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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21) ‘레전드의 감독 분투기’ 부산공고 이승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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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7개월차' 부산공고 이승학 감독은 '형 같은 감독'을 꿈꾼다.[사진=정아름 기자]


1955년 창단된 부산공업고등학교 야구부는 1964년 팀 해체 후 1981년 재창단됐다. 여태껏 우승과는 큰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랜 역사에 비해 우승은 단 1회(1963년 청룡기 우승)에 불과하다. 부산공고 출신 야구인으로는 김명성 전 롯데 감독, 김민재(전 한화), 허문회(전 LG), 이용훈(전 롯데), 이명우(롯데), 윤지웅(LG), 김원석(한화)이 있다.

부산공고 선수들에게 ‘전설’과도 같은 선배가 감독으로 다시 모교를 찾았다. 부산공고 선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연고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고졸 우선지명자. 그리고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했던 선수. 바로 우완 정통파 투수 출신의 이승학 감독(38)이 지난 1월 부산공고의 지휘봉을 잡았다.

아직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 전, 후반기 주말리그 부산&제주권에서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 탓에 올 시즌 첫 전국대회는 대통령배 대회가 됐다. 부산공고는 왕중왕전(황금사자기, 청룡기) 미참가팀으로 대회 참가자격을 얻었다. 호기롭게 부딪혔지만 부임 7개월차 이승학 감독의 첫 전국대회 나들이는 1회전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26일 대전제일고와 1회전을 치른 부산공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양종윤(18)이 6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타선도 4회 터진 정유진(18)의 3루타를 앞세워 선취점을 냈다. 뒷심이 아쉬웠다. 8회에만 2점을 내주며 경기가 뒤집혔다. 8회말 2사 2,3루의 찬스를 만들었으나 득점은 없었다. 1-2, 한 점차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며 부산공고는 짐을 싸야만 했다.

이날 팀에서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한 3학년 정유진은 “마지막 타석에서의 집중력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더 가다듬어 봉황대기에서는 일찍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비록 패했지만 열심히 한 만큼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학 감독이 하고자 하는 '후회 없는 야구'가 서서히 선수들에게 심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동행을 시작한 부산공고와 이승학 감독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보자.

- 감독 부임 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감독직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면.
▲ 작년까지 kt 위즈에서 코치를 하고 있었는데 감독직이 공석이 됐다. 운동하는 후배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공개채용에 직접 원서를 넣었고, 결국 감독직을 맡게 됐다.

- 고교야구판에서 젊은 감독이다. 선수들이 거의 조카뻘인데?
▲ 고교 감독 가운데 가장 어리지는 않지만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아실 진 모르겠지만 제가 단국대를 나와서 미국에서 마이너리그(필라델피아 필리스)만 6년을 뛰고 두산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다 보니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걷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팀 분위기를 바꾸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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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학 감독은 '할 때 하고, 놀 때 놀자'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사진=정아름 기자]


- 상무(2014~2015)와 kt 위즈(2016)에서 코치생활을 했다. 코치와 감독,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를 느끼나?
▲ 아무래도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다 살펴봐야하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학부모, 동창회, 학교와의 유대관계도 있어야 하니 관계적인 면을 관리하는 것이 확실히 힘들다. 감독이 되고 나니 여러 가지 신경 쓸 것들이 많다. 학교 전력이 약한 편이라 선수 수급의 문제도 있다. 아무래도 좋은 선수들이 경남고와 부산고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여러 힘든 부분이 있지만 선수들에게 용기를 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

- 지도를 하며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다. 이와 함께 강조하는 부분은 ‘상대와 경기를 하는 환경은 똑같다’라는 점이다. 날씨도 똑같고, 구장도 똑같다. 선수들에게 ‘우리가 조금만 집중해서 하면 어느 팀이든 상대할 만하다’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 부산공고는 올 시즌 전반기 주말리그 부산&제주권 6위(1승5패), 후반기 주말리그 부산&제주권 6위(1승5패)의 성적을 거뒀다. 냉정하게 팀 전력을 평가한다면.
▲ 약한 편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부산에서도 약한 편이고, 전국대회 와서도 약한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한 게임, 한 게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올해 신입생 스카우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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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타를 때려낸 정유진(왼쪽)을 격려하고 있는 이승학 감독. 선수들은 "감독님이 부임하신 후로 아픈 선수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라며 "감독님께서 세심하게 관리를 잘해주시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정아름 기자]


- 부산공고가 하고자 하는 야구는 어떤 야구인가?
▲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지고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물어지자’다. 시간이 짧아 아직까지는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일단은 ‘후회 없는 야구’를 펼치고자 한다. 선수들에게 ‘졸업하기 전까지 후회 없이 야구하자’라고 자주 독려하는 편이다.

-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001년 단국대 재학 중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무대로 진출했다. 이후 6년간 마이너리그 생활 후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와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2년 후 방출되며 30세라는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었는데 빠른 은퇴에 대한 후회는 없었나?
▲ 후회는 없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안 좋아 허리 수술 때문에 일찍 그만두게 됐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해서 후회한 적이 없다. 미국에서도 마이너 생활만 6년을 하고 왔지만 그것에 대한 후회 역시 전혀 없다. 미국에서도 그렇고, 두산에서도 그렇고 어디에서든 야구를 하는 것은 똑같고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인정을 받고, 못 받고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다. 자기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야구이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고교 선수들도 역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 선수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나?
▲ ‘형 같은 감독’으로 남고 싶다. 분명 어려운 부분이지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주로 상담이나 대화를 나누며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형님 리더십’을 선보이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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