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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경기에는 상금뿐 아니라 벌금도 있다 - 이색 벌금의 세계
승리의 기쁨과 함께 뒤따라오는 ‘상금’은 달콤하다. 최근 고려대 입학 문제로 논란의 중심의 서 있는 리디아 고(17·뉴질랜드)의 경우 미국 LGP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과 보너스로 150만 달러(약 16억 7,000만 원)를 획득했다. 세계 여자골프 사상 최다액수다.

반면 같은 ‘금’이지만 쓰디 쓴 금이 있었으니, 바로 ‘벌금’이다. 벌금은 경기 질서를 방해하거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부적합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다소 과한(?) 기쁨 표출과 황당한 규정으로 웃지 못할 벌금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러 스포츠 일화를 통해 값비싼 대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 승리에 도취해 그만…
1. 지난 10월 29일에 열린 남자 탁구 독일 월드컵 대회 결승전. 26살 동갑내기 중국의 탁구 스타 마롱(세계 2위)과 장지커(세계 4위)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7세트 11-10 상황, 장지커의 서브를 마롱이 받아치지 못하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순간, 장지커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불끈 쥐며 달려가 광고판에 발차기를 선사했다. 산산조각이 난 광고판이 성에 차지 못했는지 반대편 광고판을 향해 다시 한 번 발차기! 박살로는 모자랐나 보다. 이번에는 심판과의 악수 후 상의를 벗어 관중석을 향해 내던지기까지 했다.

결국 장지커는 과격한 우승 세리머니로 우승 상금은 받지도 못하고 4만 5,000달러(약 4,7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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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임? 탁구채를 든 태권도 격파?' 바로 장지커의 '광고판 때려부수기' 세리모니다. 사진으로 봐도 좀 심했다.


2. 4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스프린트 금메달, 은메달을 나란히 일본 선수가 가져갔다. 나카가와 세이치로(34)와 가와바타 도모유키(29)는 몸에 일장기를 휘감은 채 트랙을 돌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러나 심판들은 곧바로 벌금 50달러(약 5만 1,000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유는 이들이 도로용 사이클로 바꿔 타고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두 사이클의 형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트랙용 사이클은 트랙 경기 전용으로 개발된 모델이라 기어가 하나뿐이며 브레이크와 프리휠이 없어 페달링을 멈출 수 없다.

가와바타는 "도로용이 트랙용보다 세리머니를 하기 더 편해서 그렇게 했다"며 "징계가 내려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죄송하다"고 웃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미디어 취재 불응죄’를 선고합니다. 지난 11월 17일(한국시간) 미국프로미식축구(NFL) 캔자스시티 칩스와의 10주차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애틀 시호크의 러닝백 마숀 린치(28)에게 취재진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나 린치의 대답은 단 한가지다. ‘Yeah, Yeah, Yeah'

한결 같은 답변을 고수하던 그는 결국 5만 달러(약 5,500만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NFL 사무국은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 유지를 위해 ‘NFL 선수는 미디어 취재에 반드시 응대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기피증이 심하기로 소문난 마숀 린치. 벌금도 “Yeah, Yeah, Yeah?”

2. 분홍색 헤드폰을 향한 셔터소리가 요란했다.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개인 협찬 비츠 헤드폰을 착용한 채 등장했다. NFL 사무국은 음향기기 업체인 보스(Bose)와 마케팅 협약을 맺은 이후 공식 헤드폰 스폰서 외의 제품을 착용한 채 카메라 앞에 서지 말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이를 당당히 무시한 대가로 콜린 캐퍼닉은 1만 달러(약 1,1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후 그는 테이프로 로고를 가린 채 공식 석상에 섰지만 분홍색 헤드폰은 여전히 시선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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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마케팅? 유독 분홍색 헤드폰을 좋아해 구설에 오른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


#축구도 축구지만 외모도 중요해
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의 훈련장 벌금 리스트가 유출됐다. 벌금리스트는 구단 보안사항으로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훈련장을 방문한 팬이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바람에 공개됐다. 훈련시간 지각=15분 이내 250파운드(약 44만 원), 15분 이상 500파운드(88만 원), 경기 스쿼드 미포함 선수들의 홈경기 불참 1,000파운드(177만 원)…….

화제가 된 이유에는 ‘탈의실 밖 부적합한 옷차림=100파운드(17만 원)’ 항목 덕도 컸다. 물론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코웃음 칠 만한 벌금이지만 옷차림을 규정한다니 예상밖이다. 호날두가 문뜩 머리 위를 스쳐지나간다.

2. “턱수염은 안 돼!” 터키 프로축구 1부 리그 겐슈러비틀리 S.K 구단주 카브카프의 선언이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8일 “축구선수들은 청년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턱수염을 기른 채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2만 5,000터키리라(약 1,200만 원)까지 벌금을 매기겠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카브카프 구단주는 “축구팀은 성직자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내막에는 자신의 23살 손주가 ‘턱수염 축구 선수’의 영향 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 알려지고 있다. 예로부터 이슬람 남자들은 턱수염을 기르는 전통이 있다. 종교의 자유와도 연관된 문제이기에 벌금 시행의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 [헤럴드스포츠=노유리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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