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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인의 런던 풋!ball] 박지성이 그립다
[헤럴드스포츠(런던)=이재인 기자] 지난 주말은 EPL 경기가 없었다. 이에 '런던 풋볼'은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트 (이하 맨유)의 ‘앰버서더’가 된 ‘영원한 캡틴’ 박지성에 대한 글로 축구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맨유의 앰버서더는 구단의 레전드로 공식인정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역대 7번째로 구단 앰베서더로 임명된 박지성은 보비 찰튼, 데니스 로, 브라이언 롭슨, 게리 네빌, 앤디 콜, 페테르 슈마이헬 등 맨유를 빛낸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기쁨을 맛봤다. 이 6명의 앰버서더들만 보더라도 이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1. 바비 찰튼(Bobby Char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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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찰튼 경의 젊은 시절..

바비 찰튼 경은 17년간 선수 생활을 하며 754경기에 출장해 247골을 기록했다. 20세의 나이에 뭔헨의 끔찍한 사고에서살아남은 그는 맨유의 암흑기를 거쳐 부상에서 회복해 클럽과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그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빼어난 테크닉과 엄청난 킥력을 갖췄고, 양발에도 아주 능한 선수였다.

찰튼 경은 조지 베스트와 늘 비교되곤 하는데 꾸준함과 개인 기록은 베스트를 능가한다. 찰튼 경은 현재까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최다 득점(49골) 기록을 갖고 있고, 맨유의 최다 득점 (249골) 기록도 그의 몫이다. 이뿐 아니라 자기가 속한 클럽과 국가에 우승컵을 안겨주기도 했다. 1984년 맨유의 이사가 되었고 OBE와 CBE(이상 영국의 국가훈장)를 수상한 그는 지금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축구 대사로 활동 중이다.

2. 데니스 로 (Dennis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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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리즈와의 경기에서 맨유를 이끌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데니스 로.

에릭 칸토나 전에 ‘맨유의 왕’으로 불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데니스 로이다. 맨유에서 통산 237골을 넣은 로는 1964년 유럽 최우수선수상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다. 스코트랜드 출신으로 이 상을 받은 선수는 데니스 로가 유일하다. 스코트랜드 국가대표로 꾸준히 출장하며 30골을 기록한 그는 케니 달글리시와 공동으로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3-04 UEFA 50주년 기념 세리머니에서 로는 최근 50년 동안 스코틀랜드의 가장 위대한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3. 브라이언 롭슨 (Bryan Ro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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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맨유의 주장’ 브라이언 롭슨.

1981년 맨유로 이적한 롭슨은 클럽 역사상 가장 긴 기간(12년) 동안 주장 역할을 한 선수로 남아 있다. 그는 또한 1980년대 잉글랜드의 주장으로 중원에서 게임을 항상 지휘했다. 양발을 모두 잘 사용했고, 볼을 다루는 감각이 탁월한 롭슨은 박지성처럼 중요한 시기에 항상 골을 터트려주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대표적인 ‘빅게임 플레이어(Big Game Player)’였던 것이다.

롭슨의 리더십과 경기 조율 능력을 바탕으로1992-93시즌, 맨유는 마침내 26년 만에 리그우승을 달성했고, 이때부터 맨유는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강호로 군림하게 됐다. 어린 시절의 데이비드 베컴도 롭슨이 축구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완전 반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는 맨유 팬들에게 영원한 캡틴이자 전설이다.

4. 게리 네빌(Gary Ne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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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Class of 92’의 주역들. 왼쪽이 게리 네빌.

게리 네빌은 현역시절, 영국에서 맨유 팬들을 제외하고는 축구 팬들이 제일 싫어하는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맨유에 대한 로열티가 너무 강해 특히 에버튼과 리버풀 팬들에게 항상 타깃이 됐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와 맨유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간 그는 맨유 소속으로 2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400경기에 출장했다. 또한 5년 동안 맨유의 클럽캡틴이기도 했다. 오른쪽 풀백으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최고의 출장 기록도 보유 중이며, 현재는 대표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은퇴 후 방송계로 투신, 제이미 캐러거와 함께 <스카이스포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네빌은 ‘Class of 92’ 출신으로 맨유 유소년 시절부터 성인팀까지 한 클럽에서 뛴 ‘원 클럽 맨(One club man)’이며 맨유 팬들에게는 전설적인 선수다.

5. 앤디 콜(Andy C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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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와이트 요크(왼쪽)와 앤디 콜(오른쪽)은 환상적인 투톱을 이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1993-94 시즌 34골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앤디 콜은 이후 맨유에서 드와이트 요크와 투톱을 이루며 트레블의 영광을 누렸다. 1998-99 시즌에는 요크와 35골을 합작해내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맨유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맨유에서 보여줬던 능력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6. 페테르 슈마이헬 (Peter Schmei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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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페테르 슈마이헬.

