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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72] 미국-한국 골프 대회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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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에서는 스코어를 들고 다니는 자원봉사도 치열한 경쟁이 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 역사와 문화가 오랜 미국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골프 대회가 열리면 자원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탠다. 특히 4대 메이저 대회쯤 되면 골프장 인근은 물론 전역에서 사람들의 응모가 모인다고 한다.

시카고의 리글리필드나 보스턴의 펜웨이파크 같은 프로야구 스코어보드에 비하면 골프의 메이저 대회에서 리더보드에 스코어를 게시하는 일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구닥다리 방식이다. PGA나 LPGA투어에서 사용되는 전자식 리더보드는 선수들에 대한 좋은 정보와 각종 수치를 제공해 주지만 마스터즈, US오픈,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은 그저 파와 관련된 스코어를 게시하는데 만족하고 이 방식을 고수한다.

메이저 스코어 관리자
수작업으로 스코어를 정리하는 방식은 약 400명의 자원봉사자가 갖가지 작업을 담당하기 위해 1주일을 온전히 헌신해야 하는 일이다. 메이저에서의 자원봉사는 그들에게 보람찬 일이기도 하다. 조 워틀리는 63년 전 골프 대회 자원봉사자로 처음 참여했다. 발투스롤에서 열린 1954년 US오픈에서 12살이었던 워틀리는 9번 홀 그린에서 선수들에게서 공식 스코어 카드를 받아 적은 뒤에 10번 홀 티로 뛰어가서 선수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스코어카드 러너의 일을 담당했다. 다시 발투스롤로 돌아온 1980년 US오픈에서 워틀리는 18번 홀 그린 옆의 커다란 스코어보드 담당이 되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우승 퍼트를 성공시키자 조는 그의 스코어를 게시한 다음 리더보드에 ‘잭의 귀환’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워틀리는 1984년부터 US오픈 29년, US시니어오픈은 24회, US여자오픈 25회 연속, 그리고 대서양 건너 디오픈까지 14년 연속 스코어관리 담당관으로 자원 봉사했다. 그는 뛰어난 인맥을 발휘했다.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재능 많고 신뢰할만한 약 40명의 남녀를 발굴해냈는데 이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위에 열거한 4개 메이저 대회에 찾아가 리더보드, 진행요원, 스코어기록원, 그리고 점수 집계를 위한 현장사무실 요원으로 봉사했다. 워틀리의 지인들 사이에 의사, 변호사, 회계사, 박사, 맥주 양조업자, 경찰, 헤지펀드 매니저 뿐 아니라 네이비실, 그리고 2명의 프로급 선수, 심지어 1997 US아마추어였던 매트 쿠차도 있었다.

쿠차는 2000년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직후 워틀리 밑에서 투자 분석가로 한동안 일했다. 그는 같은 해 아마추어로 디오픈 출전권을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워틀리는 쿠차에게 플로리다의 사무실로 돌아와 곧바로 일에 복귀하는 대신 자신의 스코어 관리팀에 합류한다는 조건으로 영국에 머물러 대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쿠차는 4라운드 내내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스코어를 기록하는 워킹 스코어러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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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US오픈에서 우즈가 엘스와 히메네즈를 15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NHL 전설도 자원봉사 참여
워틀리가 인맥으로 거느린 스코어 관리팀 자원봉사자 중에는 미국아이스하키(NHL) 최다승 기록과 스탠리컵 최다 획득(9회) 기록을 세워 아이스하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코티 버먼 감독도 있었다. 1999년 12월 버먼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AP통신의 스포츠인 시상식 만찬에 참석해 나란히 자리해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날 무하마드 알리가 20세기 최고의 스포츠맨 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태평양 연안 페블비치링크스에서 2000년 US오픈이 열렸다. 어니 엘스와 한 조에서 플레이한 타이거는 272타로 경기를 마쳐 공동 2위에 오른 엘스와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를 15타 차로 제치고 자신의 첫 US오픈 우승을 거둔다. 어니 엘스는 스코어카드를 점검한 뒤 우즈에게 말했다. “꼼꼼하게 살피게, 타이거. 난 내일 미구엘하고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 않거든!” 스코어카드를 오기(誤記)하지 말고 잘 살피라는 농담조의 조언이었다.

