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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박세리-김미현-박지은이 돋보이는 2015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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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과 박세리, 김미현(왼쪽부터)의 미국LPGA투어 시절 모습이다. 이들이 롤 모델 역할을 했기에 한국여자골프는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JNA>


한국 여자골프의 위세가 대단하다. 세계 최고봉으로 통하는 LPGA투어에서 지난 주까지 승률 75%를 기록중이다. 한국계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의 우승까지 포함하면 승률 100%다. 이뿐 아니다. 호주 교포인 18세의 오수현은 2주전 유럽여자투어(LET) 개막전인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리디아 고는 이어진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유럽여자투어에서도 한국계가 2연승중이다.

한국여자골프는 이미 다른 나라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가까운 중국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골프협회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의 훈련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대회 코스인 광저우 인근 드래곤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6개월간 국가대표 합숙훈련을 실시했다. 86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이 대회장인 한양CC에서 3개월간 합숙훈련후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그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금메달 4개는 한국 남녀 대표팀이 싹쓸이했다. 김효주를 키운 한연희 국가대표 감독은 당시 중국대표팀의 감독직 제의를 받기도 했다.

롤렉스 월드랭킹에서 상위 20명중 8명이 한국선수다. 무려 4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계인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5위 미셸 위를 포함할 경우 절반인 50%가 한민족의 후예들이다. 내년 8월 열리는 브라질 하계올림픽의 여자 골프경기는 ‘한국 VS 한국계’ 간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 5000만명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많은 훌륭한 여성 골퍼가 배출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계 스포츠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여자골프의 성공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세계인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이 부분은 각자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선수들의 선천적인 재능과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 부모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 대목에서 박세리와 김미현, 박지은의 역할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에 도전했고 서양선수들과 싸워 승리했기에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수많은 추종자들이 뒤를 따랐다고 봐야 한다. 신체조건에서 서양 선수들에 뒤지는 한국인이 골프로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롤 모델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박세리와 김미현은 한국에서, 박지은은 미국에서 성장한 선수라는 점이다. 딸에게 골프채를 쥐어준 부모 입장에선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다. 왜냐하면 어떤 루트를 거치는게 성공으로 가는 길인가를 투 트랙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세리와 김미현은 한국 땅에서 기량을 익혀 세계무대에 도전한 반면 박지은은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에 이르렀다. ‘한국 VS 한국계’의 구도가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올시즌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김효주와 김세영, 장하나, 백규정은 한국의 육성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이들은 틈틈이 외국에서 경기도 하고 훈련도 했지만 뿌리는 한국무대였다. 반면 리디아 고와 양희영, 미셸 위, 이민지, 오수현 등은 외국에서 골프를 익힌 선수들이다. 그들은 언어 습득이나 문화 적응에서 유리한 면이 있었다.

골프 대디들은 많은 돈이 들기에 딸을 어디에서 골프를 시킬 것인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골프 시킬 여력이 안되는 이들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대거 해외로 빠져 나갔다. 이와는 별도로 해외 교포들중에서도 박세리와 김미현, 박지은의 성공을 보면서 과감하게 딸에게 골프를 시킨 이들도 많다. 호주나 뉴질랜드출신 교포 선수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세리가 99년 일본에서 군제컵에 초청출전했을 때 일본의 모든 신문 1면에 입국장면이 대서특필됐다. 대회장에선 선수든 기자든 갤러리든 모두가 ‘박세리’를 이야기했다. 그들이 박세리에게 열광한 이유는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 보다 골프 역사나 투어 규모가 앞서지만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자 골프에서 세계무대를 정복한 박세리같은 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메이저 챔피언이 한 명도 없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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