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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교수감독' 김남기의 명지대 실험② - “대표팀 운영, KBL이 나서야”
대학농구가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2012년 불거진 '스카웃 비리 파동'은 뜻하지 않게 전력 양극화 현상을 낳았고, 설상가상으로 '외국선수 출전 확대'를 골자로 한 KBL발 역풍까지 덮쳤다. 그렇잖아도 뒤숭숭한 농구계다. '프로농구의 젖줄'인 대학농구의 위기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첫 국가대표 전임감독' 김남기 명지대 감독(55)이 대학스포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 화제다. <헤럴드스포츠>가 '연구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김 감독을 만나 한국농구가 가야할 길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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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기 감독은 2008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에 선임됐다.

김남기 명지대 감독(55)은 연구하는 지도자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두고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첫 전임감독이었다. 다들 전임제의 필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엄두는 내지 못하던 때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게 김 감독이다. 당시 이종걸 농구협회 회장(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과 김인건 KBL 전무에게 전달했다는 A4 10장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한국농구발전을 위한 대표팀 운영 계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지금 봐도 틀린 말이 하나 없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국가대표팀 운영협의회(국대협) 설치, 상비군 운영부터 청소년 대표 관리 방안까지 대표팀의 중장기적 운영 계획을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른바 ‘페이퍼 트레이닝’이라는 신선한 발상도 있었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아닐 때에도 선수들과의 상시 정보 교류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가능케 하자는 게 골자다.

그렇게 닻을 올린 김남기호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캐나다, 슬로베니아 등 농구강호들과 맞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록 본선행 티켓을 따내진 못했지만 당면과제였던 대표팀 세대교체의 싹을 틔우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다. 애당초 협회와 계약조건, 코치 선임 문제, 전지훈련 등을 놓고 한숨나오는 일이 적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 감독은 “전임감독제를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전임제를 운영할 준비가 ‘아직도’ 안 된 농구협회는 이번에도 프로팀 감독에 매달리다 리우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5 아시아선수권(9.23~10.3 중국 후난)을 석 달 남짓 남겨놓고서야 부랴부랴 '김동광호'를 출범시켰다. 김동광 감독의 임기는 고작 3개월이다.

김남기 감독은 “그때(2008년)는 그나마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국가대표팀 운영에 쓸 수 있었다. 지금은 못 쓰게 됐는데, 이제는 KBL이 나서야 한다. 전임감독 연봉 주는데 수억 드는 게 아니다. ‘한국농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KBL도 산다’는 인식이 있으면 용병 늘려서 구단들 몇만불씩 더 쓰게 하지 말고 대표팀에 투자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협회도 KBL이 안 나선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돈 가진 쪽은 협회가 아니라 KBL이고, 아쉬운 쪽은 그 반대”라고 협회와 KBL 모두 대표팀 운영에 좀더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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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 센터.

협회와 KBL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국제농구연맹(FIBA)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FIBA는 최근까지 프로리그 2개를 운영한 일본에게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농구단체가 2개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한국에 프로리그가 2개 있는 건 아니다. 법적으로는 대한농구협회(KBA) 산하에 프로농구연맹(KBL)이 있는 구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KBL은 농구협회로부터 어떠한 관리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몸집은 KBL이 더 커서,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새다. 별도 법인이라도 같은 농구계에 몸담고 있으면 친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불협화음이 일상이다. FIBA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이유다.

김남기 감독은 “축구만 봐도 신문로 축구회관에 K리그부터 유소년 연맹까지, 우리나라 모든 축구연맹이 다 모여 있다. 농구도 그렇게 돼야 한다. 신사동 KBL 빌딩에 협회가 들어가면 된다. 그래야 프로-아마 간 소통이 바로바로 될 것 아닌가. WKBL, 대학연맹, 중고연맹 모두 마찬가지다. 예산 집행, 운영에 있어서도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어차피 다 농구인들인데 남처럼 일 있을 때만 뜨뜻미지근하게 만났다 헤어지고 하니까 될 일도 안 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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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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