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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이슈] 신태용 감독 ‘이동국 발언’의 오류와 번복 가능성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신태용 감독(47)의 세 번째 대표팀 명단에 이동국(38, 전북현대)의 이름은 없었다.

콜롬비아(11월 10일)와 세르비아(11월 14일)를 상대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를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명단이 지난 30일 발표됐다. 신태용 호 1기에 합류해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이란, 우즈베키스탄)를 소화했던 ‘베테랑 3인방(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중 이동국의 이름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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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신태용 감독의 세 번째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의 제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동국을 ‘K리그의 영웅’으로 남겨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는 대표팀에서의 실수로 국민에게 비난받지 않게끔, 먼저 놓아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동국이 자신의 전술에 부합하는 활동량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제시한 두 가지 이유에는 모두 오류가 있다. 먼저, 이동국은 ‘이미’ K리그의 영웅이다. 이동국이 월드컵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다 하더라도, 그가 K리그의 영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 팬들은 이미 이동국이 써내려 온 역사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다. 따라서 비난에 대한 우려로 대표팀에서 먼저 놓아주는 건 적절치 않다.

또한, 대표팀이 이동국에게 기대해야 할 모습은 왕성한 활동량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주전 공격수로 점 찍어둔 선수는 황희찬(21, 잘츠부르크)이다. 신 감독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활동량과 전방 압박을 소화할 수 있는 황희찬이 첫 번째 공격 옵션이라면, 두 번째 공격 옵션은 이와 다른 유형이어야 한다. 한 골이 필요한 시점에 경기에 투입돼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 선수가 필요하다.

이동국은 최종예선 이란 전과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그 두 번째 옵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비록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두 경기 모두 교체 투입된 이후 답답했던 공격의 분위기를 바꿨다. 최근 소속팀 전북현대(이하 전북)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는 만큼, 교체 자원이 해야 하는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수행했다. 활동량이 아닌 득점을 기대하고 선발한다면, ‘노장’ 이동국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동국은 공격 옵션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베테랑’의 부재였다. 젊은 선수 위주로 꾸려졌던 대표팀은 큰 무대에서 얼어붙었고, 결국 실패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뒤에서 묵묵히 팀을 이끌었던 안정환(41)과 같은 베테랑의 부재가 여실히 느껴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이동국이 안정환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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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의 제외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은 대표팀을 향한 꿈을 접지 않았다. [사진=전북현대]


자신을 놓아주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동국은 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동국은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축구를 은퇴하는 순간이 모두(소속팀, 대표팀) 은퇴하는 순간이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다. 준비를 잘 하겠다”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이전에 스스로 대표팀 은퇴 선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동국은 자신의 의지를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이동국은 지난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울산현대 전에서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이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전북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과연 이동국은 신태용 감독의 발언을 뒤엎을 수 있을까? 2018년 이동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동국은 그간 어려워 보였던 기록을 수없이 갈아치웠던 역사적 인물이다. 그렇기에, 서른여덟 이동국의 시선은 여전히 2018년을 향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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