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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그대들이여, 기적 같은 2014년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17일 경기 결과: LG 트윈스 5 - 8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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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트윈스는 패했지만 4강 진출을 확정했다. 2014년 트윈스의 행보는 가히 기적이라 불릴 만하다.17일 기적에 마침표를 찍은 트윈스 선수들이 4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이날 경기만 놓고 보자면 참 할 말이 많았다. 트윈스는 최정예 멤버를 가동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패했다. 17일의 자이언츠는 강했다. 이날 경기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결과에 대해 운운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마치 마이너스 16에서 시즌을 시작한 듯 했다. 그리고 그 엄청난 마이너스 마진을 딛고 4위에 올랐다. 타 팀 팬들이 어떻게 비웃어도 좋다. 잘 싸웠다. 트윈스 선수들은 이날의 영광을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다.

어쩌다보니 트윈스의 팬이 됐고, 어쩌다보니 야구에 미쳐 인생의 4분의 3을 보냈다. 1990년대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본으로 깔았던 트윈스의 성적에 중독돼 2000년대 그 암흑의 시기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팬들이 아무리 고민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터.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게 다 트윈스 팬으로 사는 업보라고 생각했다.

많은 팬들이 트윈스의 2014년을 2002년과 비교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감독이 교체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많은 것들이 2002년 시즌과 유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의 결과를 감히 예측해 본다면, 2014년의 트윈스는 2002년 트윈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이기고자 하는 열망은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올해 트윈스의 전력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최강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내내 괴롭혔던 2002년 시즌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포스트 시즌에서 트윈스가 전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해 선전할 가능성을 아예 제로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전력만을 놓고 따졌을 때 2014년 트윈스는 딱 4위만큼의 힘을 가졌다. 팬으로서 더 큰 기대를 가지고 가을 야구를 응원하겠으나, 결과가 나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올 시즌 트윈스는 그만큼 잘 싸웠다.

18일 준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를 거친 뒤 트윈스는 19일 마산에서 다이노스를 만난다. 아시안게임 이후 재개된 시즌에서 트윈스는 상위 세 팀을 줄줄이 만나는 지옥의 5연전을 4승 1패로 잘 버텼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세 경기를 속절없이 내주었다. 마이너스 16에서 시작해 4강 플레이오프가 드디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선수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 이상 긴장할 필요가 없다. 올 시즌 트윈스 선수들은 충분히 잘 싸웠다. 부디 트윈스 선수들이 모든 부담을 털어버리고 마음껏 한판 싸워보기를 기원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트윈스의 팬들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당신들을 응원할 것이다.

최고의 멤버 - LG 트윈스
2014년 페넌트 레이스를 마치며 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도저히 수훈선수로 한 선수를 꼽을 수 없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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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의 4강 진출을 이끈 숨은(!) 주역들. 왼쪽부터 트윈스의 안방을 든든히 지킨 최경철, 불펜 에이스로 거듭난 신재웅, 2루와 3루를 오가며 붕괴될 뻔한 트윈스의 내야를 지탱해 준 손주인, 메이저리그 경험 없이 트윈스의 에이스 역할을 묵묵히 해 낸 리오단. 모두들 고맙다.

리오단은 비록 시즌 10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팀의 에이스로서 부족함이 없는 투구를 보여줬다. 마지막 시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10승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을 지켜준 우규민은 이제 야구에 눈을 뜬 듯하다. 역시 9승에 머물렀지만 류제국도 후반기 들어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마무리 봉중근을 비롯해 이동현, 유원상, 임정우, 신재웅 등 불펜 투수들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잘 싸워줬다.

새롭게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작은 이병규’는 17일 최종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그 존재감을 알렸다. 여전히 3할을 훌쩍 웃도는 타율을 기록한 박용택과 이진영, 정성훈은 역시 그 클래스를 보여줬다. 오만 욕을 다 먹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순간 제 역할을 다한 박경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오지환과 손주인은 붕괴될 뻔 한 트윈스의 내야를 굳건히 지켜줬다. 무엇보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딛고 트윈스의 안방을 든든히 지켜준 최경철의 존재는 시즌 내내 큰 힘이 되었다. 시즌 막판에야 합류했지만 여전히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큰 이병규’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잘 싸웠다. 이제 시즌은 마무리됐다. 하루를 쉬고 나면 가을 잔치다. 오늘 하루만큼은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4강 진출을 자축하며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한다. 올 시즌 트윈스의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오랫동안 팬들의 가슴 속에 기억될 것이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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