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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싹쓸이의 역설, 남중 탁구의 ‘대광중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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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회장기 중고탁구대회에서 남중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대광중학교 선수단. [사진=월간탁구/더핑퐁]


# 지난 6일 당진실내체육관에서 끝난 2017 보람상조배 회장기 전국중고탁구대회에서는 보기드문 ‘싹쓸이 우승’이 나왔다. 조대성(3학년)을 앞세운 대광중학교는 단체전에 이어, 남자복식과 남자개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조대성 3관왕). 시도대항전에서 단일팀으로 서울대표로 출전해도 타 시도의 연합팀을 쉽게 제치고 우승할 정도로 이미 대광중의 전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이번 3관왕도 어찌 보면 일상다반사일 수 있다. 화제가 된 것은 싹쓸이의 정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 대광중의 단체전 우승은 당연지사라고 해도, 개인 단식과 복식은 좀 심했다.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대성-박경태(2학년) 조를 비롯해 오경민-박민준, 황진하-정성원까지 대광중은 3개 조를 올려놓았다. 1~3위를 싹쓸이 한 것이다. 단식은 더 심하다. 8강에 조대성, 오경민, 양예찬(이상 3학년), 박경태 4명이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시드상 모두 다른 학교선수를 상대했고, 죄다 승리했다. 그래서 준결승, 결승은 대광중 연습경기처럼 치러졌다. 김태준 대광중 코치는 제자들끼리 붙은 4강전부터는 아예 벤치를 보지 않았다. 경기장에서는 “전국대회가 대광중의 자체 연습경기 같다”는 촌평이 나오기도 했다.

# 일단, 대광중학교의 빼어난 성적을 축하한다. 조대성 박경태를 앞세어 장충초등학교 시절부터 싹쓸이 우승을 해왔고, 중학교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며 그 독보적인 전력을 더욱 강화했으니 코치와 선수들 모두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웃픈 역설’이 하나 숨어 있다. 에를 들면 이렇다. 남중단식 8강에서 조대성을 만난 이정호(내동중)가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을 때 한 대회관계자는 “아쉽다. 조대성만 만나지 않았으면 충분히 4강 정도는 갈 수 있는 실력인데”라고 말했다. 이변이 많지 않은 탁구에서는 언더독의 선수가 톱독의 선수를 꺾는 것이 흔치 않다. 그래서 압도적으로 실력이 빼어난 선수가 있는 경우, 다른 선수들은 경기보다는 시드추첨에 더 신경을 쓴다. 일찍 최강자와 조우하는 것을 기도하는 것이다. 운이 없어 최강자를 만나면 ‘어차피 질 텐데’라며 맥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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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부 개인단식에서 1~4위를 휩쓴 대광중학교 선수들. [사진=대광중학교]


# 조대성과 대광중뿐 아니라 고교최강 안재현(대전동산고) 김지호(이일여고)나, ‘탁구신동’으로 유명한 신유빈(청명중1)도 비슷하다. 예컨대 안재현이 총력을 다하면 열세의 상대선수는 2~3점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서로 알다보니 안재현은 좀 설렁설렁 플레이를 하며 스코어를 조절하고, 언더독의 선수는 망신을 당하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지도자들은 속이 터지지만 할 수 없다. 언더독 선수는 ‘내가 죽기살기로 달려들고, 안재현도 이에 총력으로 응수하면 망신을 당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청소년대표선발전 같은 경우, 풀리그에서 이미 최강자가 우승을 확정했다면 친분이 있는 다른 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7~9일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 선발전에서는 이례적으로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표를 선발하기도 했다.

# 스포츠는 생각없이 ‘평준화’를 들이대서는 안 되는 분야다. 어차피 이 세계에서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기본이다. 어쨌든 결과(성적)에 의해 선수들은 일렬로 줄이 세워진다. 그리고 이 줄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선수가 될 때까지 크고작은 변화가 있지만 전체적인 틀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계속 이런 식으로 또래들끼리의 경쟁만을 주문해서는 승자도 패자도 발전이 더디다는 점이다. 우수한 선수는 기회가 되면 더 높은 수준의 대회에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고의 중학생 선수라면 의미 없는 또래 경기보다는 고등학생, 성인 선수와 겨루는 것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14세 탁구천재 하리모토 도모카즈는 올해 세계탁구선수권에서 8강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 국내에서 또래들과 겨루기보다는 국제대회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세계랭킹은 20위로, 그보다 앞선 한국선수는 이상수(12위) 정영식(19위)뿐이다. 주니어시절 하리모토를 꺾었던 조승민(19 삼성생명)은 63위이고, ‘한국탁구의 미래’ 조대성은 231위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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