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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40) '파이어볼러' 서울고 최현일의 겨울이 기대되는 이유
2017년 고교야구 서울권은 투수 자원 풍년이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 전부터 1차 지명 유력후보로 다섯 손가락이 모자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서울권 3개 구단 1차 지명자들은 모두 투수였다. 지난 9월 열린 2차 지명회의에서도 4라운드까지 서울권 12명의 투수들(올라운더인 강백호 포함)이 호명됐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고등학교 투수 최현일(17)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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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 투수 최현일. [사진=정아름 기자]


# ERA 0.89의 ‘명과 암’

188cm, 89kg의 다부진 체격조건을 지닌 최현일은 쓰리쿼터형 우완투수다. 주무기는 최고구속 149km의 직구로 고교 진학 후 체중이 증가하며 그 위력이 배가됐다. 최현일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원래는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지난해 잠시 재활훈련을 할 때 먹고, 재활하고,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체중이 확 늘었다. 12kg 정도 찐 것 같다. 그 기점으로 구속이 확실히 늘었다”며 체중 증가에 대해 설명했다.

최현일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0.89다. 성적만 보면 나무랄 데 없지만 출장기록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5경기에 나서 21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서울고의 상징과도 같았던 강백호(18 kt)와 더불어 올해 주축 투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시즌 초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황금사자기 대회 이후로 마운드 위에 선 최현일을 볼 수 없었다.

올 시즌 옆구리가 다소 좋지 않았다. 최현일은 “숨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TV 중계가 되고 있던 황금사자기 대회 때 공을 던지다가 9회에 허리를 부여잡았다. 주말리그부터 조금씩 느낌이 안 좋긴 했는데 ‘별 거 아니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부상을 키운 것 같다. 이후에도 나았다고 생각하고 일찍이 복귀해 던지고를 반복하다보니 한 달 보름이면 될 것을 4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몸 상태는 ‘문제없음’이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전국체전에서는 경북고를 상대로 2⅓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이어 출전한 서울시 추계리그 대회에서는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직구 최고구속은 144km를 찍었다. 4개월간의 공백을 무색케하는 투구였다.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공을 제대로 못 던졌기 때문에 지금부터 감각을 잘 살려서 내년 시즌 잘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R.I.P jose 16 #변화구2개

최현일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는 ‘R.I.P jose 16/ 변화구 2개’다. 여기서 jose는 지난해 9월 보트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마이애미 말린스의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다. 정말 좋아했던 선수이자 롤 모델이었기에 사망 1주기가 지났음에도 상태메시지를 바꾸지 않았다. 최현일은 “공을 던지는 패턴이 시원시원하고 팔각도도 저랑 비슷해서 호세 페르난데스 선수의 투구영상을 많이 봤었다. 처음 보트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다. 다음날 마이애미 구단 추모 행사를 보고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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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일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


'변화구 2개'는 변화구 2개를 완벽하게 만들고자하는 목표다. 목표를 확실히 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 같아서 상태메시지에도 적어뒀단다. 앞서 언급했듯 최현일의 무기는 150km에 달하는 빠른 직구다. 하지만 빠른 직구만 줄곧 내세우다보면 타자에게 쉽게 공략되기 마련이다. 직구의 위력을 더 높이기 위해 변화구 구사력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 어찌 보면 이 ‘변화구 2개’는 최현일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넘어서야 할 산인 셈이다.

공을 들이고 있는 구종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다. 슬라이더는 완성도를 많이 높인 상태다.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원할 때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됐다. 이에 반해 체인지업은 여전히 열심히 연습 중이다. 오버핸드 보다 낮은 팔각도를 가진 쓰리쿼터형 투수라는 특성상 체인지업이 유용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최현일은 “손의 감각이 없는지 아직 체인지업은 익숙지가 않다”며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보완할 것을 다짐했다.

# 쉴 땐 야구보다 농구

사실 최현일은 ‘야빠(야구 광팬)’이기보다는 ‘농빠(농구 광팬)’의 기질이 다분하다. 그는 스테판 커리(29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열렬한 팬이다. 최현일은 “커리는 플레이 스타일이 활발하고 시원시원하다. 게다가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인간 됨됨이랄까? 그런 부분도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다. 커리 때문에 미국프로농구(NBA)를 보게 됐다”라며 커리 예찬론을 펼쳤다.

황금 같은 그의 주말 휴식 시간 역시 황금전사들(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을 일컫는 말)의 차지다. 보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직접 하는 농구’ 역시 좋아한다. 취미 삼아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가끔 아버지가 속해 있는 동호인 농구팀에서 게스트로 뛰기도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잘 하는 편이지만, 동호인들 사이에선 깍두기 수준이라며 어른들의 관록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농구사랑을 아는 서울고 코칭스태프들의 걱정에 자주 즐기지는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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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좋아하는' 투수 최현일은 야구 소식도 챙겨본다. LA 다저스의 팬인 그는 최근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것에 실망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럴 땐 영락없는 17세 소년이다. [사진=정아름 기자]


시즌이 끝난 요즘은 미국 동계훈련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컨디셔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부상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일까. 최현일은 “고교 마지막 동계훈련은 아픈 곳 없이 잘 마치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2가지 변화구를 가다듬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가 바라는 2018년 서울고와 서울고 최현일의 목표는 무엇일까.

“팀으로는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수진이 좋아서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성적을 올해(평균자책점 0.86)처럼만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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