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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80] 스코어카드 속 핸디캡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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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골프협회 핸디캡 분과 전한진 부위원장(왼쪽)과 안형국 과장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 전문기자로 십수 년간 살다보면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에 서는 상황을 접하고 목격하고 관찰할 수 있는 일이 종종 생긴다.

얼마 전 대한골프협회(KGA) 안형국 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울 근교 모 골프장에 코스레이팅에 동행 취재할 의향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멋진 샷을 하면서 전문가적인 의견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했음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코스 레이팅이란 코스를 돌면서 세부 수치를 측정하거나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라운드하는 골퍼들 사이를 오가며 27홀을 평가하는 데 서너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전한진 KGA 핸디캡분과 부위원장은 국내 골프장에서 코스 레이팅을 20년 가까이 진행한 베테랑이다. 한 해 10군데 정도 골프장에서 요청이 있으면 진행한다. 전 부위원장이 남자 티를 측정한다면 여자 국가대표 코치를 거쳐 신지애를 키워낸 전현지 위원이 여자 티를 측정한다.

레이팅 작업은 분업화되어 있었다. 골프장에 도착한 뒤 카트 한 대를 빌려 출발한다. 준비물은 스팀프미터와 레이저 거리측정기, 그리고 파일로 된 서류철이다. 매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거리측정기로 티샷한 공이 떨어지는 IP(Intermediate Point) 지점까지를 재고 거기서 각각의 장애물까지의 거리와 내용을 체크한다.

실력과 성별에 따라 IP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코스 레이터들은 각자의 평가 위치에서 잰 측정값을 기재한다. 프로에 해당하는 스크래치(핸디캡이 0)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50야드(세컨드 샷은 220야드), 여성 스크래치골퍼는 210야드(세컨드 샷 190야드)가 나온다. 남자 보기플레이어의 평균 비거리는 200야드(세컨드 샷 170야드), 여성은 150야드(세컨드 샷 130야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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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레이터들은 각 위치마다 코스의 난이도 등 특이 사항을 서류철에 기입한다.


티샷이 멈췄을 지점에 가면 다시 그린까지의 어프로치 상황을 측정해서 서류철에 점수를 표시한다. 18홀 중에 서너 개 홀에서는 평평한 그린을 찾아 스팀프미터를 이용해 공을 굴려서 그린 스피드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다. 이런 식으로 코스를 돌아보고 서류에 체크하는 것으로 코스 레이팅 작업이 진행된다.

“대부분 데이터는 골프장을 방문하기 이전에 항공 지도를 검색합니다. 또 골프장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까지 받습니다. 필드 현장에서는 이를 검증하는 작업이죠. 실제로 얼마나 높낮이가 있는지 플레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죠.” 안 과장은 위원들이 측정한 수치들을 미국골프협회(USGA)의 코스레이팅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코스레이팅/슬로프레이팅이 계산되어 나온다고 설명했다.

골프장이 개장할 때면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 값을 측정해서 스코어카드에 적는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 중에는 이를 지키지 않는 곳도 많다. KGA는 회원사에 무료로 이같은 코스 레이팅 평가 검증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가 찾은 H골프장은 30여년 전 개장할 때 설계 사무소에서 어림짐작으로 코스레이팅을 했으나 오늘날 코스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한다. 레이팅을 이미 받았던 골프장도 5~10년이 지나면 소폭이라도 코스 수리와 보완을 하기 때문에 재평가를 하는 게 골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길이다.

그렇게 측정해서 나온 값이 라운드를 할 때 스코어카드에 적혀진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한 귀퉁이에 쓰여진 코스 레이팅(Course Rating: CR) /슬로프 레이팅(Slope Rating: SR)이란 단어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골퍼의 실력에 따라 해석 수준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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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국 KGA과장이 스팀프미터로 그린에서의 볼의 구르기를 측정하고 있다.


구력이 좀 되고 그립 좀 갈아봤다는 골퍼들은 이 정도면 아는 척을 한다. “코스 레이팅은 이 코스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하는 거야. 파72 코스에 74.3이면 2.3타가 더 나온다는 얘기지.” 하지만 그게 슬로프레이팅이 뭐냐고 질문하면 종종 막히곤 한다.

코스 레이팅이란 아무나가 아닌 스크래치 골퍼가 플레이를 할 때 각각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기록하는 스코어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는 한 개의 홀에서 코스 레이팅 수치가 여러 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스코어카드를 보면 코스 레이팅도 블랙 티, 블루 티, 화이트 티에서 했는지를 구분해 적는다. 스크래치 골퍼가 블랙 티 18홀을 경기했을 때 나오는 레이팅 값과 화이트 티에서의 값은 다르다. 파72인 코스의 블랙티에서 코스레이팅 값이 73.7이라면 핸디캡 0인 골퍼가 블랙티에서 치면 1.7타를 더 친다는 얘기다. 화이트티에서는 레이팅 값이 더 내려간다.

그리고 슬로프 레이팅은 한 홀당 평균적으로 보기를 하는 평균 스코어 90타 내외인 보기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한 코스 난이도다. 값은 55~155까지 나뉘지만 USGA에서는 113을 중간치로 본다. 따라서 슬로프 레이팅이 113보다 높으면 코스가 어렵고, 낮으면 쉽다고 볼 수 있다.

구력이 아주 오래고 슬로프레이팅도 알고, 심지어 골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조차도 잘못 알고 있는 개념도 있다. 바로 ‘핸디캡 홀’이다. 스코어카드에는 대부분 1~18번의 핸디캡이 적혀 있으면 그들은 당연한 듯 말한다. “가장 어려운 홀이 핸디캡 1번, 가장 쉬운 홀이 핸디캡 18번이지.” 하지만, 홀 난이도와 핸디캡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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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진 KGA부위원장이 그린 주변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코스-슬로프 레이팅을 통해 확인했듯이 핸디캡 홀의 개념은 동반자들 사이에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어떤 홀이 가장 어렵다’는 개념은 골퍼의 기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큰 의미가 없다. 핸디캡 3인 싱글 골퍼와 15인 보기 플레이어가 같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골프를 할 때 공정한 게임을 하라고 만든 게 핸디캡 홀이다. 12의 핸디캡 차이가 있으니 핸디캡 1번부터 12번 홀까지 한 타씩 양해해 주라는 순서가 바로 핸디캡 홀의 존재이유다.

따라서 가장 어렵다는 난이도 1번 홀과 핸디캡 1번 홀은 개념이 서로 다르다. 예컨대 싱글과 보기 플레이어의 실력차가 가장 벌어지는 홀은 전장이 긴 파5 홀이다. 따라서 이런 홀이 대체로 핸디캡 1번 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짧은 파3 홀이나 쉬운 홀에서는 실력차가 벌어지지 않으니 이런 홀은 핸디캡이 낮아진다.

국내의 다수 골프장에서는 18번 홀에 난이도를 높이거나 핸디캡 1번으로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핸디캡의 존재 이유를 안다면 좀 억지스럽다. 선수들의 미세한 기량을 가리는 골프 대회에서는 충분히 가능할지라도 말이다. 따라서 골프장을 관리할 때 ‘공정함’을 기준에 둔다면 핸디캡 1, 18번 홀은 처음과 끝에 배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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