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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하임컵 앞두고 찬바람 부는 유럽 여자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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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부터 미국과 유렵간 팀대항전 솔하임컵이 열린다. 미국 단장 줄리 잉스터와 유럽 단장 안니카 소렌스탐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L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유럽 여자 골프계가 급속 쇠락하고 있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던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가 스폰서 이탈과 스타 선수의 부재로 인해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18일부터 열리는 미국과 유럽간 팀대항전 솔하임컵을 앞두고 잔뜩 얼어붙은 냉기가 유럽을 휘감고 있다.

한창 시즌인 5,6월에는 LET 주최 대회가 하나도 열리지 못했다. 유럽 경기의 위축이 겹치면서 올해 개최 대회는 18개로 줄었고 상금 규모와 선수들 수준이 급격히 떨어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 투어에도 못한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사정이 이 정도에 이르자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고참 선수들이 이반 코다바크슈 커미셔너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살풍경도 벌어진다.

유럽팀 단장인 안니카 소렌스탐은 4명이나 되는 단장추천선수(캡틴스픽)을 고민하다가 스웨덴의 안나 노퀴스트, 루키 마들린 색스트롬과 덴마크의 루키 에밀리 크리스틴 베더슨, 독일의 캐롤린 마손을 꼽았다. 이중에 베더슨은 세계 100위에도 들지 못한다.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 중에도 멜리사 리드는 세계 97위다. 실력 차이가 크다. 이에 반해 미국팀 단장 줄리 잉스터가 뽑은 추천선수 2명인 앤젤 잉은 세계 51위, 오스틴 언스트는 57위다.

유럽 여자투어는 올초 예정된 대회 중에 5개의 대회가 취소되거나 사라졌다. 대회가 줄어드니 선수들의 기량이 낮아지는 건 당연했다. 스포츠 사이트 espnW닷컴은 최근 극도로 쪼그라든 LET투어의 현황을 특집으로 다뤘다. 한 선수는 영국 <더타임즈>에 열악해진 투어 현장을 알리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투어를 뛰는 익명을 요청한 한 선수는 “우리 통장을 보면 투어의 재정이 얼마나 붕괴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회수가 너무 적어 그것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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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14세 아마추어 티티쿨이 LET 타일랜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아졌다.


연초에 올 시즌 21개 대회 개최를 표방한 LET는 상반기에 죽을 쒔다. 지난 6월에 개최 예정이던 터키레이디스오픈, 7월초 남유럽에서 열기로 한 대회, 7월 중순 체코에서 열리려던 팁스포츠마스터스들이 줄줄이 열리지 못했다. 7월 중순 태국에서 치러진 타일랜드챔피언십은 부랴부랴 급조된 대회였다. 그런 까닭에 이름있는 많은 선수들이 대회 일정을 맞추기 힘들었다. 결국 태국의 14세 아마추어 아타야 티티쿨이 프로 대회로는 최연소로 우승하는 해외 토픽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회 리더보드 상단에 유럽 선수는 드물었다. 아나 메넨데스(멕시코)가 2위, 위트니 휠리어(호주)가 3위였다.

LET의 올해 18개 대회 중에 팀 매치인 솔하임컵과 일본에서 열리는 더퀸즈를 제외하면 16개가 남는다. 그중 유럽 땅에서 열리는 대회는 6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부분이 공동 개최다. 처음으로 LPGA투어와 공동 개최한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 리코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이 그렇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공동’이라기보다는 LPGA투어 대회라는 게 더 어울린다. LET 단독 대회인 프랑스의 라코스테레이디스프랑스오픈은 총상금이 25만 유로(3억3380만원)로 금액이 가장 작다. 스페인에서 열리는 대회도 30만 유로(4억원)에 불과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최소 상금액(5억원)보다도 작은 금액이다.

