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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이래봬도 우리가 트윈스 팬이다
1일 경기 결과: 롯데 자이언츠 2 - 3 LG 트윈스

INTRO - 기다리는 건 자신 있다는…

주제넘게 지적질을 하자면 지적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닌 3연패 기간이었다. 1일 극적인 연장 10회말 끝내기로 연패를 끊었지만 답답함은 여전했다. 3연패 기간 동안 잘 맞은 타구는 번번이 야수 정면을 향하면서 행운마저 트윈스를 비껴가는 기분이었다.

타격감이 괜찮았던 팀의 3번 타자는 A형 독감으로 전열을 이탈했다. 앞으로 5년은 트윈스의 4번 타순을 책임질 것이라며 미디어 데이에 등장했던 4번 타자는 담 증세를 겪은 뒤 솜방망이가 돼 버렸다. 우타 빅뱃의 꿈을 이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형 1루수는 조금도 감을 잡지 못했다. 홀수해의 부활을 꿈꿨던 간판 노장의 방망이는 느리기만 했다.

국민 우익수는 부상으로 스타팅 라인업에서 빠졌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승선했던 불펜투수는 “역시 전어는 가을이다”라는 불변의 진리(?)만 확인시켰다. 시범경기 때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신인급 3루수는 결정적 순간에 대타로 나섰지만 신데렐라가 되지 못했다. 팀의 클로저는 2번째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뒤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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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폼을 바꾸면서 환골탈태한 오지환. 그는 1일도 3안타를 때려내는 등 올 시즌 5할의 타율로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거듭나는 중이다.

10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외국인 내야수는 이름도 기억이 잘 안날 정도다. 개막전까지는 회복할 것이라던 토종 2선발은 부상으로 다시 전열을 이탈했다. ‘젊은 외야’를 꿈꾸며 새롭게 외야에 포진한 영건 3인방은 그냥 젊기만 한 느낌이다. 드디어 영점이 잡힐 것이라는 초대형 좌완 신인투수는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자들은 주자가 득점권에만 나가면 연신 헛방망이질을 한다.

생각해보면 뭘 해도 안 될 것 같은 암울한 분위기였다. 특유의 ‘발암(發癌) 야구’가 재현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팬들의 마음은 다 썩어 들어갔을 법하다. 하지만 그건 트윈스의 팬들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우리는 6668587667 10년의 암흑기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 이 정도에 걸릴 암이었으면 트윈스 팬들 중 8할은 지금 관 속에 누워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 하나는 자신 있다. 맷집은 트윈스 팬으로 살아오면서 얻은 유일한 장점이다.

아직 4경기밖에 안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이 없지만, 실험은 계속 되어야 한다. 4경기에서 고작 안타 하나만 때려낸 최승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도 좋다. 우타 빅뱃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깨를 펴라, 최승준. 아직 갈 길이 멀다.

임지섭은 앞으로 세, 네 경기, 아니 그보다 많은 경기를 ‘말아먹어도’ 좋다. 임지섭에게 신인 때부터 리그를 씹어먹은 류현진을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맞고 또 맞으면서 크는 것이다. 채은성, 문선재, 양석환 등 4경기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영건들도 가슴을 펴기 바란다. 한, 두 경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침울하지 않기를 바란다. 10년 동안 새까맣게 속이 타들어갔던 트윈스 팬들도 아직 끄떡 않고 있다. 이래봬도 우리가 6668587667을 겪었던 트윈스 팬이다.

최고의 멤버 - 오지환, 김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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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는 10회말 투 아웃에서 극적인 끝내기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길었던 3연패를 끊은 1등 공신이 됐다.

가끔 오지환이 벌써 7년차 유격수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흠칫 놀라곤 한다. ‘아니, 우리가 저 선수에게 울분을 토하며 보냈던 시간이 벌써 6년이 넘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마 지난 6년 동안 트윈스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었던(칭찬도 많이 들었던) 선수가 오지환이 아닐까 싶다.

팬들이 그토록 오지환에게 집착한 이유는 단 하나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오지환이 올해 터지지 않았어도, 팬들은 내년 또 다시 오지환에게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것이 오지환의 매력이다.

기다림은 열매를 맺을 때 환희로 바뀐다. 올해 오지환은 정말로 강정호의 뒤를 이을 유격수의 자질을 보인다. 5할을 오르내리는 올 시즌 타율만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5회말 한 점 차 열세에서 동점의 발판을 다진 그의 기습번트는 ‘야구를 알고 하는 오지환’의 진가를 보여줬다.

역시 시즌타율 5할을 오르내리지만 오지환에 비해 훨씬 평가 절하됐던 김용의도 마찬가지다. 앞선 두 타석, 결정적인 찬스를 말아먹으면서 “새가슴은 뭘 해도 안 돼!”라는 비난을 받았던 그다. 그러나 연장 10회말 투아웃 1,2루 찬스에서 그는 시원하게 경기를 끝내며 잠실의 주인공이 됐다.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해 준 그의 투혼이 고맙다.

어려운 시즌 초반이다. 그래서 1일 극적인 역전승은 소중하다. 침체된 분위기를 잊고 다시 새 마음으로 시즌을 맞이하길 바란다. 트윈스의 팬들은 더 오래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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