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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강소국, 덴마크 - 이준석의 킥 더 무비 <아프바넨>

덴마크?

이번엔 덴마크 영화입니다. ‘덴마크’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세계적인 장난감 레고(LEGO), 덴마크 우유, 바이킹,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 등이 생각나네요. 물론 축구에서도 덴마크는 무시 못할 존재입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아프 바넨>은 축구를 소재로 한 덴마크 영화입니다. ‘우린 챔피언’이라는 뜻이라네요. 그럼 저력 있는 나라, 덴마크의 축구 영화를 한 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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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중인 아버지와 아들, 한솥밥을 먹다


덴마크의 어느 유소년 축구팀. 그 곳에는 데이비드(David)란 소년이 있습니다. 그에겐 아버지 토벤(Torben)이 있습니다. 한 때는 덴마크 슈퍼리그의 스타였던 토벤. 하지만 어느 날 인기를 잃고 은퇴를 합니다. 은퇴 이후에는 일용직을 전전하고 급기야 이혼까지 하게 되죠.

데이비드는 재혼한 어머니와 같이 삽니다. 데이비드의 어머니는 전 남편인 토벤을 술주정꾼이라 생각하며 경멸합니다. 처자식을 잃고 홀로 외롭게 사는 토벤의 처지는 비참합니다.

어느 날 토벤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아들 데이비드가 뛰는 팀의 임시 코치직을 맡게 된 것이지요. 아버지의 등장에 데이비드는 당황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코치를 그만둘 때까지 축구를 하지 않겠노라며 팀을 뛰쳐 나가죠.

토벤은 좌절하지 않고 팀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킵니다. 패배에 찌들어 있는 아이들에게 승자처럼 축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터키 출신 소년을 뽑아서 수비를 보강합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습니다. 데이비드는 팀으로 돌아오고 팀은 우승을 코앞에 둡니다. 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라이벌 팀에서 주전 선수를 스카우트해 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이어집니다. 과연 토벤은 팀을 추슬러 우승을 할 수 있을까요?

유로92 우승의 재현을 바라며

앞서 덴마크 축구의 저력을 말했습니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게 1992년 유럽컵, 그러니까 요즘 말로 ‘유로92’ 우승입니다. 당시 참가 자격이 있던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불참하게 되자 예선에서 차순위이던 덴마크가 행운의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결승전까지 올라갑니다. 결승 상대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국인 세계 최강 독일. 하지만 놀랍게도 덴마크는 옌센과 빌포르트의 골로 독일을 2:0으로 격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합니다.

이 영화에는 당시 기적과도 같았던 우승에 대한 향수가 깔려 있습니다. 아이들의 축구 시합, 관중도 많지 않고 함성 소리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유로92 결승전 당시의 현장음이 겹쳐집니다. 토벤과 데이비드는 고난이 닥칠 때마다 당시 덴마크의 우승 장면을 떠올리며 힘을 얻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도 상징적입니다. 한때는 슈퍼스타였으나 지금은 일용직을 전전하는 아버지, 그리고 뛰어난 개인 능력을 가졌지만 변변찮은 팀에서 썩고 있는 아들은 덴마크 축구의 현주소를 나타냅니다. 월드컵과 유럽컵에 단골로 출전하고, 1992년에는 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저력을 갖추었으나 현재는 최정상권과 멀어진 덴마크의 현실 말이죠. 하지만 이런 부자가 힘을 합쳐 꼴찌팀을 우승권에 올려놓는 장면을 보며 장래 덴마크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영광의 나날을 되찾을 기회를 꿈꾸는 것 아닐까요?

#글쓴이 이준석은 축구 칼럼리스트이며 현재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이 글은 저자가 2013년 3월 펴낸 《킥 더 무비-축구가 영화를 만났을 때》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감상평으로 축구팬들로부터 스포츠의 새로운 면을 일깨우는 수작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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