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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토토를 둘러싼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누군가 몇 개월 동안 공들여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그것을 ‘한 번’ 쓱 보더니 틀렸다고 고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게 이러저러 하니 다시 한 번 봐달라고 주문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그런데 이 ‘누군가’는 지적을 받자마자 “예, 알겠습니다. 제가 잘못했군요”라고 답한다면 무척이나 어색할 것이다. 혹시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너무 쉽게 자신의 일을 부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했다. 그것도 정부와 공적 기관, 그리고 연간 3조원이 넘는 국책사업의 수탁운영자 선정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말이다.

앞서 사례에 빗대자면 ‘누군가’가 국가의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지방조달청(이하 조달청)이고, ‘다른 사람’은 법원이다. 조달청이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 발행사업자로 케이토토(웹케시컨소시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법원이 차순위업체인 해피스포츠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조달청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지난 9월 26일 가처분 법원이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조달청이 가처분 사건을 다룬 1심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고를 포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조달청은 통상 즉시항고 절차를 밟는 것과는 달리 10월 2일 국장급회의를 통해 항고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본연의 업무를 법원에서 부정당하는 ‘망신’을 항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자 업계는 뒤숭숭하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항고 포기는 기본적으로 조달청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업무에 큰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다. 나아가 조달청이 진행하는 연간 수십조의 국가계약 체결업무도 향후 제도적 안정성이 의심을 받게 된다. 입찰에서 차순위로 밀린 이해당사자들이 조달청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조달청은 항고를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사안마다 일일이 밝혀야 한다.

여기까지도 이상한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의 태도도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앞서 일화에 비유하자면 공단은 ‘누군가’에게 작업을 부탁한 주문자쯤 된다. 당초 조달청에 우선협상대상자(케이토토)를 배제시켜 달라고 요청하더니, 이번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공문을 보내 서울지방조달청에 차순위 업체(해피스포츠)와 계약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항고 포기를 요구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공단의 이러한 행보는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일은 꼬이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온갖 소문만 무성한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과정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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