슈마이헬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이다. 맨유의 골키퍼로 292경기를 소화하며 5번의 리그 우승, FA컵 우승 3번,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등의 업적을 쌓았다. 또 덴마크 대표로 129경기에 출전하며 덴마크 대표팀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세 차례나 덴마크 올해의 축구 선수로 선정됐으며 덴마크 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또 잉글랜드 축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4년 펠레가 선정한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 목록인 ‘FIFA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로이 킨이 그의 자서전에서 현역시절 슈마이헬과 크게 치고받고 싸운 내용을 써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에서 바라보는 박지성
이런 전설적인 선수들 가운데 우리의 박지성이 포함됐다는 사실은 지극히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다. 그의 대한 관심은 영국 내에서도 높다. 그의 은퇴는 BBC 메인기사로 떴고, 모든 영국 신문이 그가 앰버서더가 된 사실을 주요뉴스로 올렸다. 어떤 신문들은 박지성의 청첩장까지 뉴스로 보도했으니 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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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를 비롯해 각종 영국 언론이 박지성한테 보이는 관심은 보통이 아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은퇴 후 그의 진가를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맨유에 박지성 같은 선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팬들에서부터 예전 맨유의 선수들까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맨유뿐 아니라 잉글래드 대표팀이 거론될 때에도 박지성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 6월 맨유의 또 다른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박지성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전을 앞두고 스콜스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를로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다. 시간과 공간을 주면 상대를 무너뜨린다. 영리하고 침착한 선수다. 2010년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아주 구체적인 지시로 박지성이 완벽하게 피를로를 막았다. 피를로가 자서전에 박지성의 이야기를 썼을 정도다. 이탈리아를 상대할 때 잉글랜드에도 박지성 같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박지성의 명성은 오로지 수비만 잘하는 미드필더로만 알려졌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많은 감독들과 선수들은 그를 최고의 수비적인 미드필더, 왕성한 활동량으로 경기를 누비는 ‘Three Lung Park(3개의 폐를 가진 박지성)’, 공간 이해도가 높고 공간 침투 능력이 뛰어난 선수, 전술적인 이해도가 완벽한 선수, 최고의 정신력을 가진 선수, 최고의 팀플레이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박지성에게 있어 최고의 극찬은 바로 그가 ‘빅게임 플레이어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박지성의 은퇴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맨유는 공식홈페이지에 ‘박지성 하이라이트’라는 제목으로 그의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맨유는 그를 ‘빅게임 플레이어’로 부르며 ‘4차례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올드트래포드에 진정한 임팩트를 심어줬다’고 극찬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아스날을 상대로 5골을 터트리고, 첼시전에서는 3골, 리버풀전에서는 2골, AC 밀란전에서는 1골을 터트린 박지성을 확실히 빅게임 플레이어”라고 칭찬했고 “이것이 그를 지속적으로 큰 경기에 내세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박지성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의 예전 동료들부터 살펴보자.

박지성이 앰버서더로 맨유에 돌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웨인 루니가 기쁨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내 오랜 친구 박지성이 맨유 엠버서더가 돼 기쁘다"며 "웰컴 백, 지(박지성)"라고 오랜만의 재회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루니는 수 년간 박지성을 지속적으로 칭찬했다. ‘박지성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다’, ‘그는 늘 팀을 위해 뛴다’, 그의 운동량과 에너지는 정말 위대하다’, ‘그와 같이 한팀에서 뛰는 것이 행복하다’ 등 루니는 여러 번 박지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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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엠버서더로 맨유에 돌아온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나타낸 루니의 트윗.

박지성 때문에 <런닝맨>까지 출연한 리오 퍼디난드는 그와 돈독한 우정을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칭찬릴레이에 빠질 수 없다. 그는 박지성이 맨유를 떠났을 때 그를 ‘진정한 선수 중의 선수’ 라고 표현했다. 퍼디난드는 “박지성은 지난 몇 년간 동료들과 팬들에게 존경받았다. 언제나 좋은 선수였고 트러블에 빠진 적도 없었다. 언제나 동료들을 위해 뛰는 헌신적인 선수다. 그는 맨유의 성공적인 행보의 일부분이었다”고 밝혔다.

박지성이 은퇴할 때도 퍼디난드는 “그가 떠나게 되어 슬프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3~4년 정도 지난 후에 그는 동료들과 많이 친해졌고, 농담도 많이 했다.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슬프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국 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했을 때 그가 맨유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퍼디난드의 증언처럼 박지성은 잘 어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존경 받는 존재로까지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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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과의 돈독한 우정으로 인해 <런닝맨>까지 출연한 리오 퍼디난드. 역시 박지성을 극찬하는 트윗을 수 차례 남겼다.

이외에도 박지성을 언급한 선수들과 감독은 많다. 그 중에서 몇 개만 골라보았다.

네마냐 비디치
‘박지성은 큰 경기에서 진가를 보여준다. 위치 선정뿐만 아니라 공을 지키는 능력, 수비력, 공격력 모두 뛰어나다’. ‘어떤 이들은 박지성 같은 선수가 팬들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는 팀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그것이 박지성이 중용되는 이유다’.

마이클 캐릭
‘선수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모든 선수들의 개성을 종합한 선수 같다. 영리하고 축구가 뭔지를 잘 안다. 분명 잉글랜드 선수들과는 다르다’, ‘박지성은 굉장한 선수다. 맨유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선수다’

우치다 야스토
‘그는 아시아 선수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다. 같은 피치에 그와 같이 서게 돼 영광이다. 한 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

아르센 벵거
‘박지성은 정말 좋은 선수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엄청 힘든 일이다. 팀을 위한 희생 정신은 물론 기술까지 갖추고 있으며 중요한 골까지 터뜨린다. 특히 우리를 상대로 더욱 그랬다’, ‘나는 박지성의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항상 톱 레벨 선수의 자세를 보이는 선수이다’.

조세 무리뉴
‘박지성이 돌아오면 맨유는 강해진다’, ‘박지성은 매우 좋은 선수다. 내가 보기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그를 매우 좋아한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박지성을 중용하기 때문이다. 퍼거슨은 박지성의 겸손한 자세, 강한 정신력과 원만한 성격, 열심히 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은 어떤 감독이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빅 클럽인 맨유의 선수다. 이런 클럽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그를 위해서 좋을 것이다. 물론 그가 인터 밀란에 온다면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
‘박지성: 레전드, 축구계 본보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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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을 축구선수의 본보기로 표현한 루드 반 니스텔루이의 트윗.

박지성이 진정 그립다. 그와 같은 선수가 언제 한국에서 다시 나올까?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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