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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김영환이 부른 LG의 희망가…부제: 종료 1분55초 전 다시보기
4강 PO 4차전 : 창원 LG(2승 2패) 84-79 울산 모비스(2승 2패)

양팀 모두에게 여러모로 부담이 됐을 4차전입니다. LG는 결코 안방에서 두 시즌 연속 모비스의 플레이오프 제물이 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모비스 역시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상승세가 꺾인 채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느니 이날 챔프전 진출을 확정짓겠다는 각오였을 테죠. 창원 팬들의 ‘어마무시’한 응원을 등에 업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 LG의 기세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는 것도 모비스 선수들의 마음을 흔들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어찌됐든 이렇게 양팀의 복합적인 부담감은 초반 저조한 슛 성공률로 이어졌습니다. LG는 타이트한 맨투맨 수비와 김시래-문태종, 그리고 메시가 빚어내는 투맨게임에서 어느 정도 재미를 보며 리드를 잡았지만, 정작 달아날 수 있을 때는 달아나지 못하면서 경기 내내 상대의 추격 사정권 안에서 맴돌고 말았습니다.

모비스 역시 그들만의 조직적인 팀 컬러를 플레이에 입히지 못한 채 추격의 불씨만 지피다 이날 경기를 내줬습니다. 2쿼터 김종근-이대성-박종천-클라크로 이어지는 식스맨 라인업에서는 그만큼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유재학 감독의 고뇌가 느껴졌죠. 턴오버가 적기로 유명한 모비스에게 3쿼터 실책 다섯 개는 뼈아팠고 결국 문태영의 우겨 넣는 득점으로 경기 후반을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날 모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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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3점슛 3개 포함, 개인PO통산최다 18득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LG 김영환. (사진=KBL)

김영환이 부른 LG의 희망가-4쿼터 종료 1분55초전 다시보기
경기 내내 이어지던 시소게임을 마무리지은 건 LG ‘캡틴’ 김영환입니다. ‘경기 전부터 유난히 감이 좋았다’는 김영환은 이날 18득점으로 개인PO통산 최다득점기록을 갈아치웠는데요. 특히 4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1득점을 몰아치며 팀이 울산행 차표를 끊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물론 김영환이 이날 터뜨린 모든 득점 하나하나는 그의 3점슛 성공률(100%, 3개)만큼이나 ‘알짜’였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경기종료 1분55초 전에 작렬한 3점포는 다가올 양팀의 5차전에 많은 의미를 남길 것 같네요. 바로 LG의 투맨게임을 잡기 위한 ‘만수’의 비책, 존 디펜스를 부셔버린 한 방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지난 1차전 때도 말씀드렸듯 모비스는 이번 4강PO 시리즈에서 LG의 창끝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변칙적인 존 디펜스를 들고 나왔습니다([김유택 관전평] '만수'는 이번에도 그냥 오지 않았다 편). 당시 초반부터 김시래를 철저히 묶는 데 성공한 모비스는 2쿼터 지역방어를 사용함으로서 대인방어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LG의 투맨게임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아직도 집에 안 간’ 제퍼슨 전 선수의 움직임까지 훌륭히 막아내며 1차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날 역시 승부처에서 지역방어를 꺼내 든 유재학 감독입니다. 양동근의 3점포로 3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김시래와 김영환의 연속 득점으로 76-71, 다시 5점차로 벌어진 경기종료 2분 전이었죠. 더 이상 점수차가 벌어졌다간 따라잡기 힘들 시점에 나온 모비스의 승부수였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김영환의 3점포가 작렬하면서 그 승부수는 짓밟혔고, 승부의 추는 LG쪽으로 넘어왔습니다. 그야말로 쐐기포였죠.

