 위해 서울은 무리한 결정을 단행했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데얀(37)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김치우(35), 조찬호(32)와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데얀-수원삼성, 김치우-부산아이파크, 조찬호-서울이랜드 이적). 서울에서의 선수 생활 연장을 원한 데얀에게 먼저 은퇴를 권유한 사실은 논란을 유발했지만, 리빌딩의 관점에서 볼 때 37살의 노장 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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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데얀의 대체자로 영입한 에반드로의 나이는 31살이다. [사진=FC서울]


문제는 팀을 떠난 노장들을 대신해 영입한 선수들이 과연 리빌딩을 위한 용도가 맞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지금까지 서울은 총 5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그중 조영욱(19), 박동진(24), 정현철(25)은 리빌딩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데얀의 대체자로 영입한 에반드로(31)와 성남FC에서 영입한 미드필더 김성준(30)의 나이는 서른을 넘었다. 이들의 영입을 리빌딩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꼭 나이 든 선수를 내보내고 어린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이 리빌딩은 아니다. 팀 내 불필요 자원으로 여겨졌던 선수를 정리하는 과정 역시 리빌딩의 일부다. 하지만 팀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했던 외국인선수 코바(30)와 칼레드(31)는 서울에 잔류했다. 리빌딩이라는 이유로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였던 데얀을 내친 것과는 방향성이 상충하는 부분이다.

또한, 서울은 광주FC에서 박동진을 영입하는 대신 유망주 임민혁(21)과 김정환(21)을 광주로 보냈다. 2016년 입단한 임민혁은 추후 팀의 중원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받던 서울의 대표 유망주였다. 비록 2019년부터는 임민혁을 서울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바이백 조항(buy-back clause)’이 계약서에 삽입됐지만, 이미 팀 적응을 마친 대표 유망주를 리빌딩 시기에 다른 팀에 보낸 건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이러한 서울의 의문스러운 행보는 구단에 대한 팬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선홍 감독의 야심찬 리빌딩 선언은 데얀의 계약 해지를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로 전락했다. 정말 리빌딩이 목적이라면, 팀의 유망주를 지키는 동시에 더 어린 선수들을 영입했어야 했다는 게 팬들의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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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의 이적시장 행보에서 리빌딩에 어울리는 선수는 조영욱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서울은 데얀을 포함한 30대 선수 셋과 20대 선수 둘을 잃었다. 여기에 윤일록(26)마저 J리그로 떠난다는 소문이 있다. 그 빈자리는 30대 선수 둘과 20대 선수 둘, 그리고 10대 선수 한 명이 채웠다. 연령대를 낮춘 영입은 조영욱이 유일하다. 작금의 행보를 리빌딩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은 6일 스페인 무르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2018 시즌을 위한 준비는 시작했지만, 이적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2018 시즌의 팀 키워드로 리빌딩을 외친 서울과 황선홍 감독은 남은 이적시장을 통해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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