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의 복싱영웅 로만 곤잘레스. 사진=일본 <복싱매거진> 캡처
1987년 6월,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서 태어난 로만 곤잘레스는 2004년 중미선수권 코스타리카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2005년 7월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후 2년 간 14연속 KO승을 기록하며 경량급의 유망주로 떠오르자 당시 글로벌 흥행을 지향하던 일본 테이켄 프로모션의 혼다 아키히코 회장은 2007년 니카라과로 날아가 곤잘레스와 부분적인 비즈니스 계약을 맺었다. 경량급의 최대 시장인 일본의 스카우트 제의는 반가운 일이었기에 곤잘레스는 흔쾌히 이에 동의했다. 일본 복싱의 넘버원으로 불리는 혼다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미국과 베네수엘라 등에 테이켄 프로모션 지부를 설립하고 호르헤 리나레스, 에드윈 발레로(이상 베네수엘라) 등을 스카우트하여 중남미 복서들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다.
일본의 야에가스 아키타를 꺾고 3체급 석권에 성공하고 있는 로만 곤잘레스(오른쪽). 사진=<파이트뉴스>
프로복싱 역사상 6번째로 3체급을 제패한 니카라과의 영웅 알렉식스 아르게요는 아들벌인 동향의 후배 곤잘레스를 특별히 아꼈다. 2008년 11월 마나과 시장으로 당선된 아르게요는 곤잘레스가 첫 도전을 앞둔 시점(동년 9월)이 선거운동 기간이었음에도 짬을 내서 직접 곤잘레스를 지도했다. 곤잘레스가 세계챔피언에 오르고 아르게요도 시장이 되면서 니카라과의 두 영웅은 더욱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됐다. 그러나 2009년 7월 1일, 아르게요가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함으로써 이제 니카라과에는 한 명의 복싱영웅만이 남아있다.
일본의 메가톤급 신성 이노우에
일본 프로복싱의 메가톤급 슈퍼스타로 등장한 이노우에 나오야. 사진=일본 <복싱매거진> 캡처
8전은 최소 전적으로 2체급을 제패한 프로복싱의 새로운 기록이다. 나바에스는 플라이급에서 16회, 슈퍼플라이급에서 11회의 방어에 성공 중인 동급 최강챔피언으로 세계타이틀전에서 한 번도 다운을 경험한 적이 없는 기교파 터프가이였다. 그러나 초반부터 맹공을 펼친 이노우에에게 도합 4번의 다운을 허용하고 2회 KO로 완패한다. 특히 피니시 블로우가 된 레프트 보디 블로우는 환상적인 타이밍에서 터져 나온 컴비네이션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경기로 이노우에는 자신의 존재를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전 세계 모든 복서의 전적을 관리하는 복스렉(www.boxrec.com) 사이트에서는 이 경기 후 이노우에를 단숨에 슈퍼플라이급 1위에 랭크했고, 복싱사이트 파이트뉴스에서는 이노우에를 올해의 복서로 선정할 정도로 인상적인 파이팅이었다.
2014년의 대미를 화끈하게 장식한 이노우에는 프로데뷔 때부터 메가톤급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포장이 심한 일본 언론의 호들갑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은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일본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고교에서 5관왕을 달성한 이노우에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다. 하지만 올림픽 예선을 겸한 세계선수권대회(2011년)에서 쿠바의 지오반니 베이티아에게 석패(12-15), 이어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2012년)에서는 적지에서 빌잔 자키포프(카자흐스탄)를 다운 직전까지 몰아붙이고도 불운의 판정패를 당하자 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2014년 12월 30일 오마르 나바에스(아르헨티나)를 4차례나 다운시키며 WBO슈퍼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이노우에 나오야(오른쪽). 사진=<파이트뉴스>
이노우에는 단지 타이틀을 따내는 성과를 넘어 스케일이 큰 경기운영과 화끈한 스타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상대를 압도하는 파워와 반 박자 빠른 스피드를 겸비, 기량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이노우에에게 일본타이틀을 빼앗기며 유일하게 KO패를 당하지 않았던 다구치 료이치(와타나베짐)는 지난 12월 31일 알베르토 로셀(페루)을 누르고 WBA L플라이급 챔피언이 되었다.
예정된 빅뱅
곤잘레스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완전체로 거듭난 반면 이노우에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특급 레벨 선수들을 상대로 경험, 맷집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노우에의 약진이 세계 최강자를 상대로도 통할 것인지, 박빙의 승부가 될지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치는 미스매치로 결론 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994년 다쓰요시 조이치로와 야쿠시지 야스에이 간의 WBC 밴텀급 타이틀매치, 2000년의 하타케야마 다카노리 대 사카모도 히로유키(WBA 라이트급), 2012년의 이오카 카즈토와 야에가시 아키라 간의 WBA WBC 미니멈급 통합전 등을 훌쩍 뛰어 넘는 일본 프로복싱의 새로운 흥행기록이 세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가 주목할 슈퍼파이트의 주인공이 일본 선수라는 사실 때문에 일본 팬들은 벌써부터 흥분 상태다. 일본의 관계자들은 두 선수가 두 차례 정도 더블 타이틀매치로 예열한 뒤 금년 12월께 격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행을 위한 모든 조건은 끝났다. 이제 밥상이 언제 차려질 지는 두 선수의 프로모팅 권리를 모두 가지고 있는 혼다 아키히코 회장의 마음속에 있다. [헤럴드스포츠 복싱전문위원]
*황현철 복싱전문위원은 복싱전문잡지 <펀치라인>의 발행인이었고, 지금은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복싱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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