지역방어 사용 후 첫 세트 오펜스에서 바로 외곽슛을 허용한 모비스는 바로 맨투맨 디펜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영환은 물론이고 양우섭에 문태종까지, 이미 앞서 네 차례 LG의 외곽포에 불이 붙었다는 걸 모비스가 모를 리 없었거든요. 그간 모비스의 존 디펜스를 잘 깨지 못했던 LG인데요. 분명 5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모비스는 다시 한 번 머리를 굴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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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쏴도 들어간다' LG 양우섭이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4강PO 4차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양우섭의 3점포 세 방, '양동근 마크맨'의 포효
‘특명! 양동근을 막아라’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고 있는 양우섭 역시 이날 승리의 보이지 않는 수훈갑입니다. 김시래를 대신해 PO 내내 노련한 양동근을 찰거머리같이 따라다니고 있는 양우섭인데요. 직접 가르쳐본 선수라 잘 알지만 다른 것 다 떠나서 체력 하나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모비스의 키플레이어인 양동근의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LG의 양우섭 카드는 성공한 셈인데, 덕분에 김시래의 숨통이 트이고 이날은 직접 11득점(3점슛 3개 포함)까지 꽂아넣어줬으니, 김진 감독은 얼마나 이 선수가 대견할까요. 5차전도 기대되는 양우섭입니다.

김종규 역시 비록 득점은 적었지만 수비에서 적극적으로 궂은일에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바운드 8개,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5개나 잡아냈는데요. 좋은 운동능력에 비해 1대1능력이 부족한 김종규에게 제퍼슨이 없다고 해서 LG의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파생되는 찬스를 보거나, 오히려 이날처럼 뛰어난 피지컬을 살려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모습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김종규가 참여하는 헬프 디펜스의 파괴력은 상당하죠. 득점이 적어도 이날 같은 모습이 훨씬 좋다고 본 이유입니다. 4득점 했어도 함지훈을 4득점으로 묶었으니, 제몫은 다한 것입니다.

힘을 내요, 라틀리~프~
제퍼슨이 빠진 2,3차전에서 결국 승부는 메시와 라틀리프의 제공권 싸움에서 갈렸습니다. 이날도 라틀리프의 초반 부진이 모비스를 힘들게 만들었는데요. LG는 메시를 붙이다가 라틀리프가 페인트존 안쪽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더블팀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기선제압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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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전까지 모비스의 4강PO 승패는 라틀리프의 경기력과 궤를 같이 했다. 5차전 역시 라틀리프의 활약이 절실하다.

게다가 이날 컨디션 자체도 많이 떨어져보였던 라틀리프입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비록 힘에서는 메시에게 밀릴지언정 스피드는 있는 라틀리프가 이날은 유난히 둔한 몸놀림을 보인게 그 이유입니다. 블록슛을 6개나 기록하며 그야말로 골밑을 '지배'했던 1차전과, 역시 25득점에 17리바운드를 기록했던 3차전을 돌이켜보면 그 대비는 더욱 선명합니다. 이날 모비스가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던건 그만큼 골밑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 크죠.

5차전에 나서는 모비스는 공수에서 라틀리프의 움직임을 재정립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페인트존 내에서 상대의 더블팀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모비스 특유의 트라이앵글 오펜스(볼을 중심으로 세 명이 삼각형으로 움직이는 공격 형태, 과거 시카고 불스가 즐겨 사용함) 역시 결국 라틀리프가 살아나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벤치에도 외곽 슈터들은 많은 만큼 골밑에서 중심을 잡으면 모비스의 본모습은 살아날 것입니다. 송창용이 이날 3점슛 4개를 성공시킨 점이 고무적이네요.

LG는 투맨게임도 좋고 다 좋지만 결국 이날 승리가 절실함에서 나왔다는 것을 유념해야 지난 시즌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단기전에서 팀 컬러를 확 바꾸긴 쉽지 않습니다. 결국 판은 다 짜여져 있다고 볼 때, 집중력이 승부를 가른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이날 3쿼터 모비스의 턴오버가 속출함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의 작은 구멍과 미스샷, 실책 등으로 달아나지 못했던 상황을 교훈으로 삼으면 좋을 것입니다. 많게는 10점 이상까지 도망갈 수 있을 때 점수차를 벌이지 못해 5점 이내의 시소게임이 이어졌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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