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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특집]한국오픈을 장식한 말말말<2>이시카와 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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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한국오픈에 초청출전해 노승열과 같은 조로 경기중인 이시카와 료(왼쪽). 사진 제공=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갤러리들을 감동시키지 못한 제 책임입니다”

2009년 10월 13일 충남 천안의 우청힐스CC에서 열린 제52회 코오롱 한국오픈 최종라운드. 초청선수로 출전한 일본의 이시카와 료는 10~12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범하는 등 고전했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노승열, 강경남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한국 팬들로 인해 집중력에 적잖은 방해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버디 4개에 보기 6개로 2오버파. 공동 15위로 경기를 마친 이시카와는 상기된 얼굴로 프레스룸에 도착했다.

한 한국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 갤러리들이 이시카와 선수의 퍼팅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기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나?” 놀라운 말이 18세 소년 이시카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비장한 표정의 이시카와는 “제가 갤러리들을 감동시키지 못한 결과입니다. 제 책임 입니다. 다음엔 좀 더 노력해 한국 갤러리들이 제 퍼팅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이시카와는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에 공격적인 골프로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슈퍼스타였다.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하는 이시카와를 현장 취재하기 위해 일본 기자 수십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일본의 30~40대 아줌마 부대까지 '수줍은 왕자' 이시카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기 위해 대회장을 방문했다.

이시카와는 첫 한국 방문에서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일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앞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먼저 받았다. 그리고 성실한 태도로 질문에 답한 뒤 일본 기자들과 따로 인터뷰를 했다. 사회자가 제한된 시간을 이유로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마감하려 하자 오히려 이를 제지하며 계속 질문을 받았다.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해 속이 상한 상태에서도 미디어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려는 이시카와의 모습에 놀랐다는 한국 기자들이 많았다.

이시카와는 당시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파3홀인 13번홀에서 1~3라운드 연속 티샷을 물에 빠뜨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린 상공에서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으로 인해 거리 계산을 잘못한 결과였다. 3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회견 도중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이시카와는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사흘 연속 같은 홀에서 볼을 물에 빠뜨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내일은 반드시 버디를 잡겠습니다” 이시카와는 최종라운드에서 자신의 말 대로 버디를 잡았다. 그가 왜 일본 열도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스타성이 있는 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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