LET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주력 국가는 영국이나 유럽이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시아의 골프 신흥국인 중국이다. 지난 3월 미션힐스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 10월의 샤먼레이디스, 11월 산야레이디스까지 3개가 열린다. 이밖에 일본, 인도, 태국에서 한 개씩의 LET대회가 열린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만 총 6개 대회가 열린다. 이밖에 중동에서 3개(두바이, 카타르, 아부다비), 아프리카(모로코)와 오스트랄리아(호주)에서 한 개씩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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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투어를 뛰는 신입 선수들 앞에서 투어 일정을 설명하는 LET 디렉터.


팀 매치를 제외한 16개 대회의 총상금을 합치면 756만4636달러에 불과하다. 1년에 전부 열리는 대회 총상금이 PGA투어 한 개 대회 상금 정도다. 게다가 이미 올해 개최한 7개 대회 중에서 4개의 우승자는 아시아 선수(김인경, 이미향, 아타야 티티쿨, 김해림)였다.

7년 전만 하더라도 LET는 세계 3대 투어의 위용을 과시했다. 2010년에는 솔하임컵을 제외하고 26개 대회가 열렸는데 그중에 17개가 유렵에서 열렸다. 그에 비하면 8년만에 유럽에서 개최하는 대회가 절반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유럽의 남자 투어 상황과 비교하자면 심각성이 더 두드러진다. 2010년 유러피언투어는 49개 대회 중에 27개가 유럽에서 열렸다. 올해는 48개 중에 22개가 유럽에서 개최된다. 유러피언투어의 경우 세계화를 표방하면서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유럽에서도 스폰서를 잃지 않았다.
투어의 외형이 줄어들다 보니 스타도 떠났다. 유럽 출신의 안나 노르퀴스트, 수잔 페터슨(노르웨이), 아자하라 무뇨즈(스페인), 카롤르타 시간다(스페인) 등은 상금도 적고 대회 수가 적은 LET를 떠나 LPGA투어에 주력한다. 이들이 뛴 유럽 투어는 LPGA와 공동 개최한 대회 한두 개 정도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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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LET 상금왕인 베스 알렌. [사진=LET]


미국의 LPGA투어와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LET 상금왕인 베스 알렌의 상금액을 달러로 환산하면 36만7935달러다. 같은 기간 LPGA투어 상금왕인 아리야 쭈타누깐은 255만928달러로 무려 10배가 차이가 났다. 알렌의 상금액은 LPGA에서는 상금 53위 킴 카우프만(36만6201달러) 정도다.

대회가 줄고 스타도 떠나간 LET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상금 50위인 아나벨 디모크의 시즌 총 상금액은 3만8281달러, 100위인 린다 헨릭슨은 9472달러에 그쳤다. 같은 50위지만 LPGA투어의 오수현(호주)은 38만3622달러였고, 100위였던 셀린 허빈(프랑스)은 9만577달러였다. 10배 차이가 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륙간 팀매치플레이 솔하임컵마저 빛이 바래고 있다. 미국 선수들은 렉시 톰슨,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 등 세계 상위권에 드는 톱 랭커가 있지만 유럽 선수들의 세계 랭킹은 더욱 떨어진다.

문제는 세계에서 잘하는 선수들은 유럽에 있지 않고 아시아에 있다는 사실이다. 뛰어난 선수도 유랄아시아에 있다. 뉴질랜드(리디아 고), 호주(이민지, 오수현), 태국(아리야 쭈타누깐), 중국(펑샨샨)에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세계 톱10 랭킹에 절반이 있다.

미국과 유럽이 팀매치를 겨루는 솔하임컵을 대신할 새로운 포맷의 팀매치에 대한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는 한국과의 매년 양국을 오가며 치르던 핀크스컵에서 확장한 코와컵을 만들어 세계 투어들의 매치로 발전시켰다. 내년 가을에 예정된 인터내셔널크라운은 국가간 매치로 흥행이 예상된다.

최고의 스타들이 모여야 대회 흥행이 성공할 수 있고, 흥행이 성공하면 시장과 스폰서는 자연히 따라온다. 올해 솔하임컵은 대회 이벤트의 흥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파산설’까지 있는 LET의 미래도 심각하게 논의되는 자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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