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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2014 타운홀 미팅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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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메이커 김태군의 예사롭지 않은 등장.

NC팬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던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적적한 겨울이 찾아왔다. 달력 마지막 페이지를 앞둔 일요일(11월 30일), 창원대학교에서 열린 ‘2014 타운홀 미팅’은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항상 담장을 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선수단과 팬들은 격의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뜨거웠던 올해를 추억하고 내년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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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타운홀 행사에는 1,0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사실 지난 두 번의 타운홀 미팅은 알찼지만 뭔가 아쉬웠다. 참가 대상자부터 구단이 초대장을 보낸 시즌권 소지자로 한정된 까닭에 일반팬들에겐 행사 자체가 그림의 떡이었다. 참가자들은 선수와 함께 밥을 먹고 대화하는 뜻 깊은 기회를 얻었지만, 짝이 미리 정해져 있어 좋아하는 선수를 만나지 못 하는 일도 발생했다. 물론 신인선수나 C팀(퓨처스)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었겠지만 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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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NC는 팬들의 소중함을 가장 잘 아는 구단 중 하나다.

올해 타운홀 미팅은 오로지 팬의, 팬에 의한, 팬을 위한 미팅이었다. 누구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즌권 소지자에게는 행사 초반 1시간을 보장해줘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그 덕분에 역대 가장 많은 팬들이 모여 꿈만 같은 하루를 보냈다.

포토존, 바자회, 찻집, 팬 사인회를 동시에 열어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팬 스스로가 동선을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롤러코스터만큼 긴 줄을 이루었던 팬 사인회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간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만 찾아 사진을 찍은 팬도 있었고, 이날 참석한 선수단 전원의 사인을 받은 팬(그는 사인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소는 사인회장이 아닌 포토존이라는 깨알팁을 알려줬다)도 있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하는 시간도 있었다. 월별 베스트 경기를 영상으로 보여준 뒤 각 경기의 키 플레이어가 무대에 올라 소감과 당시 상황을 밝혔다. 다들 TV와 인터넷으로 여러 번 봤을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팬들은 야구장에 온 것처럼 환호하며 응원가를 불렀다.

찰리가 작성한 노히트노런 경기의 숨은 공신이었던 김태군은 “(찰리에게)고맙다는 말은 들었는데 영어로 해줘가지고 ‘땡큐 태군’만 기억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연패로 무거웠진 팀 분위기를 빗속 댄스로 반전했던 오정복은 제대로 갖춰진 무대에서 현란한 춤사위로 팬들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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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떠나는 어린 선수가 팬들에게 직접 감사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다. 사진= NC다이노스 페이스북

눈물 나는 순간도 있었다. 애장품 경매가 시작되기 깜짝 손님이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은 바로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아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된 이성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아픈 건 매한가지다.

구단행사 중 이적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던 이성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많은 응원과 파이팅을 해주셨다. 팀은 떠나지만 앞으로도 이성민과 NC다이노스를 사랑해달라, 내년엔 여기 있을 때보다 더 잘하겠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2분 남짓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떠난 자와 보내는 자의 아쉬운 감정이 체육관을 감쌌다. 아름다운 헤어짐이었다.

이윽고 주장 이호준이 특별 MC로 나선 애장품 경매수단 인사가 이루어졌다. 배트와 스파이크, 실제 착용했던 유니폼 등 다양한 물건들이 나왔다. 널리 소문난 입담으로 동료들의 경매가를 쑥쑥 올린 이호준은 자신의 애장품을 더욱 열정적으로 홍보했으나 정가에 가까이 팔리며 본의 아니게 대인배 면모를 보여줬다.

제일 마지막에 등장한 나성범은 배트와 보호대를 동시에 제시하며 이날 최고 경매가인 110만 원을 기록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경매와 찻집, 먹거리 장터 등으로 모은 금액은 구단에서 선정한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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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공약실천을 끝으로 타운홀 미팅은 막을 내렸고 팬들의 눈은 이미 내년 개막전을 향해 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의 인사와 공약실천이 있었다. 2015 신인 선수들은 처음으로 팬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몇몇 선수들은 목소리가 아닌 상의탈의로 인사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가면 선수들의 상의를 탈의하겠다는 공약을 맺었는데 이를 실천한 것이다.

이호준에게 지명된 당사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쑥스러워 그러는 것이겠지’라는 생각도 잠시, 정말 곤란해서 그런 표정을 지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떠랴 야구는 몸매가 아닌 기술로 하는 스포츠 아니던가. 류현진에 필적할만한 노성호의 풍채를 보며 내년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타운홀 미팅은 팬과 선수단이 함께하는 올해 마지막 공식행사였다, 이번 시즌 공룡군단은 정말 거침없이 달렸다. 팬들은 그 모습에 즐거움과 힘을 얻었고 선수들도 열성적인 응원을 원동력으로 삼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역사적인 시즌을 ‘동반질주’한 선수와 팬들이 주고받는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라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만 끝나면 2014 시즌도 완전히 막을 내린다. 하지만 팬들의 디데이는 벌써 2015 시즌 개막전으로 맞춰져 있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로운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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