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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켓, 우천 시 실력보다 운에 맡긴다?' 아시안게임 동전던지기의 속사정

*헤럴드스포츠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맞아 아시안게임뉴스서비스(AGNS)의 협조로 주요 현장기사를 소개합니다. 아시안게임 및 AGNS 기사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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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의 어원은 '공명정대하다'라는 뜻, 비가오면 공명정대하게 코인 토스로 승부를 가린다. 출처=국제크리켓협회 홈페이지

남자 크리켓 8강 진출이 걸린 경기가 9월 29일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열렸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서 경기장엔 비상이 걸렸고 오전에 열린 쿠웨이트-몰디브 경기는 그치지 않는 비로 지연되다가 결국 '동전던지기'로 쿠웨이트의 승으로 결정됐다. 오후 한국-중국 경기는 20오버에서 10오버로 줄여 진행됐다.

크리켓은 그라운드에서 공을 바운드시켜 배트로 타격해 득점하는 종목이다. 비가 오면 땅이 젖어 바운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천 시엔 ICC(세계크리켓평의회) 규정에 따라 '코인 토스'로 승패를 결정한다. 우리식으로 말해 ‘동전던지기‘를 사용한 것이다.

크리켓은 같은 그라운드 경기인 야구와는 달리 순연 경기가 없다. 사이클(트랙)이나 테니스는 비가 오면 경기가 취소되거나 중단 및 지연 후 진행한다. 야구는 우천 취소 시 예비일과 휴식일로 순연되고 사이클과 테니스는 우천 시 2시간 순연 후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양궁, 축구, 승마, 하키, 조정, 요트, 사격(산탄총), 비치발리볼, 골프는 우천 시에도 경기를 진행한다. 단 양궁은 과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안 좋으면 잠시 경기를 중단했다가 재개하고, 승마 역시 번개가 치거나 폭우가 내릴 경우를 제외하고 정상 진행한다. 골프도 번개가 쳐 선수들의 안전이 우려되거나, 그린에 물이 차 정상적인 퍼팅이 불가능할 때 중단된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4년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동전던지기‘로 승패 결정이라는 것만큼 힘 빠지고 어이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동네 운동회도 아니고 국제 대회인데 겨우 비 온다고 동전에 운을 맡길 수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종목들에서도 동전던지기로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는 골득실과 다득점이 모두 같을 경우 FIFA 규정에 따라 동전던지기로 승패를 결정지으며 양궁에서도 동점이 계속될 때 동전으로 우열을 가른다.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크리켓에서 ‘동전던지기’가 새롭게 주목을 받은 것은 단지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아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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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에 따라 한 경기가 최장 5일 동안 진행되는 크리켓. 중간중간 가지는 티타임도 이색적이다. 출처=국제크리켓협회 홈페이지

이번 인천 대회 크리켓의 경기 일정은 개회식 다음날인 9월 20일부터 폐회식 전날인 10월 3일까지 쉴틈없이 짜여있다. 크리켓을 제외한 다른 종목의 경기는 휴식일이 있거나 실내경기이다. 크리켓은 휴식일이 없어 경기를 미룰 수없고 공이 땅에 바운드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경기를 진행할 수도 없다.

또 비가 온다고 바로 동전을 던지진 않는다. 다른 종목과 같이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지연되다가 시간이 부족해지면 경기 오버수를 줄여 진행되고 정 안되면 동전던지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26일 여자 크리켓 결승도 우천으로 인해 지연된 끝에 오버수를 20에서 7로 줄여 진행됐다.

이렇게 크리켓이 실력보다 운을 믿는 종목이 아니라,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대체 가능한 상황을 고려한 후에 마지막 순간 어쩔 수 없이 ‘동전던지기’가 행해지는 것이다.

[연희(인천)=정유진 기자(AGNS)]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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