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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농구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것 아시나요? - 장애인 스포츠의 꽃 휠체어농구의 세계
휠체어가 경기장에 들어선다. 미끄러지듯 코트 위를 누비는 10명의 선수에게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휠체어 농구?” 느리고 지루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손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선수들은 정확한 패스를 구사한다. 순식간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농구공이 그물망을 흔들었다. “고양 홀트, 3점슛 성공!” 박빙의 승부가 이어진다. 휠체어끼리 부딪히며 휘청거리는 등 아찔한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되지만 선수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스의 정규시즌 3차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 하프타임에 휠체어 농구경기가 펼쳐졌다. 이벤트성으로 개최된 시합에서 고향 홀트팀이 서울 시청팀을 10-8로 이기며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짧은 시간 이루어진 경기였으나 선수단을 향한 관중의 뜨거운 박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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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스 전의기 하프타임 때 열린 휠체어 농구 장면. 현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 스포츠의 ‘꽃’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간단히 말하자면,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이용해 펼치는 농구 스포츠다. 일반 농구와 마찬가지로 팀 당 5명이 상대편 바스켓에 볼을 넣어 득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블 드리블을 없다는 것 외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 트래블링 반칙과 유사한 규정도 있다. 휠체어 농구에서는 볼을 가친 채 3회 이상 휠체어를 밀고 가면 반칙으로 인정된다.

1984년 우리나라에 첫 도입된 휠체어 농구는 다양한 팀이 활동하고 있다. 1985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국내 대회가 꾸준히 열리고 있으며 대한장애인농구협회(KWBF)는 2005년 창립되었다.

‘휠체어 농구’가 관심을 받게 된 데에는 ‘금메달 효과’가 컸다. 한국 휠체어 농구 남자 대표팀은 이번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누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1999년 방콕 아태장애인경기대회 이후 15년 만에 되찾은 정상이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세계선수권에서 60―58로 일본을 이긴 한국은 시종일관 자신감에 찬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한국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61-50 완승을 거두었다. 승패를 뛰어 넘어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동현(27 제주특별자치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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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 확정 순간 기뻐하고 있는 김동현. 한국 휠체어 남자 농구 대표팀은 비장애인 농구보다 국제경쟁력이 훨씬 강하다.

김동현은 6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다. 그는 2014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더불어 7월 열린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역대 최고인 6위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종전 최고 성적은 11위). 눈부신 활약에 김동현은 휠체어농구 선수로는 최초로 장애인체육대회 최우수 선수상(MVP)을 수상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내성적인 성격이 바뀌었다는 그는 “이젠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더운 날엔 반바지도 입는다. ‘있는 그대로 보여줄 건 보여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3일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에서 또 한 번의 한일전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여자다. 한국의 ‘고양시 레드폭스휠’과 일본의 ‘큐슈돌핀’ 여성 휠체어농구팀의 한일친선 교류전은 고양시 재활스포츠센터가 주최하고 대한장애인농구협회의 주관으로 개최된다.

고양시 레드폭스휠는 김현숙 감독의 지도 아래 2008년 국내 최초로 결성된 여성 휠체어농구팀으로서 현재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또한 평소 휠체어농구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이번 대회에 20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장애를 뛰어넘어 감동을 선사하는 그들이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다. 휠체어 농구선수들은 오늘도 힘차게 휠체어를 굴리며 코트 위를 누비고 있다. [헤럴드스포츠=노유리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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