가끔 선수들은 자원봉사자가 기록한 스코어카드와 자신의 공식 스코어카드에 적힌 숫자를 일일이 대조해 보기도 한다. 엘스의 말을 들은 타이거는 자원봉사자의 카드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린 뒤에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외쳤다. “스코티!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NHL명예의 전당에까지 올랐던 버먼은 미소를 지은 후 답했다. “타이거, 내가 당신 스코어 담당이예요.” 그는 18홀 내내 같은 그룹에서 타이거의 한 걸음 뒤를 따라다녔지만 타이거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버먼은 “2000년 US오픈 마지막 라운드가 생애를 통틀어 하키를 제외한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서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물론 그날 어니 엘스는 스코티의 사인도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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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프레지던츠컵 당시 더스틴 존슨을 따르던 자원봉사 스코어러.


메이저는 1년 전부터 발족
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투입되는 경기진행요원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메이저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2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그중에 특히 PGA투어 메이저는 1년 전부터 운영위원회를 발족, 대회 준비에 필요한 자원봉사자 선발을 시작해 늦어도 대회 2~3개월 전에는 대회 진행에 필요한 자원봉사자 선발을 마친다.

메이저 대회 자원봉사자는 직업과 연령에서 천차만별이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 못지않다. 그들의 업무는 티켓 판매와 전문의료진, 프로그램 진행, 캐디위원회, 클럽하우스 위원회, 선수가족 담당, 주차요원, 스코어 기록 등 전문 기술부터 단순 업무까지 다양하다. 자원봉사는 무보수로 대회 기간 제공되는 유니폼과 기념품, 식사가 전부다. 경제적·사회적 혜택도 전혀 없지만 자원봉사 신청자가 많아 대회 2~3개월 전 조기 마감된다. 그건 메이저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골프 문화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골프대회 자원봉사단이 운영된 적이 있다. 2015년 미국과 인터내셔널 팀이 맞붙은 프레지던츠컵에서다. 골프를 하는 주니어와 대학 선수에서부터 각계에서 모여든 1000여 명의 봉사자는 대회장 곳곳에서 원활한 대회 진행을 도왔다. 골프 국가대표 선수들도 자원봉사에 동참해 프레지던츠컵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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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SK텔레콤오픈에서 대회 주최측은 홀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서비스를 시도했었다.


국내 대회는 스폰서가 동원
국내 대회에서의 자원봉사는 스폰서 기업에서 임직원을 동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삼천리투게더오픈2016에서 삼천리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500여명이 대회 첫째날 100여명, 둘째와 마지막 날 각각 200여명씩을 동원해서 경기장 전역에서 대회의 진행을 도왔다. 지난 2015년 5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도 임직원 50명의 자원 봉사단이 운용됐다. 이들은 대회 마지막 날 9번홀과 18번홀에 배치돼 고정 마샬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는 SK텔레콤이 홀과 대회를 설명하는 도슨트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대회인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는 대회 두달 전부터 자원봉사단이 은행 임직원을 중심으로 200여명 정도가 결성되곤 한다. 이들은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3, 4라운드에 100명씩 배치되며, 갤러리 플라자 입구, 주요 홀 고정 마샬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 2011년부터 자원봉사단을 운영해온 SKT는 지난 2014년부터는 아예 임직원으로 구성했다. 미국처럼 골프 대회 자원봉사단의 문화가 깊지 않은 탓에 인원을 모집하기가 쉽지않은 까닭이었다. 따라서 국내 골프대회에서 봉사단은 있지만 이들이 '자원'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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