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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프로 선수에게 사인의 의미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 명절이면 늘 그렇듯이 가까운 친지간 덕담이 오간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연휴기간에 생일을 맞은 한 여성 격투기 선수의 SNS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발견했다. 동료 선수가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경기장 현장에서 꼬마 팬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해당 선수의 사진을 첨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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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빈이 바닥에 엎드려 꼬마 팬을 위해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입식격투기 단체 MAX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고생 파이터 문수빈(18, 목포스타)이다. 사진 속 문수빈은 어린 팬의 발 아래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귀여운 소년 팬에게 사인을 해주기 위해 경기장 바닥을 마다 않고 엎드려 사인을 하는 예쁜 팬 서비스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우연히 이 사진을 발견한 한 스포츠 전문 기자가 해당 사진과 함께 사연을 기사화했다.여러 사람이 기사를 접하며 잔잔한 감동의 파장이 일었다. 기사를 접한 이들은 “이런 분 진짜 멋지다”, “문수빈, 기억하겠다”며 응원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궁금한 마음에 선수 본인에게 직접 사연을 직접 전해 들어 보았다. 해당 사진은 지난 6월24일(토) 전북 익산에서 개최된 MAX FC09 대회가 모두 끝난 직후였다. 문수빈 선수는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와중에 한 어린 팬이 부모와 함께 와서 그녀 앞에 섰다. 아이의 어머니는, “오늘 경기 너무 잘 봤어요. 우리 아이가 꼭 문수빈 선수와 사진 찍고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해서”라며 수줍게 공책을 들고 있는 꼬마 팬과 조우 시켜줬다.공교롭게도 그 사인은 문수빈 선수가 선수 데뷔 이래 생애 처음 팬에게 받아보는 사인 요청이었다. 조금이라도 잘해주려는 마음에 그 자리에서 엎드려 바닥에 공책을 놓고 꿈에 그리던 사인을 정성껏 했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선수와 함께하는 순간순간, 곳곳에 숨어있다. 생애 첫 사인을 해준 선수는 물론, 수줍은 사인 요청에 자신의 발 아래 엎드려 정성스레 사인을 해준 선수에 대한 기억 역시 꼬마 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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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파이터' 문수빈.


최근 들어 프로 선수들의 팬 서비스가 자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자신을 응원하러 타국까지 와준 고국 팬들의 사인 요청을 도망치듯 피해버리는 영상 때문에 한 동안 ‘인성논란’에 까지 휩싸였던 선수도 있고, 사인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자신은 사인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통해 대중의 뭇매를 맞은 스타 선수도 있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날두가 문신을 하지 않는 이유가 혹시라도 어린이 팬들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메이저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다 크다. 물론 선수 개인의 사생활조차 존중하지 않는 일부 무례한 팬들의 행태도 고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선수의 행동 하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때론 귀찮고, 바쁜 일정에 팬들의 사인 요청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초의 시간을 내어서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장식될 수 있다면, 그 또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생애 첫 사인을 했던 문수빈 선수는 이렇게 얘기하며 귀엽게 웃었다. “사인은 저에게 있어 영광의 순간입니다.앞으로 무릎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엎드려 사인을 해도 좋으니 많은 팬 분들에게 사인을 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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