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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유한준, 난세의 영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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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의 3점 홈럼은 4차전뿐 아니라 한국시리즈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의미 있는 한 방이었다.

위기에 몰린 넥센 히어로즈를 구한 한 방은 3인의 MVP 후보가 아닌 유한준의 방망이에서 터져 나왔다.

넥센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투수 밴헤켄의 호투와 홈런 4방을 쏘아 올리며 살아난 타선에 힘입어 9-3으로 승리했다.

유한준은 넥센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다. 2004년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에 진출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상무에 입대했다. 그 사이 현대는 심각한 재정난으로인해 해체 후 히어로즈로 재창단 되었고 유한준도 군보류 선수로 묶여 자연스레 몸을 옮겼다. 여전히 재정난에 시달리던 넥센은 주축선수들을 현금과 맞바꾸며 급한 불을 껐지만 팀 전력은 점차 떨어졌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유한준은 팀에 복귀하자마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2010년 국가대표 중견수 이택근이 LG로 떠난 빈자리를 타율 0.291 9홈런 79타점이라는 당시 개인 최고기록으로 확실히 메웠다. 지난해까지 3할 타율, 두 자릿수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안정된 수비와 준수한 출루율로 팀의 중심을 지켜줬다. 지난 2년간 이성열, 문우람과 함께 치열한 주전경합을 펼쳤지만 올해 허문회 코치를 만나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법을 익히며 꽃을 피웠다. 서건창-박병호-강정호의 MVP급 활약으로 눈에 띄진 않았으나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타선에 무게감을 한층 더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연속안타와 2홈런으로 제몫을 다한 유한준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타를 이어나가며 꽉 막힌 넥센 타선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차전 2안타, 2·3차전 안타로 앞선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쳐내며 박병호와 강정호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두 선수가 좀처럼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4차전에서는 본인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날 상황은 절박했다. 전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위기에 몰린 넥센은 밴헤켄을 3일 만에 선발로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날 핵심 불펜인 조상우와 손승락이 나란히 30구 이상 던지며 피로가 쌓였고 결승홈런을 맞은 한현희도 불안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승기를 잡아 밴헤켄이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1회말 서건창과 박병호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두 점을 선취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2점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점수 차였다.

2회말, 마틴이 1사 후 몸에 맞는 공과 볼넷으로 1, 2루 위기를 만든 뒤 배영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로 한국시리즈 최다출장(24) 기록을 세운 배영수는 백전노장이었지만 이택근에게 초구를 머리 쪽으로 던질 만큼 긴장했다. 이택근은 6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돌아섰다. 한숨을 돌린 배영수는 다음 타자 유한준을 맞아 카운트를 잡으려는 듯 스트라이크 존으로 132km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이게 다소 높았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유한준은 그 공을 거침없이 잡아당기며 좌월 3점포로 연결했다.

이 홈런으로 승부의 추가 단숨에 넥센 쪽으로 기울었다. 든든한 득점지원을 받은 밴헤켄이 과감한 승부를 펼치며 7이닝 2피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7회 선두타자 나바로에게 홈런을 맞기 전까지 6이닝 퍼펙트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승리의 압박감에서 벗어난 타자들도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서건창과 박병호는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이택근이 4회 투런홈런, 8회 대타로 나선 박헌도가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유한준도 7회 솔로홈런을 추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히 어필했다. 결정적인 순간 터져 나온 홈런이 한국시리즈 승부의 추를 단숨에 중앙으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차원석 기자]

■ 8일 한국시리즈 결과

넥센(2승2패) 9-3 삼성(2승2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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