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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남자 골프, 중국 버리고 아시아와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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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A-아시안투어 수뇌부. 왼쪽부터 강형모 KGA부회장, 조시 버락 아시안투어 CEO, 허광수 KGA 회장, 남영우 아시안투어 선수 위원. [사진=아시안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내년부터 국내 남자 골프는 3개의 아시안투어를 개최하게 됐다. 아시안투어는 18일 홈페이지에 ‘향후 5년간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코오롱한국오픈(총상금 100만 달러)과 GS칼텍스매경오픈(총상금 90만 달러)을 공동 주관(Co-sanction)하게 됐다’고 올렸다.

이에 따라 내년에 국내에 열리는 아시안투어와의 공동 주관 대회는 3개로 늘었다. 이들의 상금 총액을 모으면 무려 34억원에 이른다.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을 비롯해 세 개의 대회 모두 메이저 대회다.

지난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아시안투어와 신한동해오픈을 13년만에 다시 공동 주관하기 시작했다. 우승은 인도의 가간짓 불라였고, 올해 대회는 아시안투어 출신 리차드 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하면 대회마다 50명의 출전권을 아시안투어에 주어야 한다. 내년부터 국내 선수들은 아시안투어의 강자들과 우승을 다퉈야 하는 보다 치열한 경쟁 시장이 전개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시안투어는 한 시즌에 30여개의 대회를 개최한다. 상당수는 유러피언투어 및 일본남자프로골프(JGTO)와의 공동 주관 대회다. 이들을 제외하면 필리핀에서 개최하는 리조트월드마닐라마스터스가 총상금 100만 달러로 가장 큰 대회다. 그밖에 마카오오픈(50만 달러), 태국 퀸즈컵(50만 달러), 방글라데시오픈(30만 달러), 대만의 얀더헤리티지(30만 달러), 태국오픈(30만 달러), 인도의 타케솔루션(30만 달러) 등이 열린다. 한국에서 100만 달러급 대회가 한 번에 세 개가 열린다는 건 아시안투어의 맹주(盟主) 자리를 한국이 차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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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아시안투어 출신의 리차드 리가 라이브 미디어 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KPGA]



이는 동시에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원아시아투어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KGA, 중국골프협회(CGA), 호주프로골프협회(APGA) 3대 내셔널 골프 단체가 합의해 창설한 것이 원아시아투어였다. 매 대회마다 총상금 최저액 100만 달러를 표방하면서 호기롭게 출발했다. 2011년에는 퀄리파잉 스쿨도 열었고, 한 시즌 11개 대회를 열면서 아시안투어를 위협했다.

하지만 원아시아투어는 최근 파장 분위기다. 2014년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골프를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하면서 투어 시장은 급속 얼어붙었다. 중국 자체 투어로 총상금 100만 달러를 내건 난산차이나오픈이 단숨에 중단됐다. 호주가 원아시아를 탈퇴하자 대회는 더 줄었다. 지난해는 SK텔레콤오픈이 원아시아투어를 탈피했고, 타일랜드오픈과 피지인터내셔널은 유러피언투어-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으로 옮겨가면서 결국 원아시아투어는 4개 대회만 열렸다.

지난해 여름에는 투어 지도부마저 급작스럽게 교체됐다. 재미교포인 전상열 커미셔너와 테니얼 추 CEO가 물러나고 중국의 단티송 커미셔너 체제로 바뀌었다. 전 커미셔너는 SBS방송과의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고, 추 CEO는 미션힐스를 통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으나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결과 올해 원아시아투어는 볼보차이나, 매경오픈, 한국오픈 3개를 개최하는 데 그쳤다.

KGA-아시안투어 투어의 발표와 관련해 강형모 KGA부회장은 “원아시아투어는 이제 거의 소멸되다시피 존재감이 없어졌다. 몇 년 전 호주도 떨어져나가고 KGA가 남아 있었을 뿐이다”면서 “어떤 것이 국내 선수들을 위하는 것일까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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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골프협회는 한국을 배제하고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최 협약을 맺었다.


KGA가 원아시아투어와 결별하고 아시안투어와 손잡은 데는 다른 요인도 있다. 지난 3월17일 CGA는 중국 상하이에서 아시안투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주관 대회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원아시아의 동반자였던 KGA로서는 방심하다가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당시 양 투어는 올해 4개 대회를 중국에서 개최하며 이를 아시안투어와 중국투어에 공동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왕리웨이 CGA 부대표는 “2008년 중단된 이래 다시 아시안투어와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중국에 다시 온 것을 환영하며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골프 시장 발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상황이었다.

CGA가 아시안투어와 맺은 파트너십은 사드 사태에서 촉발된 한중 스포츠 외교의 경색 상황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KGA가 아시안투어와 손을 잡은 것은 반 년 전 CGA의 조치에 대한 한국의 대응 조치 성격이 짙다. 따라서 내년부터 물밀 듯 밀려들어오는 아시안투어 선수들과 메이저에서 경쟁해야 하는 건 한국 선수들이 마주쳐야 할 각박한 현실이다.

올해는 어쩌면 그나마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코오롱한국오픈 우승자는 지난해 아시안투어 큐스쿨을 수석 통과한 장이근, 신한동해오픈 우승자는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교포 리차드 리였다. 내년에는 인도의 가간짓 불라, 말레이시아의 가빈 그린, 태국의 천재 골퍼라는 파차라 콩와트마이가 코리안 투어 상금왕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한국 투어가 세계화를 향해 문을 열었다면 이는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래야 김시우, 왕정훈, 안병훈, 임성재와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배출될지 모른다. 글로벌은 먼저 우리의 문을 여는 데서 시작된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데서 발전이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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