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14) 축구화의 컬러 이야기

11명의 선수가 동일한 유니폼과 스타킹을 착용하고 나서는 대표적인 팀스포츠, 축구에서 선수들이 유일하게 자신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축구용품은 축구화가 유일하다. 1980년대 검은색 가죽이 주를 이루던 축구화는 염색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소재의 적용으로 다양한 컬러의 표현이 가능해지며 선수들의 과시 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다양한 컬러에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지중앙

2015년 유방암환자를 위해 500족 한정판으로 출시된 푸마 에보스피드SL 프로젝트 핑크. [사진=unisportstore.com]


1. 분홍(Pink) - 푸마, 유방암 환자를 위한 축구화


푸마는 매해 10월 해외에서 유방암 환자를 위한 ‘프로젝트 핑크(Project Pink)’ 행사를 진행한다. 유방암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축구화나 유니폼에 이를 상징하는 분홍색을 입혀 판매하고 수익금은 유방암 환자를 위해 기부한다. 2011년 푸마 축구화 ‘v시리즈 핑크’를 출시한 데 이어 후속 버젼인 ‘에보스피드’에도 해마다 분홍색을 입혀 한정판으로 출시해왔다.

이미지중앙

푸마 에보스피드 SL 그라스.


2. 초록(Green) - 푸마 스텔스 축구화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푸마는 잔디 위에서 발을 완벽히(?) 숨길 수 있는 스텔스 축구화 ‘v1.06 그라스 카모(Grass Camo)’를 선보였다. 갑피에 잔디와 유사한 초록색 컬러를 입혀 흰색의 폼스트라이프 라인(푸마 신발의 측면라인 로고)만 둥둥 떠다니는 시각효과를 가져왔고, 공격수의 발을 수비수와 키퍼로 하여금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다는 게 푸마의 설명이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이 흥미로운 콘셉트의 축구화는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안정환 선수에게도 지급되었다. 2016년에는 잔디 그래픽을 갑피뿐만 아니라 아웃솔에도 입혀 더욱더 완벽한(?) 위장이 가능한 ‘에보스피드 SL 그라스(Grass)’를 출시했다.

이미지중앙

2015년 출시된 나이키 아카데미 블랙 팩.


3. 검정(Black) - 나이키 아카데미 팩

흰색 로고의 검은색 축구화는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로고마저 검은색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테스트용 축구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블랙아웃 축구화’라고 부른다. 갑피와 아웃솔 전체에 검은색을 입혀 디자인이 노출되지 않기 위함이다. 나이키는 아카데미 축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새로운 축구화가 출시되기 전 나이키 아카데미 선수들이 가장 먼저 착용해 테스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나이키 아카데미란 나이키에서 진행하는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 선수도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2015년 나이키는 이를 디자인으로 활용해 기존 제품에 유광과 무광의 검정을 감각적으로 적용한 ‘나이키 아카데미 블랙 팩’을 출시했다.

이미지중앙

2005년 호나우지뉴를 위한 축구화 나이키 에어 레전드 티엠포 호나우지뉴. [사진=나이키]

이미지중앙

2016년 호날두의 발롱도르 수장을 기념하기 위한 나이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 CR7. [사진=나이키]


4. 금색(Gold) - 나이키, 레전드를 위한 축구화

나이키는 종종 흰색 바탕에 화려한 골드컬러로 포인트를 준 축구화를 출시한다. 이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외계인’ 호나우지뉴와 ‘신계’ 호날두에게만 허락된 컬러이다. 2005년 나이키는 당시 최고의 기술로 ‘외계인’이라는 호칭을 얻은 호나우지뉴를 위해 흰색과 골드컬러의 나이키 에어 레전드 티엠포 호나우지뉴(Nike Air Legend Tiempo Ronaldinho)를 출시했다. 특히 이 축구화의 광고영상이 화제가 되었는데, 호나우지뉴가 이 제품을 신고 볼트래핑 후 골대를 연속해서 맞추는 동영상으로 국내에선 CG여부를 놓고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컬러는 ‘신계’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어 받았다. 나이키는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차례 수상한 그를 기념하기 위해 흰색과 골드컬러의 ‘나이키 머큐리얼 CR7’을 2014년과 2016년 차례로 출시했다.

이미지중앙

빨간색을 포인트컬러로 활용한 아디다스 프레데터 시리즈.


5. 빨강(Red) - 아디다스 프레데터 시리즈


1994년 아디다스는 검정 가죽과 흰색 삼선로고에 고무돌기를 단 프레데터 시리즈를 출시했다. 고무돌기만큼 주목을 받은 것은 빨간색의 포인트 컬러. 포식자를 뜻하는 프레데터라는 이름에 맞게 강렬한 레드컬러는 매번 출시 컬러로 적용되어 아디다스 프레데터 시리즈의 상징이 됐다. 올해 4월에는 샴페인 골드에 빨간색의 설포(Tongue)를 적용한 프레데터를 리메이크해 다시 한 번 ‘빨강은 프레데터’라는 인식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2014년 단종되어 많은 팬에게 아쉬움을 준 프레데터 시리즈는 올해 말부터 ‘아디다스 에이스’를 대체해 다시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하고 싶어한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